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국어 2 낚시

잘 그리고 잘 쓴 책들이 출판되어 나오고, 우리는 그런 책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아이가 그리고 쓴(구술을 녹취) 책이란 건 낯설고,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할 터이다. 어른들이 쓰고 그리고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배우고, 우리가 익히 알던 패턴에 이 책은 도전적이라고 할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매일 마주하는 신기하고 새롭고 재밌는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그 그림들은 버려지고 남아있지 않아서 이 책은 아주 희귀한 자료라고 자부한다.

세 권 중에 두번째인 <낚시>는 줄거리가 있어서 내용면에서 가장 재미있다. 만화영화 <라바>의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그 주인공들은 배역이 달라져서, 빨강이가 아기가 되었고, 다시 빨강이는 여자가 되고 노랑이는 남자가 되어 둘이 결혼해서 분홍이 아기가 생겨나고 행복한 가족이 되어 재밌게 노는 모습이 나온다. 만화의 주인공들을 빌려와서 자기 가족을 표현했다. 놀라운 내용이다.
마절과 바절에서 만화주인공들은 언니로 변신을 했다. 바로 자기 자신. 애기에서 언니로 커가는 자신을 표현했다. 언니는 여자이고 언니는 이제 더 이상 애기가 아니라는 자부심과 선언을 그림으로 했다. 놀라웠다. 아, 다섯 살, 여섯 살 아이의 생각이 이렇게 자라고 만들어지고 있구나!

‘그림책국어’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는 책으로 기획되었고, 그래서 어른들에게 하는 말을 ‘여는 말’과 ‘닫는 말’에 넣었다. <그림책국어1 해 물어>가 나오자 아이들은 킬킬대고 재밌다, 웃기다고 했지만, 어른들 중에는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해설을 덧붙였다.

그린이, 구술 : 황이산
2010년에 태어나서 2019년 현재 초등 3학년에 다닌다. 분홍색을 좋아하고, 자기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며, 하루종일 놀아도 더 놀고 싶어하는 어린이이다. 어서 어른이 되어 아기를 많이 낳아 기르고 싶다는 포부가 있으며, 장래에 발명가가 되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발명해내면 세상이 좋아질거라고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이미 나온 책으로는 <그림책국어1 해 물어>, <그림책국어2 낚시>, <아빠는 해초 낚시꾼>이 있다.

채록, 엮은이 : 최미희
황이산 어린이의 엄마이자 편집자이다. 강화도에서 태어나 합일초, 강화여중고를 다녔고, 서강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전공, 정치학 부전공을 했고,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를 했다. 정규교육기관 외에 여러 곳에서 각종 공부를 했으며, 독학이 주특기이다. 반평생 책을 읽었으니 남은 반평생 책을 펴내고 사는 게 마땅하다 하여 출판 일을 시작했다. 때때로 미래를 구상하며 그 미래를 현실로 내놓고 싶어하는 중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