미국 횡단 빛두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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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강명구
출판사항넥센미디어, 발행일:2020/01/15
형태사항p.375 A5판:21
매장위치취미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687789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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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지금 본의든 아니든 실업자가 되었다. 무언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중요한 시기를 맞기도 하였다. 지금껏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에 순응하며 아등바등 살기 위해서 돌보지 못한 나의 삶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 오십대의 나이에는 여행 가방을 풀어서 정리할 때가 아니라 이제 비로소 설레는 마음과 호기심을 안고 진정한 인생 여정 길에 나설 여행 가방을 꾸릴 때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남들 눈치 보면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조금씩 자기를 지우고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그리기 시작할 때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는 중국에서 자동차 액세서리를 수입해서 도매를 하며 생활해 왔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져 무언가 부수입이 필요해 식당업을 부업으로 시작해 2년을 했는데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였다. 한 가지 일이 잘못되면 여러 가지가 엉켜버린다. 마치 길이 아닌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함에 앞이 막막했다.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면 더 멀리 가기 전에 멈추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돈 몇 푼 건지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면 현실의 노예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확실히 길을 잃었다. 길을 잃어서 행복하다. 길을 잃어 새 길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순간 기꺼이 길 잃어버림을 즐기려 한다. 스스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적성에 안 맞는 식당 일을 하느니 예측불허의 위험에 스스로 노출시켜 그 위험의 꺼풀을 하나씩 벗겨내는 쾌감을 만끽하고 싶었다. 거기서 발견하는 내 안의 나와 가슴 벅찬 조우를 하는 거다. 온갖 시련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새로운 인생과 극적이고 로맨틱한 만남을 꿈꾸면서 말이다.

떠나기 전, 나는 시시때때로 닥쳐올 위험을 상상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지금껏 만나지 못한 세상과의 경이로운 만남의 감동이 그 두려움을 덮어버리고 만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변화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모험가나 탐험가로 살아오지 않은 평범했던 일상들이 더욱더 이번 특별한 여행을 두려움으로 떨게 한다. 그러나 지금 이후에 최고의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인식이 나를 멀고 험한 길을 떠나게 한다. 뛰면서 얻어진 무한한 상상력과 튼튼해진 두 다리의 만남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꿈꾸어왔던 먼 곳으로 끝없이 뛰는 특별한 여행을 실행에 옮기는데 도움을 주었다. 뛸 때 나는 내 몸에 시원始原을 알 수 없는 싱그러운 생명의 물이 흐르는 것 같은 환희를 만끽한다. 그 기쁨이 나를 끝없이 뛰고 싶은 욕망에 빠뜨리게 한다. 끝없이 뛰어서 사막을 건너고 산맥을 넘고 강을 건너고 대평원을 지나 거기서 보이는 진정한 나의 모습과의 진지한 만남을 꿈꾼다. 대자연의 절경, 새로운 세상, 낯선 사람들을 동경하며 끝없이 뛰면서 얻어지는 자기 초월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뛰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상처를 어루만지고 또 한편으로 뛰면서 대지의 친구가 되어주고 대자연의 아픔을 어루만져준다. 외부와 고립된 채 우주의 근원에 직면하는 기회를 가지는 일은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가슴 벅차다.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고 값진 경험을 원할 때가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서 거기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고도 기꺼이 그것을 얻기 위해 홀연히 뛰어들 용기가 있다면 그건 내가 아직 청춘의 한가운데 있다고 말해도 좋으리라! 나는 끝없이 펼쳐질 광대한 미 대륙을 가로지르면서 뛰며 내 삶의 궤적을 거슬러 올라가 내 생명의 시원을 찾아 갈증을 해소하려 한다. 고난과 역경이 오히려 생명을 튼튼하게 받쳐주는 기둥이라면 때로 삶의 어느 한쪽 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더 큰 고난과 고통 속으로 자신을 던져 넣어 변화를 꿈꾸어도 좋으리라. 명태가 눈을 맞고 따뜻한 햇볕과 차가운 바람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황태로 거듭나듯이 미대륙 횡단 마라톤을 하면서 사막의 햇볕과 로키산맥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내 스스로 융해와 응고를 거듭하면서 거듭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내게는 대자연의 영혼과 영매를 이루며 건강 전도사로 마라톤 작가로, 통일 운동가로 태어나기 위한 신내림굿 같은 것이다.

이 특별한 여행을 통하여 내 가슴 속의 불씨와 사람들 가슴 속의 불씨가 서로 교통하는 통로를 찾고 싶다. 불씨는 불씨와 만나 더욱 훨훨 타오르기 때문이다. 이 여행을 통하여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있는 작은 불씨에 풀무질을 하는 감동적인 문장 한 줄을 받아들고 싶다. 이 광활한 대륙을 달리면서 영혼이 사방 팔달 다 통하고 나면 생명은 더 활기에 넘치고 자유는 확장될 것이다. 사막의 지는 노을과 깊은 산 속에 맺히는 아침이슬과 대평원의 지평선 넘어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깊은 침잠 속에서 사유하며 큰 지혜를 얻고 싶다. 마라톤이 아름다운 건 누구나 다 마라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안타깝게도 마라톤은 특별하다. 마라톤이 특별한 건 누구나 다 마라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평범 이하의 사람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그 흔한 공책이나 연필을 상으로 받아 본 적이 없고 반 대항 축구경기에 뛰어 본 적도 없다. 군대의 훈련소에서는 선착순 달리기를 하면 언제나 마지막까지 얻어맞으며 달려야 했다. 그래도 잔머리는 있어서 얻어맞으며 마지막까지 힘들게 달리느니 안 뛰고 얻어맞는 일만 택했더니 자대에 배치되어서는 고문관으로 낙인이 찍혔었다. 지금 말하는 관심 사병이었다. 군대 생활 3년 동안 10km 완전군장 구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군인이면 매년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유격훈련도 받아본 경험이 없다. 무슨 검열이라도 나오면 내가 있으면 부대 전체 성적이 떨어진다고 아예 외출이나 외박을 보냈다. 그러다 제대 말년에 안 해도 될 10km 완전군장 구보를 추억 만들기를 한다고 말년병장의 위세로 도전을 했었다. 처음에는 군화 끈이 풀어져서 몇 번 주저앉아서 다시 조여 매고, 그다음에는 반합 뚜껑이 딸가닥거려서 다시 조여 매고, 아마 기억으로는 3km도 못가서 뒤따르는 엠블란스에 실려서 온 뼈아픈 기억까지 있다.

그런 내가 50이 넘어서 달리기를 시작하여 마라톤을 하고 첫 마라톤에서 서브 포를 기록하면서 나이별 이등을 했고, 마라톤 세 번 만에 모든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의 무대인 보스턴 마라톤 출전자격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80km 산악마라톤에는 두 번 만에 성공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이라는 ‘무림의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고수들이 있다. 내가 그 수많은 마라톤의 영웅들도 감히 입조차 뻥끗하기를 망설이는 미국 대륙횡단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 그것도 누구의 도움이나 스폰서도 없이 단독으로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농담을 하는 줄 알고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나의 표정이 진지한 것임을 알고는 사람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여행은 어떻게 보면 시상이 떠오르듯이 생각난 여행이었다. 마라톤 여행의 생각은 내가 미국생활 26년 동안 휴가다운 긴 휴가를 한 번도 가지지 못했다는 데서 출발을 했다. 이민생활은 결코 녹녹치 않았다. 몸과 마음이 점점 피폐해져 가는 것 같았다. 긴 여행을 하고 싶었다. 긴 여행을 하면서 마음의 정리를 할 것이 있었고 마음의 다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압감으로 내리누르는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이모작 인생을 설계하는 중년 사춘기의 성장통 같은 것을 치유해야 하기도 했다. 중년 사춘기는 초반 사춘기보다 더 열병처럼 찾아왔다. 안으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것들을 꾹꾹 내리누르기만 했던 세월, 이제는 어디 오지 같은 곳을 찾아가 다 토해내고 오지 않으면 폭발하고야 말 것 같다. 여행이라면 마라톤 여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라톤이 명상하기에 좋다는 것을 마라톤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알기 시작했다. 끝없이 몰려오는 고통과 위기상황을 넘기면서 얻어지는 환희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 너머에 아련히 보이는 잊혀진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

문제는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필요한 최소한의 짐이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과 거대한 산맥과 대평원을 지나려면 짐도 보통의 짐으로는 되지 않을 터이다. 그 짐을 짊어지고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면 캠핑카와 그것을 운전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건 경비가 엄청나게 들어서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리저리 생각해도 마라톤 여행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끝없이 달리고픈 열망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자꾸 화산의 마그마처럼 치솟아 올랐다. 가능성 있는 것에서 생각은 다시 출발했다. 사실 생각이라기보다는 몽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나는 몽상을 하면서 생각을 키웠다. 배낭을 최소한으로 꾸리면 하루 20km 정도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뉴욕에서 약 400여km 떨어져 있는 워싱턴까지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20km를 달려서 먹고 마시고 잘 것을 해결할 수도 없겠지만 그것보다는 더 크고 넓은 세상을 달리고 싶었다.

그러다 그야말로 시상이 떠오르듯 유모차가 떠올랐다. 센추럴 파크에서 바퀴가 큰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달리는 사람을 보았다. 유모차에다 짐을 실으면 하루 35km는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훈련을 해서 몸을 더 만들고 아주 천천히 km당 9분대로 달리면 하루 풀코스 마라톤 거리인 42km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42km씩 120일을 달리면 미대륙횡단 마라톤이 완성되는 것이다. 42km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이다. 풀코스 마라톤 거리이기 때문이다. 구름 안에 있던 몽상이 이제 구름이 걷히며 모습을 드러내는 장엄한 산처럼 현실성 있는 계획으로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다. 마라톤을 웬만큼 뛰어본 사람이라면 내 계산법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니 나를 생뚱맞은 돈키호테로 치부하는 사람이나 위대한 도전이라고 추켜세우는 사람들 모두 다 정답은 아니다. 물론 예측하지 못할 대자연의 심술궂음과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순간들을 충분히 감안해야할 것이다.

이 여행의 마지막 퍼즐인 유모차가 생각나는 순간부터 실행에 옮기기까지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퍼즐이 맞춰진 순간부터 이미 마음은 출발지점으로 떠나고 없어서 마음이 떠난 몸이 홀로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부당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마음은 홈런타자에게 잘 맞은 공처럼 포물선을 아름답게 그리며 담장 밖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불현듯 어느 순간 갑자기 떠나고 싶은 순간 홀연히 길을 나서는 즉흥적인 여행일지라도, 넉 달 남짓 혼자서 이 거대하고 위험천만한 미대륙을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어떤 기계장치도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온몸의 근육만을 이용하여 횡단하려고 나서려면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 우선 아내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 그리고 사업부터 정리를 해야 했다. 떠나겠다는 마음의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하자 마치 소용돌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휘감아 올려 날려버리는 토네이도처럼 나는 식당은 그대로 날려 보내고, 자동차 액세서리 도매업은 내 일을 도와주던 사촌에게 양도하고, 거의 모든 것을 다 날려 보내고 그야말로 이 여행이 끝나면 맨손으로 새 출발을 할 각오를 했다. 마치 가을나무처럼 다 떨구고 비워서 새봄을 기다리는 나목이 되기로 했다. 몸은 고달프고 힘들겠지만 마음이 그렇게 특별한 휴가를 통해서 쉬고 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배짱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달릴 때 엄습하는 두려움을 극복할 최소한의 도구들은 필요하다. 오지 깊숙한 곳으로 뛰어들지만, 사람들과의 비상연락의 끈이 되기도 하고 길을 안내하기도 할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그것에 전력을 공급해 줄 태양열 축전판이 필요했다. 추위나 비나 우박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가볍고 따뜻한 텐트와 침낭이 필요했다. 가스와 간단한 취사도구들도 필요하다. 내가 지나가는 행로를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줄 GPS 시계도 장만하였다. 이 모든 장비들과 체력을 유지할 음식과 물도 운반해 줄 당나귀 역할을 할 튼튼한 아이언맨 용 유모차를 준비했다. 그것도 쌍둥이용으로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장만했다. 여분의 튜브와 사막 한가운데서 유모차가 아주 못쓰게 될 경우 중요한 것만 담아서 빠져나올 배낭도 준비했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가족들은 나의 이런 특별한 여행을 전적으로 이해하는 눈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묵인하면서 말없이 응원해준다. 특히 모든 장비를 구입하는데 도움을 주고 기계치인 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대자연의 침묵과 고요 속에서 사막의 지는 노을과 깊은 산 속에 맺히는 영롱한 이슬, 대평원에 떠오르는 아침 햇살과 마주하고 싶다. 그 속에다 내 마음 깊은 곳에 갇힌 슬픈 버펄로 같은 감정들을 풀어놓아 마음껏 풀을 뜯으며 뛰어 놀게 하고 싶다. 별빛 따라 달빛 따라 흐르는 모든 색상의 광선에 내 몸을 맡기고 세상에서 가장 야릇한 애무를 받기를 꿈꾼다. 전혀 다른 기후나 풍토, 대지에 흐르는 기운마저도 다른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맛과 새로운 인정을 느끼며 웅대한 대자연의 절경을 마음껏 몸속에 농축해 담아내는 거다. 나는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 그리고 비아냥거림뿐만 아니라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부러운 시선까지도 뒤로 하고 떠나려 한다.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서로 다른 음식을 주문하듯이 서로 다른 걱정과 격려를 해준다. 이별과 만남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그래서 이별을 언제나 슬퍼할 일은 아니다. 지금 익숙한 것들을 뒤로하고 떠나면 새로운 희망 또 새로운 역경과 고난에 마주칠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길과 날씨와 시시때때로 마주칠 위험과의 조우일 것이다. 놀라움에 가슴 졸여야 하는 시간일 것이다.

대륙횡단 마라톤은 북극 탐험과 달나라 여행 같이 아련한 선망의 대상이었다. 늘 곁눈질로 바라볼 뿐 말 한마디 못 붙이고 가슴만 설레던 첫사랑 같은 것이었다. 나는 아직도 말 한마디 못 붙이던 어릴 때 길가에서 마주치던 그녀의 얼굴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럴 때면 그렇게 뛰던 내 가슴의 설렘의 파동도 그대로 확연하게 느껴진다. 동행도 없고 무無지원으로 미대륙을 달려서 횡단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아시아인으로는 내가 최초라고 한다. 막연한 꿈이 엄청난 모험이 되어가고 있다. 나 자신도 아직도 꿈속을 거니는 듯 몽롱할 때가 있다. 내가 갈 길은 제각각 이름이 있는 길이다. 나는 그 길들을 이어서 뉴욕까지 달리겠지만 내 발길이 닿는 길을 이어서 만든 하나의 독립된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서슴없이 ‘빛두렁 길’이라고 명명했다. 논두렁 밭두렁의 두렁은 내가 평소에 어감이 좋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평화와 희망의 뜻이 담긴 ‘빛’을 합하여 ‘빛두렁길’이라는 이름을 짓고 났더니 썩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아침에 눈을 뜨면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끝없이 달리는 길! 나는 이제 누가 깔아놓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명명한 ‘빛두렁 길’을 최초로 달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누구도 이 길을 이어서 한 번에 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구도 이 길을 아무의 도움도 없이 나 홀로 마라톤으로 달리지 않았다. 나는 이길을 이 땅의 원주민 인디언들이 믿고 또 내가 동의하는 대자연의 정령, 들짐승들의 영과, 하늘과 땅, 그리고 바위와 바람, 사막의 흙모래와 함께 길동무하며 달려갈 것이다.
지은이 강명구

 

작가 소개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미국대륙 무지원 횡단(2015.2.1 ~ 6.6, 5,200km)

전국 일주마라톤(2015.9, 독도 세월호 추모 달리기)

베트남 일부 동반 마라톤(진오스님, 2016.1)

네팔 지진피해돕기 마라톤 카투만두 - 룸비니(2016.6)

사드반대 평화마라톤 제주 강정 - 서울 광화문(2017.6)

유라시아대륙 횡당(2017.9.1 - 2018.10.6, 15,000km)

- 지구를 한 바퀴 완주한 유일한 생명체 -

평화협정촉구 국민대행진 제주 강정 - 임진각(2019.7) 

목 차

■ 추천사 – 김정기(시인) ……… 10
■ 추천사 – 송영길(국회의원) ……… 14
■ 프롤로그 – 빛두렁길 ……… 17

제1장 오늘부터 홀로
∙ 처음 내딛는 발걸음에는 설레임이 담겨있다 ……… 39
∙ 오늘부터 홀로 ……… 50
∙ 길 떠나 사람들의 인정과 만나다 ……… 59
∙ 길을 잃었다 ……… 67
∙ 일주일을 넘겼다 ……… 77
∙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서 야영 ……… 87
∙ 내 몸이 조각 같이 변했다 ……… 97
∙ 훌라파이Hualapai인디언 가정에서 하룻밤 ……… 108
∙ 마침내 사막은 내게 길을 열어주었다 ……… 117

제2장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다
∙ 첫 관문인 프레그 스태프에 도착 ……… 129
∙ 산꼭대기에서 눈 폭풍에 갇히다 ……… 137
∙ 자신과의 화해 ……… 144
∙ 나바호 Navajo 인디언 가정에서의 하루 ……… 152
∙ 징검다리 ……… 161
∙ 미국의 가장 깊은 속을 들여다보는 내시경 여행 ……… 169
∙ 태양은 떠오르고 ……… 176
∙ 텍사스의 아마릴로 Amarillo에 도착 ……… 184
∙ 오클라호마 주에 들어서다 ……… 192
∙ 오클라호마시티 ……… 200
∙ 사람들은 하찮은 일에 열광을 한다 ……… 209
∙ 폭풍우, 토네이도가 비켜가다 ……… 217
∙ 두 개의 강이 휘돌아 흐르는 작은 마을 고어Gore ……… 225
∙ 드디어 반환점을 돌다 ……… 233
∙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다 ……… 243
∙ 우리의 몸은 우주와 같은 것이다 ……… 251
∙ 엘 파소El Paso ……… 259
∙ 위대한 강 미시시피 ……… 268
∙ 숲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 277

제3장 백악관 입성
∙ 태극기 휘날리며 ……… 289
∙ 마라톤은 김치와 같다 ……… 298
∙ 숲 속에 빨강 지붕의 작은 집 ……… 305
∙ 느림의 아름다움, 마라톤이 숲을 품다 ……… 314
∙ 오! 쉐난도 ……… 323
∙ 백악관 입성 ……… 329
∙ 아미쉬 마을의 풍경 ……… 338
∙ 마라톤은 간절한 염원이 담긴 제사의 춤사위였다 ……… 347
∙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아리랑”이 뉴욕 하늘 아래 울려 퍼지다 ……… 357

■ 에필로그 ………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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