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드디어 인천공항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늘 생각과 꿈에만 머물러 있던 것을 꺼내어 실천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는데 막상 떠나려니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가고자 하는 이 길, 즉 나를 따라 동행하는 길과 친구가 되고자 프로젝트 제목을 ‘나와 길’이라고 붙여 보았다.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참 행복하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앞으로 나와 동행할 길의 이야기가 풍성해질 것만 같은 기대감이 인다.
Buen Camino!
길을 걷는 순간에는 딱 두 가지만 생각한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어디에서 잘까?’
걱정과 불안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 이 길의 주인이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 보자!
까미노를 다녀오신 분들과 지금도 하고 계신 분들의 글을 보면서 ‘희망’이란 단어를 조금씩 찾고 있다.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내가 하기 나름일 것 같다. 90일이란 시간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 최후의 만찬이라고 생각한다.
- 〈나와 길〉 중에서
까미노는 어른 어린이, 나이가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각자의 까미노가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비록 건희가 그걸 머리로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아마도 몸은 이해할 것이다. 건희는 내 뒷모습만 보고 올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오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건 오직 건희의 것이니까.
- 〈나와 동행자〉 중에서
걷기 시작하면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오히려 걷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면 더 힘들어지고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진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노란 화살표와 주변의 환경과 소리 등을 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길을 가면, 자연과 한 몸이 된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잠을 청할 곳을 향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다시 시작되는 까미노〉 중에서
지금 우리는 어른의 놀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각자의 소확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친 내 영혼의 인생길에 단비를 내려 주고 있고 그 비를 맞으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인생길이지만 목적지는 있다. 언제 그 목적지까지 가야 할지 모르는 길 가운데 내리는 비는, 육체와 정신은 무겁겠지만 소확행을 즐기고 있는 우리의 마음에 단비처럼 포근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몸도 무겁고 배낭도 무겁고 그동안 걸어온 무게도 무겁지만 이것은 그저 몸이 무거운 것이지 마음이 무거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비를 맞고 있는 우리는 그저 비가 반갑고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얼굴에 내비치는 모습 또한 천하의 모든 것이 부럽지 않는 얼굴이다.
- 〈걷는 것의 행복을 찾아서〉 중에서
다시 여러분들께 질문을 드리고 싶다.
‘왜 힘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까미노를 가십니까?’
작가 소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S/W 개발자로서, 한 가정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 세상의 속도에 맞춰 잘 달려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달릴 힘과 의지를 잃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의 ‘열정’이라는 땔감을 모두 소진한 것이었다. 가족과 회사가 걱정되기도 했고, 무언가를 확실하게 얻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불안하기도 했지만 떠나야만 했다. 나로서 ‘행복한 나’를 찾기 위해 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아무도 없는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찾기 위해 걸어간 그 길을, 나도 걸어가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아들과 함께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 공개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힘든 순간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지금은 사랑하는 세 아이와 힘들었던 시간을 숨죽여 기도해 주고 응원해 준 아내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는 중이다.
목 차
1. 2016년 2월 프랑스 길 - 나와 길
2. 2017년 4월 포르투갈 길 - 나와 동행자
3. 2018년 9월 프랑스 길 - 다시 시작되는 까미노
4. 2019년 9월 북쪽 길 - 걷는 것의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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