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늘 나와 함께 했던 봄이,
햇살처럼 따뜻했던 나의 스웨터
엄마가 만들어 준, 하나뿐인 내 스웨터 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누가 버렸을까? 놀이터에 두고 왔을까요?
삶이 힘들 때마다 들여다보면 위로와 용기를 주고
우리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애착 물건 이야기
이 책은
한 시절과 이별하고 또 성장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안녕, 나의 스웨터》는 엄마가 떠 준 노란 스웨터를 애착 물건으로 아끼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스웨터가 사라지며 겪게 되는 마음의 변화와 성장을 담담히 담아낸 그림책이다. 작가가 사랑하는 동생의 어린 시절 애착 물건인 스웨터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북유럽에서 체험한 미적 감성으로 다져진 글과 그림에 담아냈다. 시각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촉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질감이 잘 느껴지는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해 콜라주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 책은 애착 물건에 보이는 애정에 대한 내용보다 애착 물건을 떠나보낸 뒤 아이가 느끼게 되는 마음의 변화에 주목한다. 봄이를 잃어버리고 나서 아이는 삶 곳곳에 흩어져 있는 봄이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흔적들 속에는 봄이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켜켜이 묻어 있다. 봄이를 찾아 헤맨 공간 곳곳에 숨어 있던, 봄이의 꽃무늬와 닮은 소소한 풍경들은 스웨터를 찾지 못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를 말없이 따뜻하게 배웅해 준다.
애착 물건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시기의 아이들이 주체적인 자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를 크고 강렬하게 느끼듯, 작가는 주인공 아이의 손이나 얼굴, 사물의 특정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강조하거나 과장되게 묘사하는 등 독특하고 과감하며 개성 넘치는 작업을 화면 가득히 펼쳐냈다.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낸 발명품, 애착 물건
‘라이너스 증후군’. 만화 〈찰리 브라운〉에서 찰리의 친구 라이너스가 항상 담요를 들고 다니는 것을 두고 생긴 말이다. 일명 담요 증후군(Blanket Syndrome)이라고도 하는 말은 흔히 아이들이 특정 시기에 인형이나 장난감, 보호자의 옷 등 특정 사물에 애착을 갖는 행동을 가리킨다. 자궁 안에서 성장한 아기는 생후 초기 애착 대상과의 안정적인 유대 관계를 충분히 맺은 후 서서히 분리되어 독립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안이 동반된다. 그때 아이는 양육자를 대신해 특정 사물에 애착을 가짐으로써 양육자로부터 분리되는 불안감을 해소한다. 아이가 양육자로부터 분리되어 독립하는 과정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애착 물건이다. 아동 심리학자들은 만 4세 무렵까지 아이들이 특정 물건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인형, 담요, 양육자의 체취가 나는 천 등 주로 촉감이 좋고 익숙한 체취가 묻은 물건을 애착 대상으로 삼는데, 애착 물건은 양육자로부터 분리되어 자아를 성립하는 과정에서 불안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수단이 되어 준다. 이러한 애착 물건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독립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낸,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특정 사물에 애착을 가졌던 아이들 중 상당수가 예술적 감수성과 과제 집중력이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각적 효과로 촉감을 자극하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그림책
《안녕, 나의 스웨터》는 스웨터 ‘봄이’를 애착 물건으로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 ‘나’가 애착 물건을 떠나보내며 겪게 되는 심리를 천진하고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주인공은 엄마가 떠 준 노란 스웨터에게 ‘봄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며 쌍둥이 동생처럼, 또 친구처럼 여겨 늘 함께 한다. 잠잘 때도, 놀 때에도 보들보들한 스웨터를 만지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봄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얼굴에 묻은 밥풀을 엄마가 떼어 주는 것처럼 봄이에게 생긴 보풀을 조심스럽게 떼어 주고, 마시멜로 두 조각이 있으면 하나는 자기가 먹고 나머지 조각은 봄이 주머니에 넣어둘 정도로 봄이를 아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스웨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놀이터에 벗어 두고 왔을까? 빨랫줄에 걸려 있다가 날아가 버렸을까? 비가 쏟아지고 봄이가 젖을까 봐 걱정하며 강아지 콩이와 함께 온 동네를 뒤져봐도 봄이는 보이지 않는다. 봄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아이들의 세계에서 유대 관계를 맺은 한 세계와 작별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짐작처럼 크게 슬프지 않으며 오히려 더 담담하고 천진하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 문득 알게 된다. 언젠가 사랑하는 것들과 이별할 수 있다는 것을, 찾아 헤매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아이들은 한 시절과 자연스럽게 작별한다. 하지만 아이들만이 가진 천진함의 원동력으로, 이별의 슬픔에 빠져있기 보다 대상과의 추억을 더욱 즐겁고 소중히 여길 줄 알기에 또 다른 문을 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담담하고 천진하게, 새로운 세계로 건강히 진입하고 성장해 나간다.
작가 소개
홍익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고 스웨덴 스톡홀름 Konstfack에서 디자인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LG생활건강, 교보문고 외 여러 기업 일러스트 공모전에서 입상했고, 창비와 남해의 봄날 외 여러 출판사와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했다. 어린 시절 꿈을 따라 주로 그림을 그리며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눈사람 먹구리》, 《햄버거 나라 여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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