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꼬마 의사 vs 사나운 덩치,
작고 여린 아이와 무섭기로 소문난 짐승의 한판 대결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의 이야기는 어느 동물보다도 몸집이 크고, 눈이 번뜩이며, 어린아이 하나쯤은 단숨에 집어삼킬 만큼 입이 넓은 악어 ‘사나운 덩치’가 ‘꼬마 의사’를 찾아오며 시작된다. 꼬마 의사는 작고 여려 보여도 다친 악어들을 외면하지 않고 한 마리 한 마리 정성껏 돌보는 용기 있는 여자아이다. 꼬마 의사는 자기보다 몇 배는 더 큰 사나운 덩치의 몸을 조심조심 진찰해 보지만 도무지 아픈 곳을 찾을 수 없다. 꼬마 의사가 마지막으로 입 속에 체온계를 넣으려는 순간, 사나운 덩치가 몸을 크게 흔들며 꼬마 의사를 위협한다. 그때부터 둘의 엎치락뒤치락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사나운 덩치는 꼬마 의사가 다가가려 할 때마다 더욱더 사나워지기만 하는데……. 사나운 덩치는 왜 꼬마 의사를 찾아온 것일까?
“꼬마 의사는 다시 해 보았어요. 또다시, 한 번 더.”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위험에 맞서 부딪히는 어린이
사나운 덩치의 거센 저항에도 그칠 줄 모르는 꼬마 의사의 끈기에 둘은 한동안 소란한 시간을 보낸다. 단호하고도 끈질기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꼬마 의사의 자세는 사나운 덩치의 마음을 점차 부드럽게 한다. 입을 꾹 다물고 몸서리만 치던 사나운 덩치가 끝내 입을 벌린 순간,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사나운 덩치는 플라스틱 고리에 몸이 묶인 새끼 악어들을 자기 입 속에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겁 없는 꼬마와 무시무시한 짐승의 대결은 한순간에 새끼를 구하기 위한 어미 악어의 극진한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도움을 구하러 찾아왔음에도 꼬마 의사를 경계하기에 급급했던 사나운 덩치의 모습은 외모 때문에 나쁜 소문의 주인공으로 살면서 주변의 연대에서 소외되었던 그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겁내지 않고 사나운 덩치를 끝까지 도운 꼬마 의사의 용기는 새끼 악어들을 구함과 동시에 소거되어 있던 사나운 덩치의 목소리도 되찾아 준다.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는 타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진실한 관계 맺음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선사한다. 또한 어른의 조력 없이 위험에 맞부딪혀 넘어서는 꼬마 의사의 귀한 경험을 보여 줌으로써 아이들이 위기의 순간에 스스로 한 발 내디딜 수 있도록 어깨를 다독인다.
누군가를 구할 수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 작디작은 것의 힘
꼬마 의사는 여느 어린이처럼 강한 존재를 동경한다. 악어들의 딱딱한 등가죽과 크고 힘센 턱을 부러워하거나 치료받은 악어들이 진료에 대한 보답으로 들려주는 ‘용감한 짐승’ 이야기에 꼬마 의사의 가슴이 뛰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꼬마 의사는 사나운 덩치와의 만남을 통해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제 안의 힘을 깨닫게 된다. 꼬마 의사의 고사리손이 사나운 덩치의 위기를 해결할 열쇠임을 보여 주는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꼬마 의사의 손과 사나운 덩치의 입 크기를 시각적으로 대비해 작은 것에 깃든 무한한 힘을 강조한다. 동시에 사나운 덩치와 그의 가족을 괴롭힌 것이 누군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조각이었음을 드러내면서 대자연의 위기가 얼마나 조그만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 밝혀 보인다.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는 누군가를 구할 수도,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 작디작은 것의 힘을 보여 주면서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커다란 무엇이 아니라고 설파해 낸다.
자연과 어린이의 우정을 그리는 작가 소피 길모어,
그의 자연 친화적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첫 그림책
작가 소피 길모어가 자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뉴질랜드 북섬의 야생에서 뛰놀며 자란 그의 유년 시절부터다. 그에게 덤불은 새들이 쉬는 집, 흙은 무궁무진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놀잇감이었다. 이후 작가는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며 약 8년 간 수상 가옥에서 살았다. 그러던 중 호주에서 악어를 연구하는 그의 가족을 통해 악어들의 습성과 그에 따른 오해에 대해 듣게 되었다. 어미 악어들은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들을 입 속에 담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곤 하는데 그 모습이 얼핏 새끼들을 잡아먹는 것 같이 보여 오해를 산다는 것이다. 잔인하고 냉혹한 이미지로 알려진 악어의 다른 일면을 알게 되면서 작가는 무섭기로 소문난 악어와 그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그려 나갔다. 한 장 한 장 쌓인 그림은 곧 작가의 첫 책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로 묶였다. 사람과 뭇 생명, 사람과 자연 사이에 길을 놓는 이 작품은 작가 소피 길모어의 첫 기착지이자 그가 가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그리게 하는 작품이다. 그림책으로 아이의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포착하며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우리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번역을 맡아 소피 길모어의 다정한 환상 세계에 지지의 목소리를 더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소피 길모어
뉴질랜드 북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맨발로 자연을 누볐습니다. 에든버러 예술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선상 가옥에서 지내는 동안 이 책을 지었습니다. 어린이와 동물 사이의 우정, 인간 본성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에 관심을 갖고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는 그의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
옮긴이 : 이수지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책을 펴냈다. 2016 국제 안데르센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미국 ‘뉴욕 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에 두 차례나 선정, 브라질 아동도서협회(FNLIJ) ‘글 없는 그림책 상’,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 ‘올해의 원화’ 금메달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출간된 첫 그림책 『동물원』(비룡소)은 NCTE(미국 영어 교사 협회)가 주관하는‘2008 우수 그림책’에 선정되었으며, 프랑스와 미국, 대만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출간되었다. 스위스 라주와드리르 출판사에서 출간한『토끼들의 복수』는 스위스 문화부에서 주는‘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상을 받았으며,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다. 이탈리아 꼬라이니 출판사에서 출간한『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데이트 모던의 아티스트 북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책의 가운데 접지를 경계로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의 경계 그림책 삼부작인 『파도야 놀자』, 『거울 속으로』, 『그림자놀이』 또한 이탈리아, 브라질,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20권이 넘는 그림책을 펴냈고, 신작 그림책 대부분이 세계에서 동시 출간되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 외 작품으로 『나의 명원 화실』,『검은 새』,『아빠 나한테 물어봐』,『이렇게 멋진 날』,『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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