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저자의 이러한 도전은 여행(旅行)·고행(苦行)·순례(巡禮)·답사(踏査) 중 어느 부류에 속할까. 필자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도 이러한 모든 요소가 한데 버무려진 걷기 테마여행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저자는 그의 이러한 도전에 대해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로 정의한다.
저자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All truly great thoughts are conceived by walking(걷다 보면 참으로 위대한 모든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했다”며 “니체가 산책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산책 도중에 철학적인?영감을 많이 얻었던 모양”이라고 말한다. 그가 니체의?말을?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니체의 이 말에는 그의 이번 백의종군로 걷기의 목적과 지향점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필자가 따라 걸은 백의종군로는 충무공이 정유년(1597년)에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르고 나와서 벼슬도 없이 권율 도원수의 밑에서 백의종군하기 위하여 당시 도원수부가 있던 초계현 진지(현: 합천군 율곡면 매실마을)까지 걸어서 가신 길이다. 저자는 이 길을 그대로 걸으면서 음력 4월 1일에 출발해 음력 6월 4일에 도착하시기까지 먼 길을 이동하면서 충무공이 느꼈던?괴로움과 슬픔, 책임감 등을 되새겨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리고?이러한 기회를 통해 그동안 가 보지 못하였던 우리나라 지방을 두루 살펴보기도 하고, 퇴직 이후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로 작정한다.
결국 그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면서 다닌 길을 그대로 걸어보자”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가 처음으로 그렇게 마음을 먹은 것은 걷기 1년 전ㅇ으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책을 읽던 도중이었다.?이순신 장군께서 쓴 난중일기에 백의종군할 때 지나갔던 주요 지점과 숙박지들을 세심하게 기록한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기록이 자세해서 현재의 지명과 길을 잘 파악하면 장군이 걸은 옛길을 그대로 따라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백의종군로는 장군이 굴곡 많은 삶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심정을 느끼면서 걸었던 길이기에 장군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 심정이 절절히 와닿았다. 거기서 그 시절 장군이 지나갔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그가 직장생활 중에는 시간의 제약이 커서 마음속 계획을 곧바로 계획에 옮길 수 없었다.
그러다가 퇴직 이후에 관련 서적을 다시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백의종군로 경로를 상세하게 파악해 나름대로 난중일기와 대동여지도, 현재 지도들을 비교해 보면서 열심히 길을 파악해 보았다.
그러나 필자가 420년이 넘게 지난 길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지역의?이름이 바뀌었고, 길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길은 특히 일제 강점기에 많이 바뀌었고, 최근에 산업화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한국걷기연맹)가 운영하는 인터넷?카페인 ‘백의종군로 걷기’에 들어가 보니,?백의종군로 이동 경로가 인터넷 지도로?상세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국걷기연맹에서는 백의종군로의 주요 지점에 도착할 때마다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곳의 인터넷 지도를 따라 걸으면 큰 문제 없이 백의종군로를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여겼다. 이를 계기로 그 나름대로 백의종군로 이동 경로를 조사하던 작업을 그만두고 한국걷기연맹의 인터넷 지도를 따라 이동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한국걷기연맹에 연락해?‘백의종군길 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패스포트를 받을 수 있는 데 이 패스포트에 설정된 백의종군로의 전체 거리는 670㎞, 총 45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루에 2개 구간인 30㎞?내외를 걸으면 총 24일 동안에 모든 구간을 완주할 수 있다. 필자는 이 패스포트 상의 계획에 따라 하루의 휴식일을 포함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를 총 25일 동안?계속 이어서?걸었다. 실제로 2019년 3월 11일에 충무공 탄생지(현, 서울시 중구)를 출발하여 4월 5일에 초계현(현: 합천군?율곡면 매실마을)에 도착하려고 계획을 잡았다.
필자는 본격적으로 백의종군로를 걷기 전에 걷기 연습도 충분히 하였다. 걷는 거야 항상 하는 행동이지만 하루에 8시간 정도를 24일간 계속?이어서 걷는 것은 해 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출할 때면 되도록 걸어서 가려고 하였고, 별도로 습관이 몸에 스며들도록 걷기 연습도 하였다.
예컨대 2019년 2월에는 당시 필자가 살던 서울시 강동구에서 충무공 탄생지인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까지 21.7㎞의 거리를 약 5시간씩 걸었고, 서울시 강동구의 외곽도로 15.3㎞를 4시간 내내 걷기도 하였다. 2월 말에 서울 성북구로?이사한 직후에는 이삿짐을 정리하느라?별로 걷지 못했지만?광화문 등 시내에 가게 되면 갈 때와 올 때 중 한 번은 반드시 걸어서 다녔다. 3월에는 세 차례 집중적으로 걷기 연습을 하였다. 5호선 굽은다리역에서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를 거쳐 3호선 학여울역까지?2시간 넘게?걷기도 하고, 강동구에 사시는 필자의 모친 댁에 갔다가 집까지 3시간 넘게 걸어오기도 했다. 식구들과 승용차로 외출했다가도 집으로 올 때는 혼자 걸어오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백의종군로를 걷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부지런히 빨리 걷는다 해도 걷다 보면 자꾸 속도가 느려졌다. 다리도 무척 아파 종종 파스도 붙이고 걸었다. 거기에 서울의 거리는 자동차 매연이 생각보다 심하게 느껴져서 종종 괴로웠다.
그러나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자동차로 이동할 때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출발 전날에 짐을 쌌는데 배낭에 옷가지와 여러 가지 물품들을 넣었다. 배낭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였는데도 노트북까지 넣으니 배낭의 무게가 10kg 정도나 되었다. 준비 물품은 한국걷기연맹의 인터넷 카페에 게시된 목록을?참고하여 준비했더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배낭을 챙긴 뒤에는 내 나름대로 백의종군로를 걸으면서 지키려고 하는 몇 가지 원칙을 정하였다.
먼저,?되도록 한국걷기연맹이 마련한 경로를 따라 걸으면서 한국걷기연맹의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는다. 그리고 최대한 충무공이 숙박하였던 지역에서 숙박하면서 충무공의 상황을 동감해 보려고 노력한다. 또 걸으면서 메모하고 사진 찍은 것을 그날 저녁에 바로 정리하여 블로그에 기록한다. 추가로 그동안 술을 일절 마시지 않고, 소요경비를 최소화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다.
이 준비를 다 해 놓고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장기간 혼자서만 다닌 적이 없었기에 좀 두려운?생각이 들었다. 이번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는 누구와 약속한 것도 아니고,?꼭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스스로 계획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다 보니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만을 위해 세운 이 계획을 끝까지 완주해 내고 싶었다.
작가 소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1988년 2월에 졸업하였고,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증권감독원과 금융감독원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가 2019년 2월에 퇴직하였다.
현재 명지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경영학(재무관리)을 강의하고 있다.
목 차
“충무공의 백의종군로를 왜 걸으려고 하는가?
☞ 프롤로그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일차(충무공 탄생지~안양시 갈산동)
숙박시설은 안 보이고 … 날씨 점점 추워지고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2일차(안양시 갈산동~오산시 세마교차로
길이 바뀌면 도로표지판부터 바꿨으면…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3일차(세마교차로~평택역)
충무공 묘소 가는 길 ‘걷기 고수’와 이야기꽃 피워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4일차(평택역~현충사)
바람 소리, 나를 위한 외침·절규이자 노래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5일차(현충사~해암리)
“충무공 덕분에 당시에 일본 식민지 되지 않았다!”
☞ 휴식(현충사 관람)
산속서 헤맸는데 죽지 않아 살아서 천만다행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6일차(아산시~공주시 정안면)
옛것도 그 나름대로 순리적 기능 지녀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7일차(공주시 정안면~계룡면)
충청도·전라도 유생들이 청운의 꿈 안고 걸었던 길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8일차(공주시 계룡면~논산시)
“혼자서 슬픈 마음 어찌 견딜 수 있으랴”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9일차(논산시~익산시 보석박물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인간은 어차피 혼자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0일차(익산 보석박물관~전주시)
지금 시의적절한 삶의 타이밍 만끽하는가?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1일차(전주 풍남문~임실읍사무소)
충무공의 정신적 고통 vs 내 육신의 고통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2일차(임실읍~남원시)
‘이 걷기 대장정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까?’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3일차(남원시~운봉읍)
백의종군로 걷기 재도전 고대하며 휴식
-휴식(2019. 3. 26.~4. 6.)-
동반자와 함께 비바람 따라 ‘꽃비’ 맞으며 걷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5일차(남원 주천면~구례 광의면)
인생길은 꽃길만 계속되는 게 아니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6일차(구례 광의면~순천 황전면)
덤불을 헤치고 갈 수밖에 없었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7일차(순천 황전면~서면)
되돌아 걷다 보면 좋은 점도 있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8일차(순천시~구례읍)
우리 인생 여로도 때로 안개 낀 길 걸어야 한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19일차(구례군~화개면)
인생 등산도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듯이…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21일차(하동읍~양보면)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
☞ 휴식(진주성 관람)
원계초 폐교부지에 ‘이충무공 교육센터’ 들어섰으면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22일차(하동 양보면~산청 단성면)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별로 없다”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23일차(산청 단성면~신등면)
어느 목사님의 호의 두 번이나 거절하고 나니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24일차(산청군 신등면~합천군 대양면)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의 피날레 장식
☞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따라 걷기 25일차(합천군 정양교차로~매실마을)
그때 걸었던 길을 꿈속에서 다시 걷는다!
☞ 에필로그
☞ 나의 백의종군로 일자별 이동 현황
☞ 부록: ‘백의종군로’ 걷기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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