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냉장고가 다 없어져 버리면 어떤 큰일이 날까?”
냉장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미니멀리즘 환경 그림책!
이 책에는 냉장고를 먹어 치우는 괴물이 등장한다. 괴물은 동네에 있는 냉장고를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꿀꺽꿀꺽 먹어 치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냉장고 없는 생활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집집마다 커다란 냉장고에는 음식물이 가득하고 하나로 부족해 두 개의 냉장고를 갖고 있는 집도 많아지고 있다. 김치 냉장고도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냉장고가 있어서 우리는 건강하고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말한다. “냉장고란 것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하지만 괴물이 냉장고를 먹어 버려서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냉장고가 흔하지 않던 시절, 혹은 냉장고 용량이 지금처럼 크지 않던 시절의 우리들은 어떠했을까? 사람들은 조금씩 자주 장을 보면서 그때그때 신선한 먹을거리를 사서 먹었다. 혹시나 식재료가 남거나 요리한 게 남으면 옆집에 가서 ‘이것 한 번 먹어 보세요.’라고 권하곤 했다. 작가는 혹시 냉장고가 우리에게 이런 삶을 빼앗아 간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냉장고 먹는 괴물이 아이들과 밝게 노는 모습을 그린 이 그림책을 통해 냉장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왜 무시무시한 괴물은 냉장고만 먹을까?
어슬렁어슬렁 나타나 냉장고를 꿀꺽 삼키는 괴물. 괴물은 냉장고를 먹는다. 왜 괴물이 냉장고를 먹는지 설명은 없다. 괴물이 한 말은 “내가 먹어 버려야, 너희가 건강해져.”였다. 왜 냉장고가 없으면 건강해진다고 말할까?
작가는 냉장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냉장고는 음식물의 보관 상태를 연장할 뿐, 영양소까지 보존하는 건 아닙니다. 또한 음식이 상하지 않으리라 믿으며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오래된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아졌고, 몸에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장 보는 방식을 보면, 한 번에 먹을 고기 양보다 더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서, 남는 것을 냉동실에 넣어 둔다. 그리고 나중에 생각날 때 해동해서 먹는다. 어떤 이들은 당장 먹거나 쓸 음식물이나 식재료가 아닌데도 일단 사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자꾸 냉장고를 채우고, 냉장고가 비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냉장고를 정리할 때마다 쓰레기로 버리는 음식물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기도 하고, 오래 보관하면서 상하거나 문제가 생긴 음식물도 생긴다. 정말 괴물이 말하는 것처럼 냉장고가 없어져야 우리가 더 건강해지는 걸까?
벽을 없애고 미래를 지키는 냉장고 먹는 괴물
이 책에 나오는 괴물의 모습은 무섭지 않다. 괴물은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매일 놀고, 목말도 태워준다. 아이들은 괴물과 다방구를 하고 숨바꼭질도 한다. 아이들도 괴물도 모두 노는 것이 신난다고 말한다. 괴물은 사람들 몰래 냉장고를 먹어 치우지만, 사람들을 해 하려는 생각이 없다. 아이들과 어른의 입장은 반대다. 냉장고를 없애는 것에 어른들이 모여서 대책 회의를 하고, 또 새로 산 냉장고가 없어지자 분노를 터뜨리지만, 아이들은 괴물이 놀이터에 오면 신나기만 하다.
괴물이 아플 때, 옆에서 아픈 괴물을 돌보는 것도 아이들이고, 괴물이 떠나갈 때 손을 흔드는 것도 아이들이다. 괴물이 냉장고를 없애서 지키려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일까? 냉장고가 없는 동네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개인들마다 갖고 있는 커다란 창고인 냉장고가 이웃들 사이를 막는 벽이 되었던 것이다.
냉장고가 없는 삶은 불가능할까?
최근에 가끔씩 냉장고 없이 생활하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기사나 SNS가 올라온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자 냉장고 비우기, 냉장고 없이 살아보기 등을 도전하는 것이다. 실제 냉장고는 보통 가족들이 먹거나 잠시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섰다. 120리터 냉장고로 시작한 국내 냉장고의 역사는 최근 가정용 냉장고가 900리터가 넘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별도로 김치 냉장고가 필수다.
냉장고가 커지게 되면, 장을 볼 때 손도 커지는 경향이 많다. 냉장고가 잠깐 동안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게 아니라 장기간 식재료 창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냉장고 비우기에 도전한 사람이 며칠이면 비우겠지 생각했지만, 2주 넘게 해도 냉장고를 다 비우지 못했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선한 식재료를 바로 바로 구매하는 게 어렵지 않다. 유통망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냉장고 없이 사는 건 도전하는 게 어려울 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은 냉장고 없이 계속 살아야 한다거나 냉장고의 환경파괴의 주범이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 냉장고를 쓰는 방식이, 그리고 너무 커다란 냉장고가 우리의 생활과 환경을 파괴하고 불행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현욱
광장건축사사무소 대표 소장으로 건축가의 길을 가고 있다. 아이들은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며 땅콩집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열정적인 환경 운동가로 재미있는 동화 작가에 도전중이다. 저서로는 ‘두남자의 집짓기’, ‘나는 마당 있는 작은 집에 산다’가 있다.
그린이 : 양수홍
대학에서 한국화를 공부하고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일산에서 ‘그림상상’이라는 작은 화실에서 어린이와 성인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창작 그림책 작업을 한다. 그린 책으로 ‘호랑이와 곶감’, ‘숲으로 간 고양이’, ‘임시 정부에서 날아온 김구의 편지’, ‘저학년 공부 사전’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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