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복잡계 전문가 닐 존슨이 알려주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방법
복잡성 과학은 상호작용하는 다수의 개체들의 집합에서 나타나는 ‘창발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창발 현상은 “각 부분 또는 구성원이 상호작용한 결과, 구성요소의 특성과는 별도로 전체 집합체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저마다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투자자들이 모였는데 홀연히 급등락 하는 주가 움직임이 그렇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는 되먹임으로, 과거의 기억이나 상대의 전략에 관한 정보 등에 따라 각 개체의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복잡성은 행위자인 다수의 개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집합을 이룬 상태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에 따라 되먹임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이런 복잡계 연구를 세상에 적용해보면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언뜻 별 상관없어 보이는 교통 체증, 주식시장 급락, 암 치료 등에 공통적으로 숨어 있는 복잡성 패턴에 관한 설명을 보면 세상은 의외로 단순함을 엿볼 수 있다.
금요일 밤 술집에 갈까 말까?
닐 존슨은 이 책에서 ‘금요일 저녁 술집을 갈지 말지 선택하는 게임’을 소개하며 어떻게 복잡한 문제가 복잡계를 통해 단순화되는지 설명한다. 게임에서 술집은 그리 크지 않아서, 좌석 수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술집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일단 어떤 금요일 밤에 술집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100명 있다고 가정하자.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N=100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우리는 안락 한계 L=60과 어느 금요일 밤에 술집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 N=100이라는 두 숫자를 갖게 된다. 이 경우 우리는 어떤 한정된 자원, 즉 사람이 넘쳐날 가능성이 있는 술집의 빈 좌석을 놓고 경쟁하는 인간들의 집합체에 대한 전형적인 예를 확보한 셈이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결정과 결과를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술집이 덜 붐비는 경우,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어느 금요일 t의 참석자 총수 n(t)이 L보다 적은 경우 술집에 갔다면 우리는 만족하겠지만 만약 가지 않았다면 선택을 후회할 것이다. 반면에 술집은 한창 붐비는 경우, n(t)가 L을 초과했을 때 술집에 안 가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선택에 만족하겠지만 술집에 가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선택에 후회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우리가 과거에 몇 번이나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다. 기억이 좋았던 혹은 싫었던 간에 기억은 어쨌건 존재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의 결정을 편향시킨다.
그렇다면 이런 과거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되먹임에 따라 한쪽을 편향된 구도를 나타나게 될까? 아니면 다들 확신을 잃게 되어 무작위로 행동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까? 홍콩 중문 대학의 팍밍 후이와 대학원생들은 복잡계를 이용해 사람들이 결국 결정의 양극단을 향해 치솟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과 항상 반대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로 자발적으로 양극화되어 버렸다. 이는 인구 집단은 자신들의 경험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 믿으며 술집에 무조건 간다 쪽에 머물러 있는 군중과 항상 반대의 경우로 생각하는 반군중으로 저절로 나뉘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복잡계를 이용하면 지금 사람들 사이에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더라도 시스템 전체가 스스로 자기조직화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한정된 자원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사람들이 모두 같은 종류의 되먹임을 받는다는 사실과 마치 일종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통제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방법
우리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포함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병원체들에 둘러싸여 있다. 병원체들은 질병을 일으키고 질병은 복잡계의 어두운 면을 표상한다. 가장 치명적인 질병은 복잡계를 예측, 관리, 통제하기 아주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의 핵심을 파고들어, 정교하지만 제한적인 인체의 방어 기제를 한 수 앞서 나간다.
어떤 미지의 바이러스 하나 또는 여러 바이러스가 출현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의 확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공동체 단계별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좀 더 구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공공자원이 항상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동체 ‘사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전염을 통제하는 데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 질문에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로스 안데스 대학의 로베르토 사라마와 후안 파블로 칼데론은 학교가 학급이라는 자연스러운 공동체, 작은 사회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학교에서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을 연구했다.
매주 수요일 아침, 누에바 그라나다 학교의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감기에 걸렸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매주 2000여 항목에 학생, 교사, 직원의 정보가 0과 1로 표시된 데이터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쌓인다. 이 주 단위 데이터들이 함께 모이면 학교에서 감기가 시간에 따라 진화해 가는 수학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연구진은 이 수학적 모형을 이용하여 바이러스가 퍼지는 방법에 사람들의 접촉 빈도와 연결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학급의 평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기 빈도수가 낮아지는 현상은 한 구성원이 같은 학급 내에서 보통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수 감소로 설명될 수 있었다. 여기서 ‘가까운 관계’는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기 위해 충분한 접촉”이 있음을 의미한다. 가깝거나 기침이 튈 만한 거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감기 바이러스가 연필에 묻어 있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이 이걸 사용하면서 전염되는 식의 간접적인 접촉일 수도 있다. 또한 연구진들은 학급의 평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학급의 한 사람이 보통 가까운 관계를 맺고 집단을 이루는 중탕 속 사람 수가 실제로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이러스와 루머의 전파를 통제하기 위한 교훈 또한 흥미롭다. 이 연구의 결과는 만약 슈퍼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고 특히나 겁 없는 아이들을 강타했다면, 통제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먼저 교실에서 자리 간격을 더 벌리든지 하는 식으로 자기 학급 내에서의 접촉을 줄이는 데 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학급 내 접촉 수를 줄인다. 어린아이들은 보통 다른 학급간의 접촉 수 보다 다른 학급 간의 접촉 수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연령이 높은 집단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아이들 학급 내부에 서의 접촉 수에는 주의를 덜 기울여도 되지만, 다른 학급 간의 접촉 수에는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
감기에서 비롯된 연구 과제는 더 나아가 바이러스, 뉴스, 루머와 같은 것들이 연결된 인간 군집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어 나가는 방법과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이 연구는 공동체 내부와 공동체들 사이의 연결성의 차이가 전파 패턴을 결정짓는 데 지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복잡한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 있을까?
주식시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완벽한 예측 모형을 갖고 있다면 강력한 되먹임 효과에 의해 그 모형은 즉시 완벽한 예측 모형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모든 사람들은 그 다음 거래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데 예측 모형을 사용할 것이고, 이로 인해 시장은 극적으로 뒤틀리고 예측 모형은 작동을 멈춰 버리게 된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주식시장 현황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주식시장에 보편적인 패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시장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주식이 거래된다는 것밖에 없겠지만 이게 핵심 포인트이다.
주식시장은 모두 다음 번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과거의 가격 변동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며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거래자)의 집합체로 구성된다. 이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거래자 집단이건, 혹은 뉴욕이나 런던에서 활동하는 집단이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거래자들이 과거의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이다. 또한 실제 의사결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금융시장은 때로는 무질서하게 때로는 질서 잡힌 상태로 움직인다. 평균적으로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우리의 매개변수는 무질서한 상태의 값인 0.5와 질서 잡힌 상태의 값 1 사이에 놓여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 거래자들에게 가해지는 정보의 되먹임은 현재의 가격 추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또는 이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지속성이 강화된다. 통로는 점점 좁아지게 되고 확실한 방향을 나타난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에는 되먹임이 현재 가격 추이에 반대로 작용한다. 그래서 시장은 불확실하고 무질서한 상태가 되어 통로도 넓어지고 확실한 방향성도 없어진다.
최근 나치 굽타와 연구진은 실제 시장 데이터를 이용해 이런 유형의 통로 구축과 예측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일단의 예측 가능성을 판별하기 위해, 연구진은 실제 시장의 최근 가격 변동과 아주 닮은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인공 시장 모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공 시장 모형을 실제 금융시장에 맞게 학습을 시킨 후 인공 시장 모형을 돌려 보았다. 결과적으로 연구진은 금융시장이 계속해서 예측 가능한 것도 예측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대신 예측 가능한 (무작위적이지 않은) 기간과 예측 불가능한 (무작위적인) 기간이 나뉨을 보여 주었다. 말하자면 시장은 다른 복잡계가 그러하듯 일단의 질서와 연관된 일단의 예측 가능성이 존재함을 내비친다.
재미있게도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나타나고 지속적으로 폭락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적절한 관찰 도구만 있다면 복잡계 내부를 들여다보다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질서가 생겨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사전에 감지 가능한 매우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그리고 구체적인 예측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닐 존슨
현재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양자이론에서 경제물리학에 걸치는 다양한 복잡성 연구로 유명한 물리학자이다. 2007년까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재직하며 복잡성 분야 협동연구센터의 공동 센터장을 지냈다. 국제적 학술지에 200여 편의 연구논문을 게재했고, 월드 사이언티픽 출판사의 ‘복잡계와 학제 간 과학’시리즈의 편집자로도 참여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복잡계 연구 권위자다. 저서로는 《금융시장의 복잡성Financial Market Complexity》 (옥스퍼드대 출판부, 2003) 등이 있다.
옮긴이 : 한국복잡계학회
한국복잡계학회Korea Academy of Complexity Studies, KACS는 2006년에 결성된 복잡계 연구모임 '복잡계 네트워크'를 모태로 2014년에 출범했다.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복잡계를 키워드로 통합적인 이해와 해법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경제/경영학, 예술 및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및 업계 종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목 차
1부 세상은 뜻밖에 단순하다
1장 둘이면 좋아도 셋이면 복잡해
창발 현상 연구, 복잡성 과학 | 연애에서 테러까지 | 인생은 복잡성의 연속 | 핵심은 ‘되먹임’과 ‘창발 현상’ | 복잡성, 모든 과학의 과학
2장 무질서가 지배하는데 괜찮아?
너무 까다로운 파일 정리 | 질서와 무질서를 오가는 복잡계 | 정보의 되먹임이 부리는 마술 | 생명 또한 질서의 다발 | 우주의 암울한 미래 | 우리를 살리는 무질서 | 편향 효과와 ‘쩔쩔맴’ 현상
3장 혼돈과 올 댓 재즈
혼돈과 복잡성은 다르다 | 체계적인 인턴, 부주의한 인턴 | 걱정하지 마, 그저 혼돈일 뿐이야 | 우리 모두 경계인 | 진정한 복잡계, 모던 재즈 | 복잡계를 관찰할 때 주의할 것들
4장 따라쟁이 심리
기억 또한 정보의 되먹임 | ‘불타는 금요일’ 무엇을 할까 | 술집 선택도 게임 | 가느냐 마느냐? 전략이 필요하다 | 군중이 생기면 반군중도 절로 |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다양성 | 복잡계라도 관리 가능하다
5장 연결되기
내가 알고 너도 알듯 | 좁은 세상, 넓은 세상 그리고 그 가운데 | 세상을 떠받치는 네트워킹 | 식물을 살리는 네트워크 | ‘돈 나무’로 외환시장 보기 | 네트워킹으로 본 세계화 평가 | 1부를 정리하며
2부 증권시장, 짝 찾기, 테러 그리고
6장 금융시장 예측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근데 언제? | 가만히 있으나 걸으나 문제 | 월 스트리트 따라 걷는 복잡한 걸음 | 정보 되먹임에 시장이 춤춘다 | 조심해, 이제 폭락할 거야 | 금융시장의 예측 가능한 기간 | 대형 사건의 영향은 어디나 비슷
7장 교통 네트워크와 기업의 사다리
우리의 길로 돌아가서 | 시간은 돈이다 | 창조적인 혼잡통행료 | 곳곳에 바퀴통-바퀴살 네트워크 | 기업 내 사다리와 정보 소통
8장 천생연분을 찾아서
완벽한 쌍이 드문 이유 | 짝 찾기 또한 복잡계 | 솔로로 남을 확률 | 킹카 퀸카 납시오 | 데이트 모형의 몇 가지 변형 | 늑대, 개와 양의 게임
9장 분쟁 대처하기: 차세대 전쟁과 글로벌 테러리즘
모든 전쟁은 비슷하게 복잡하다 | 전쟁의 거듭제곱 법칙 | 현대전과 테러리즘의 보편적 패턴 | 현대전의 복잡계 모형 | 공격 타이밍도 규칙적
10장 감기 발병, 슈퍼 독감 회피, 암 치료
타고난 킬러들의 복잡성 | 역학조사: 공동체에서 학급으로 | 아이들, 감기와 감염 | 암을 고사시키려는 새로운 시도 | 최후의 결전: 슈퍼 박테리아 대 면역계
11장 모든 복잡성의 어머니: 나노 양자 세계
아인슈타인의 골칫거리 | 셋은 군중이다, 그런데 둘도 그렇다 | 식물, 박테리아, 두뇌의 비밀스러운 양자 효과 | 승률 100퍼센트 양자 게임 |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12장 무한, 그리고 그 이상
물리학자의 부적당한 무한대 | 미래는 밝고 또한 복잡하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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