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봄은 혼자 오는 것이 아니에요.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막바지입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와 겨울 크레용들을 밀어냅니다. 겨울 크레용들은 버티지 못하고 봄바람에 밀려났지요. 봄 크레용 연두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들판에 새싹이 올라오고, 조금씩 꽃도 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겨울 크레용들이 다시 꽃샘바람과 함께 몰려왔어요. 매서운 바람이 들판을 휘젓고 다녔지요. 겨울 크레용들이 신나게 날뛰는 사이 큰 나무의 작은 나뭇가지가 우드드득 하고 부러져 버렸어요. 겨울 크레용들은 얼른 달아나 버리고, 봄 크레용들은 꽃샘바람에 고개를 숙인 꽃을 다시 안아 주고 묶어 주었어요. 그러다 부러진 나무를 본 연두들은 나무를 감싸고 안아 주었어요. 나무에서 다시 싹이 났지요. 드디어 진짜 봄이 옵니다. 봄은 혼자 오는 것이 아니래요.
“연두, 연두.” 따뜻한 봄이 왔어요.
보라색, 파란색, 회색, 검은색 크레용들은 어쩐지 춥게 느껴집니다. 반면에 연두색, 노란색, 분홍색 크레용들은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지지요. 추운 겨울에는 자연에도 색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얀 눈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요. 봄이 되면 곳곳에 꽃이 펴서 세상의 색이 다채로워집니다. 추운 겨울에는 식물들도 얼어서 바람에 상하기 쉽지만 따뜻한 봄이 되면 수분과 햇빛을 잔뜩 머금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랍니다.
봄의 다채로운 색깔들을 연두와 다른 크레용들이 열심히 칠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기온이 따뜻해져서 봄이 자연스럽게 오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연두와 다른 크레용 요정들이 “연두, 연두.” 하며 색을 칠해 넓혀 가는 것인지도 몰라요. 다 같이 힘쓰고 서로서로 도와서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봄은 혼자 오는 게 아니라, 모두가 노력해서 이루어 낸 자연의 아름다움입니다.
작가 소개
38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동화를 썼습니다. 학교를 그만 둔 뒤에는 숲 속 작은 집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아동문학상과 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동안 쓴 책이 171권으로 《짜증방》, 《볶자 볶자 콩볶자》, 《숲 속 화장실》, 《아빠를 버렸어요》, 《엄마를 버렸어요》 등이 있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책으로는 《싫어》, 《노랑》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글을 써서 어린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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