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행동주의 투자자는 사냥꾼인가, 개혁가인가?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전략과 전술을 사용하는가?
행동주의 펀드 운용자가 직접 번역한 최고의 주주 행동주의 안내서
지난 몇 년간 삼성물산, 현대차, 한진그룹을 비롯한 국내 여러 기업에 대한 활동으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금융 용어들 때문에 경제 신문을 읽어도 행동주의 투자자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업 이사회 및 주주 행동주의 전문 기자 오웬 워커가 나섰다. 그간의 취재와 인터뷰를 모아 행동주의 투자자에 관한 명료하면서도 친절한 안내서를 내놓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에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 명료하게 정리한다.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듀폰, 엘러간, HP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세계적인 기업과 행동주의 투자자의 대결과 협력의 이야기 속에서 행동주의 투자자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 사람들인지가 자연히 드러난다. 투자자는 물론이고 주주 가치와 연관된 기업 종사자, 더 나아가 금융 관련 법안과 정책 입안자 등 자본 시장의 발전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행동주의 투자자가 온다
2018년 11월 14일 KCGI(강성부 펀드)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한진칼의 지분 9%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한다. 그리고 바로 그날 한진칼 주가가 12.58%가 상승하자 많은 언론과 사람이 주주 행동주의와 행동주의 투자자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KCGI가 국내에 몇 안 되는 한국 행동주의 펀드이기 때문이다. KCGI는 2020년 1월 31일 기준 지분율 17.29%로 한진칼의 단독 최대 주주로 올라섰는데, 한국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 사람에게 주주가 이사회에 들어가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등에 개입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오히려 과거의 몇몇 사례로 인해 행동주의 투자자에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약탈 자본'의 이미지가 있어서 부정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렇다면 행동주의 투자자는 진정 어떤 사람인 것일까? 문제 있는 기업을 고치는 개혁가일까, 견실한 기업을 잡아먹어서 자기 배를 불리는 사냥꾼일까?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가장 논쟁적인 존재 중 하나인 행동주의 투자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저자 오웬 워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기업 이사회와 행동주의 투자자를 전문으로 취재해 온 기자다. 그는 그간의 취재로 모은 자료와 인터뷰를 이용해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듀폰, HP, 엘러간 등 널리 알려진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벌였던 활동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행동주의 전략의 의미를 복잡한 이론적인 설명보다 훨씬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국내 첫 공모형 행동주의 펀드 'KB주주가치포커스'를 만들고 운용하고 있는 박준범 매니저가 직접 번역해 정확성을 높였다.
행동주의 투자는 하나가 아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를 올바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일단 모든 행동주의는 동일하다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무분별하게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업 사냥꾼'의 이미지는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시대는 기업이 방어 전략을 마련하고 기업 사냥꾼들 본인이 신뢰를 잃으면서 막을 내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업 사냥꾼들이 물러간 이후 좀 더 온건한 방식의 투자자들이 등장한다. 기업을 완전히 인수합병하려 하기보다는 낮은 지분율로 다른 투자자, 자문기관 더 나아가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서 기업에 변화를 유도하는 투자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 행동주의 투자자의 힘은 자금력보다는 얼마나 기업의 문제점을 잘 분석해서 다른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 즉 '캠페인' 실행력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저자는 행동주의 투자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대표적인 인물 10명을 소개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칼 아이칸은 가장 공격적이고 무자비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모두가 칼 아이칸 같지는 않다. 기업의 전략에 직접 관여하여 견조한 기업을 만들어내는 트라이언 파트너스의 넬슨 펠츠 같은 사람도 있고, 지배구조에 능통하여 기업을 위기에서 건져내는 릴레이셔널 인베스터스의 랄프 위트워스 같은 사람도 있다. 밸류 액트의 제프리 우벤처럼 기업 경영진, 대주주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투자자도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 봉인된 기업 가치의 해제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방법은 기업 전략 관여, 기업 지배구조 변화, 주주 환원, 구조조정, 이사회와 경영진 교체, 인수합병 등이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의 요구 사항과 전략은 투자자의 성향, 대상 기업과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과 투자자의 공진화
외부의 투자자가 기업 전체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일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정도는 다를지 언정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행동주의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하여 이사회 의석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그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양상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 자문기관을 고용해 상대가 요구하는 또는 지키려는 사업 모델의 약점을 분석하기도 하고, 여론 조사 기관을 고용해서 다른 주주의 입장은 어떤지 확인하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갈등이 격화되면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상대의 도덕적 약점을 캐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 모든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니 행동주의 자체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투'라는 이름 아래 묶인 사례들을 보면 그 생각이 없어진다. 누가 승리하건 기업과 투자자의 대결은 많은 경우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긴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새로운 시각에 면밀하게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다덴 레스토랑의 경우 올리브 가든을 비롯한 주력 브랜드가 흔들리면서 위기에 처했으나 의결권 대결을 거친 후에 제자리를 찾았다. 넬슨 펠츠는 듀폰과의 의결권 대결에서 패배했지만, 그 과정에서 듀폰은 그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기업을 바꿔 나간다. 대결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다.
더욱이 소모적인 대결을 최소화하는 행동주의 모델도 등장한다.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례들에 그 모습이 담겨 있다. 핵심은 지분을 확보하고 기업을 위협하기 이전에 기업에게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는 저명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등장하고 기업이 주주와의 소통 창구를 늘리면서 가능해진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소프트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해야 한다는 밸류액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슬럼프를 넘어 현재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시대는 계속될 것인가?
엘러간, 허벌라이프과 대결했던 퍼싱 스퀘어는 2014년 40.4%의 수익률을 거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했던 밸류액트는 2000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17% 수익률을 기록한다. 이렇게 몇몇 행동주의 펀드가 크게 성공하면서 행동주의 모델은 새로운 황금기를 맞는다. 그리고 그 흐름은 유럽, 아시아까지 퍼진다. 한국도 당연히 그 영향을 받았다. 2015년 화제가 되었던 엘리엇과 삼성 그룹의 대결이 그 영향을 보여 준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의결권 대결은 삼성물산 직원들이 개인 주주를 직접 방문해 수박과 호두과자를 돌리며 지지를 부탁할 정도로 치열했다. 일본과 한국은 여전히 미국처럼 행동주의를 통해 이사회 의석을 가져가기 힘들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주의의 시대는 계속될 것인가? 저자는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우호적이었던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기에 지나친 환상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2015년을 기점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실적이 대체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던 퍼싱 스퀘어는 바로 다음해에 -20%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힘은 기업이 주주와의 소통을 소홀히 할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점차로 기업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주주와 소통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힘도 약해지고 있다. 저자는 그렇기에 이사회와 주주의 갈등을 이용해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전략은 점점 성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도 이제는 과거의 공격적인 전략보다는 기업의 쇄신을 돕는 상생의 전략을 세심하게 구사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저자의 진단이 행동주의의 시대가 이제는 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행동주의 투자자의 위력이 떨어지는 시기는 기업이 이미 주주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을 때다. 현재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가? 원활한 소통 창구와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투자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기업의 재무, 기획, IR 등 주주 가치와 연관이 있는 임직원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 기업과 투자자의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법안과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에도 투자자가 들어올 날이 멀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웬 워커
풍부한 경험과 수상 경력을 갖춘 금융 전문 기자다. 그는 미국, 영국, 그리고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는 기업 및 투자에 관한 뉴스를 다룬다. 미국 기업 이사회와 지배구조를 다루는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특별 간행물 『어젠다Agenda』의 책임 편집자로 일했다. 현재는 『파이낸셜 타임스』 특별 리포트팀의 발간 담당 편집자로 런던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한 피어슨 그룹 연금 플랜Pearson Group Pension Plan의 이사회 임원을 지내고 있다. 『이사회로 들어간 투자자』는 그의 첫 단행본 저서다.
옮긴이 : 박준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학부 시절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에서 가치투자와 행동주의 투자를 처음 접했다. 이후 진로를 변경하여 도이치 증권의 리서치 부서에 입사했다. 이후 K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 첫 공모형 행동주의 펀드인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만들어서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 8개에 대한 주주 관여 활동을 진행하여 기업의 배당을 확대하고 지배구조 개편을 끌어냈다. G사에 대해서는 주식형 공모펀드로서는 최초로 주주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했다.
목 차
추천사
옮긴이 서문
감사의 말
Part I 들어가며
1. 행동주의 투자자는 누구인가?
2. 행동주의 투자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Part II 전투
3. 다덴 레스토랑 VS 스타보드 밸류_주주를 무시한 기업이 남긴 교훈
4. 야후 VS 서드 포인트_기업의 미래를 바꾼 집중 포화
5. 엘러간 VS 밸리언트_치열한 동맹 맺기 싸움
6. 듀폰 VS 트라이언_행동주의 투자자를 막는 법
Part III 협력
7. 마이크로소프트 VS 밸류액트_긴밀한 대화와 합의의 힘
8. HP VS 릴레이셔널_기업과 협력하는 행동주의 모델
9. 월그린 VS 자나 파트너스_조용하게 기업을 뒤바꾼 트로이 목마
10. 얼라이언스 VS 엘리엇_끈질긴 저항 끝의 휴전
Part IV
11. 진격하는 행동주의 투자자
12. 행동주의 시대는 계속될 것인가?
에필로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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