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이쿠, 인터넷이 망가졌다고요?
오빠는 휴대폰 게임을 할 수가 없다고 난리고,
언니는 음악을 들을 수 없다며 아우성이에요.
엄마와 아빠는 업무가 마비되어 집에 일찍 돌아왔고요.
텔레비전도 볼 수 없고, 길도 찾을 수 없어요.
인터넷이 안 되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 있죠?
인터넷이 끊겨 세상이 발칵 뒤집힌 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시간이 펼쳐진다!
초연결시대, 인터넷이 끊어지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몇 해 전, 서울의 한 통신사 건물에 불이 나서 그 일대에 통신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휴대폰과 전화 등 통신 기기가 먹통이 되고 인터넷이 뚝 끊겼으며, 은행과 카드 등 금융 서비스도 멈추어 곳곳에서 피해가 컸다. 심지어 112와 119 신고 시스템은 물론이고 병원의 전산망까지 마비되는 바람에, 사람들은 통신 장애가 대규모 재난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IT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사람, 기기, 문화를 긴밀하게 연결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초연결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동시에 디지털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지한 세상에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통신 재난’이라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또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인터넷이 끊어진 날》은 이처럼 인터넷 망이 망가지는 바람에 일어나는 난리 법석 대소동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길로 경쾌하게 그린 동화이다. 할머니의 실수로 전 세계의 인터넷이 고장 난다는, 다소 엉뚱하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곧바로 현실에 밀착한 문제와 고민들을 줄줄이 풀어놓으며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뿔뿔이 흩어져 디지털 세계를 유랑하던 사람들은 인터넷이 사라진 세상에서 방향을 잃고 우두커니 멈춘 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과 초조함, 금단 증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내 인터넷이 없어야만(!) 할 수 있는 근사한 일들을 발견하고 개발하면서 난생처음 팀워크를 발휘해 서로에게 선물 같은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다.
이렇듯 이 작품은 인터넷이 끊어진 하루를 보낸 한 가족의 일화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세태와 양면성을 유머러스하게 보여 준다. 동시에 디지털 기술에 잠식된 채 살아가느라 잊고 있던, 혹은 잃어버린 ‘가족의 시간과 온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끔 해 준다.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동안 놓친 ‘가족의 시간’을 되찾는 이야기
티파니네 집에 반가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왔다. 아이들의 방학에 맞추어 ‘돌봐 주기 위해서’라나?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누가 누구를 돌보아야 하는지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티파니는 지금 할머니를 돌봐 주는 중이다. 그런데 퍼즐을 맞추느라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할머니가 인터넷을 고장 내 버리고 만다. 그것도 전 세계의 인터넷을 몽땅 다! 하필이면 오늘 그런 사고가 일어날 줄이야…….
할머니가 마우스를 꾹꾹 누르며 ‘클릭, 클릭!’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평화롭던 하루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막스 오빠는 휴대폰 게임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없다며 망연자실해하고, 방 안에 콕 틀어박혀 음악을 듣던 ‘반항기’의 루이자 언니는 총알같이 거실로 튀어나와 짜증을 쏟아낸다. 할아버지 또한 텔레비전이 먹통이 되자 꼬치꼬치 이유를 캐묻는다.
그러나 실수로 인터넷을 고장 냈다는 할머니의 고백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티파니밖에 없다. 오빠와 언니는 그런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며 코웃음을 칠 뿐이다. 그러던 중 피자 배달원 오빠의 뜻밖의 방문으로 통신 장애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져 엄마와 아빠도 일찍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챙겨 온 라디오를 통해 뉴스 속보를 전해 듣지만, 통신 장애의 원인이나 해결 방법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갑자기 끊어지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자리에 앉아만 있다. 그때 엄마는 할머니가 인터넷을 어쩌다가 망가뜨리게 되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다. 이를 시작으로 가족들은 지금껏 해 보지 못한 새로운 놀이를 만들거나 집 안 어딘가에 내팽개쳐져 있던 놀잇감을 발굴해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인터넷이 고장 나면 불편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자꾸자꾸 신나는 일이 생기자 티파니는 매일매일 인터넷이 끊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늦은 저녁, 낯선 기술자 아저씨가 티파니네 집을 찾아오는데…….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에 대하여
《인터넷이 끊어진 날》은 디지털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잘 녹여 내 보여 준다. 인터넷이 무엇인지, 세대별로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인터넷이 끊기면 어떤 불편이 생기는지는 물론이고, 악플러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까지 피하지 않고 조곤조곤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 디지털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기술을 보다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이용하며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슬쩍 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디지털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 우리 아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준비 운동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이 끊어져 발생한 불편과 불안을 ‘놀이’를 통해 즐겁게 돌파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가족의 시간’을 생각해 보게끔 해 준다. 뻔하게 굴러가던 하루가 예측 불가능한 의외성으로 가득 차는 기쁨,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 서로 살을 부비고 어울려야 느낄 수 있는 온기 등 디지털에서 놓여 난 뒤에야 누릴 수 있는 다채로운 삶의 풍경은 독자들로 하여금 갖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앞으로만 달려 나가는 오늘에 유쾌한 브레이크를 살짝 걸어 주는 이야기를 읽은 뒤, 잠시 인터넷은 꺼 두고 가족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 소개
지은이 : 마크 우베 클링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다. 베를린 자유 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학을 공부한 뒤, 지금은 가수이자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끄럽게 떠드는 캥거루나 코딱지 공주, 부활절 사나이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겨 쓴다. 글쓰기를 잠시 쉴 때는 게임을 만들거나 밴드와 함께 음악을 한다. 지은 책으로 《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이 있다.
그린이 : 아스트리드 헨
독일의 아헨에서 태어났다. 미술 대학을 졸업한 후 함부르크의 광고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은 디자인과 삽화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책에 삽화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옮긴이 : 전은경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고대 역사 및 고전 문헌학을 전공했다. 출판 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늑대의 지혜》《나를 사는 순간》《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성의 역사》《리스본행 야간열차》《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등이 있다.
목 차
컴퓨터가 먹통이 된 날
때아닌 피자 파티
클릭, 클릭!
다 함께 춤을!
또 고장 내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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