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다윈이 위대한 연구의 첫발을 막 내딛었던 때를 연상시킨다”
- 《가디언》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세계 최고 유전학자와 떠나는 가장 지적이고 감동적인 고고학 여행!
유전학은 고고학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이 새로운 과학은 고고학자들조차 몰랐던 미지의 구인류 데니소바인의 존재를 고대 DNA로 밝혀냈고, 정설로 여겨지던 다지역 기원설을 보기 좋게 몰아냈으며, 아프리카 기원설의 오류 또한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고고학의 도구에 불과했던 유전학의 이런 놀라운 진보를 이르는 말인 ‘고대 DNA 혁명’이 결코 과언이 아닌 것이다. 유전학자들은 DNA를 이용해 고고학이 단지 추측만 해왔던 인류의 발자취를 높은 해상도로 복원해내고 있다.
이 책은 현장에서 일하는 유전학자가 이 새로운 과학의 발전 과정을 쉽고 간명하게 제시하며 그것이 어떻게 기존의 학설들을 뒤흔들어 놓았는지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네이처》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자 데이비드 라이크의 야심찬 첫 저작인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으며,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극찬을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유려한 문체와 감동적인 메시지로 ‘고대 DNA 혁명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편지’라는 호평을 받기도 한 이 책은 인류의 기원과 차별의 역사에 관한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구인류 덕분이다!
인류의 본능은 경쟁과 살육이 아닌 이동과 교배
네안데르탈인은 구인류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다. 그러나 그 과정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고고학계는 우리보다 머리가 크고 몸집이 거대한 이 구인류는 현생인류와 교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쟁에 밀려 도태된 채 멸종했다고 주장했다. 이 정설을 뒤집은 건 다름 아닌 유전학이었다. 일명 ‘네안데르탈인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자는 이 미스터리한 존재가 남긴 한줌의 DNA와 현생인류인 우리의 DNA를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현생인류가 가는 곳마다 네안데르탈인을 절멸시켰을 것이란 학계의 정설과 달리, 우리 현생인류의 유전자 속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약 2퍼센트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교배의 증거였다. 이는 자칫 서로 다른 종이라고 여겨져 영영 우리의 관심 밖에 놓일 뻔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존재를 유전학의 힘으로 밝혀낸 획기적 사건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만일 이런 교배가 없었더라면 현생인류는 극한의 빙하기를 살아남아 지금의 문명을 꽃피울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현대 유럽인과 동아시아인은 상대적으로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데, 이는 혹한의 환경에서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이들에게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티베트인들이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런 환경에 적응한 또 다른 구인류인 데니소바인의 DNA 덕분이다. 이렇듯 현생인류의 생존 전략은 끊임없는 경쟁과 살육이 아닌 반복된 이동과 교잡이었다. 현생인류가 가는 곳마다 구인류를 살인했다는 가설은 유전학의 발견으로 제동이 걸렸다. 유전학은 구인류가 남긴 DNA로 현생인류에게 쓰인 누명을 벗기고 있는 중이다.
인종차별, 카스트제도, 성차별을 유전자로 알아낼 수 있을까?
유전자에 새겨진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를 찾아서
미국 전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을 둘러싼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다. 그가 은밀히 자신의 흑인 노예 샐리 해밍스와 성적인 관계를 맺고 자녀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둘의 부적절한 관계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최근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1998년 발표된 유전학 연구로 샐리 헤밍스의 남성 자손과 제퍼슨의 남성 자손 사이의 Y염색체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미궁의 관계는 유전학이라는 명탐정의 과학적 추리 끝에 기정사실로 인정된 셈이다. 그런데 이런 소수의 힘 있는 남성과 낮은 위치의 여성이 맺는 불평등한 관계가 과연 제퍼슨과 헤밍스뿐이었을까? 저자는 스스로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이라고 밝힌 5000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그들의 게놈 대부분에서 유럽인 DNA 비율이 평균 27퍼센트나 이르는 반면, 여성의 역사를 반영한다고 알려진 X염색체에서는 23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제퍼슨-헤밍스 같은 불평등한 관계는 소수의 사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또 다른 사례가 바로 인도의 카스트제도다. 인도의 한 집단은 수술 전 투여되는 근이완제에 반응해 장기간 근육 마비를 일으키는 비율이 높다. 이것이 단지 ‘차별’ 때문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저자가 인도인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인도인 집단의 약 3분의 1이 다른 집단과 거의 섞이지 않았음을 알아냈다. 그 결과 창시자가 가지고 있던 질병이 자손에게 그대로 전해졌고, 이는 인도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 저자는 유대인 중에서도 소수인 아슈케나지계에 속하는 자신의 삶과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동질감을 느꼈다. 유대인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받아들이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배척 때문에 저자의 가족은 유전병에 시달리거나 죽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차별과 불평등이 사회적으로는 물론 인간의 건강에까지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냉철한 과학자가 던지는 인류애에 관한 뭉클한 메시지
왜 전립선암은 유럽계 아메리카인보다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이 더 잘 걸릴까? 의사가 어떤 환자를 치료할 때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의심하는 건 인종차별일까? 인간 집단 간의 생물학적 차이는 정말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2008년 저자는 한 학회에서 전립선암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일부 학자들로부터 ‘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전립선암의 위험인자가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에게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건 그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아프리카인의 DNA를 더 많이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탓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유전학 연구가 질병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가 ‘차별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재하는 유전적 차이에 따라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길 바라는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인종’이란 단어를 부정하면서 사람들 간에 분명히 존재하는 차이를 회피하거나 무의미한 논쟁만 되풀이한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역사적으로 내려온 차별과 불평등을 덮어버리고, 질병의 치료법 개발을 늦출 뿐이다.
유전학이 밝혀낸 중요한 사실은 현대의 거의 모든 집단이 수천 년, 혹은 수만 년에 걸쳐 반복된 집단 교잡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열린 태도로 사람들 간의 차이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모든 개인을 존중하고자 한다면,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더 작지만 유의미한 평균 차이를 포용하는 데 엄청난 노력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몇 만 년 전부터 계속된 반복적인 교잡의 역사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임을 예언한다.
이 책은 인류의 기원과 차별의 역사를 유전학으로 밝혀내는 놀라운 여정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자로서 저자가 인류에게 던지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은 보기 드문 역작이다. 유전자 속에 새겨진 차이를 인정하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연대할 것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태도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오늘날 과학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용기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유전학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과 연구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가득 차 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해 알고 싶고, 상식이 뒤집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독자에게 지적인 즐거움은 물론 가슴 뭉클한 여운까지 고스란히 안겨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데이비드 라이크
하버드대학교 의학대학원 유전학과 교수이자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연구원.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를, 옥스퍼드대학교 세인트 캐서린 칼리지에서 동물학 박사를 받았다. 인간의 고대 DNA를 분석하는 분야의 세계적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한 해 동안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 중 최고의 논문에 미국과학증진협회가 수여하는 뉴컴 클리블랜드 상(2010),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교잡을 발견한 공적을 치하한 댄 데이비드 상(2017), NAS 분자생물학상과 다윈-월리스 메달(2019) 등 많은 상을 받았다. 2007년 유전학 관련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네이처 제네틱스》에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의 전립선암 발병률을 높이는 유전자 연구를 발표해 언론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서 고대 DNA 데이터 분석을 산업적 규모의 연구로 발전시킨 공적으로 모든 과학 분야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과학자 열 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2011년 하버드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의 유전학 연구팀의 공동 리더로 참여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 현대인 집단의 다양성을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설계한 칩은 현재까지 세계 많은 연구실에서 인간 변이 연구의 주축이 되고 있다.
옮긴이 : 김명주
성균관대학교 생물학과,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호모 데우스》, 《신 없음의 과학》, 《디지털 유인원》, 《인공생명의 탄생》, 《도덕의 궤적》, 《우리 몸 연대기》, 《인류세의 모험》, 《과학과 종교》, 《1만 년의 폭발》, 《다윈 평전》,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등이 있다.
목 차
1부 인류의 먼 과거의 역사
1장 게놈이 밝혀낸 우리의 과거
2장 네안데르탈인과의 조우
3장 고대 DNA가 수문을 열다
2부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
4장 유령 집단
5장 현대 유럽의 형성
6장 인도를 만든 충돌
7장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을 찾아서
8장 게놈으로 본 동아시아인의 기원
9장 아프리카를 인류 이야기에 되돌리다
3부 파괴적 게놈
10장 게놈에 드러난 불평등
11장 게놈에 반영된 인종과 정체성
12장 고대 DNA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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