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네유 인간학의 희극적 기원 - 초기 희극에 나타난 근대적 개인의 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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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심민화
출판사항강, 발행일:2020/04/27
형태사항p.320 국판:22
매장위치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8218256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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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내가 코르네유를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라신의 비극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이후였고,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이 된 이상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 말고 사적인 이유도 있었다. 라신의 비극을 물들이고 있는 장세니슴 신학의 비관적 인간관, 세계관이 내 삶에 주는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학부 시절, 교과서 수준의 해설서들을 지침 삼아 가장 유명한 비극 몇 편만 가볍게 읽고 코르네유 작품의 특징으로 받아들였던, 그리고 라신의 비관주의를 부각시키기 위해 나 자신의 논지에 끌어들이기도 했던 그의 영웅주의적 인간관, 낙천적 역사관이 그런 바람에 부응할 것 같았다. (……) 이후 생각지도 않게 꽤 긴 시간 동안 코르네유에 파묻히게 되었는데, 역설적이지만 그것은 코르네유의 4대 비극이 내 ‘기대’를 배반하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러듯이, 나는 그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4대 비극부터 다시 찬찬히 읽기 시작하였고, 거기서 영웅주의적 인간관과 낙천적 역사관이 아니라, ‘영웅’을 생산하는 각 편의 상황이 출구 없는 비극을 향해 점점 더 암울해져가는 것을 보았다. 전통적 평가 속의 코르네유와 다시 읽은 코르네유 사이의 그런 간극이 나를 그의 초기 희극들로 이끌었다. 한편으로는 아직 남아 있던 나의 사적 ‘기대’가 그의 초기 ‘희극’들로 눈 돌리게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초기작들에서 차후 걸작들의 배아를 발견할 수 있다면 4대 비극에 대해 새롭게 갖게 된 내 관점의 시금석이 될 수 있겠다는 다른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이 남긴 결과물이다. 17세기 초, 근대적 도시가 되어가는 파리의 번화가를 배경으로 한량 청춘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초기 희극들 역시 연인들의 결정적 결별로 귀결됨으로써 나의 개인적 ‘기대’를 저버렸다. 하지만 그 기대를 만들어낸 나의 바람이 완전히 무위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누군가 ‘사막의 고아’라고 불렀던 라신의 작품들은 우리를 그의 억눌린 자아를 대변하는 불운한 인물의 숙명에 몰입하고 동참하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는 자기투영적 작가다. 반면, 코르네유는 관찰자적 작가다. 그는 희극에서나 비극에서나 인물 간의 관계와 상황에서 비롯되는 인물 각자의 입장, 태도,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 다른 두번째 기대로 말하자면, 그의 희극과 비극 사이의 연결점을 확인하고 코르네유를 다르게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성과는 앞선 연구자들의 업적과 조언, 그들이 자극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으나마 내 몫의 ‘다름’을 얹은 것이지만 말이다.” —‘책머리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4대 비극을 통해 코르네유와 만났다. 이 책의 말미에 보론(補論)으로 붙인 졸고 「코르네유 4대 비극의 진화」는 위에서 밝힌 입장에 따라, 4대 비극 각각의 극행동과 인물 구조를 살피고, 그를 통해 네 작품의 진화를 기술해본 시론(試論)이다. 「『폴리왹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폴리왹트』에 대한 두브로브스키의 분석을 일례로 위에 제기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본 것이다. 4대 비극을 공부하는 동안 나는 코르네유적 상황, 코르네유적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일관성과, 거의 의식적이라고 할 만큼 논리적인 진화를 보았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행복한 결말’, ‘미래로 열린 시간’, ‘섭리적 역사’ 등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였다. 바로 이 점이 나로 하여금 코르네유 초기 희극으로 눈 돌리게 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의 4대 비극 읽기가 통설과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면, 그의 전 작품을 놓고 보았을 때 그런 결론이 정당한가, 다시 말해 ‘총괄적’인가는 4대 비극 전과 후의 작품들을 통해서 입증되어야 한다.
둘째, 그의 첫 작품 『멜리트』부터 코르네유가 보여준 독창성은, 두브로브스키의 말처럼, 그의 초기 희극들을 “직업의 규율이나 문학적 적합성(bienséances)의 요구에 의해 통제 받지 않은 (……) 자발적(spontanées) 작품들”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코르네유의 본래적이고 근본적인 특성을 뚜렷이 드러내주리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셋째, 그 독창성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실적 배경, 단순한 줄거리, 인간관계와 심리에 집중된 관심에서 먼저 드러나는데, 이는 벌써,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그것이 야기한 위기(péril)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관계의 변화를 탐구하는 그의 비극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넷째, 코르네유 자신도 「극시의 유용성과 그 부분들에 관한 논설」에서, “희극과 비극, 이 두 시가 구별되는 것은 두 시가 모방하는 인물들과 극행동의 위엄(dignité)에서뿐”이라고 말한다. 그뿐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가 희극 인물들이 가져야 할 특징으로 제시하는 ‘천함’ ‘추함’ ‘결함’ ‘기형’ 따위와는 거리가 먼, 도시 귀족들의 말과 행동을 재현한 점을 자기 희극의 특장점으로 내세운다.

다른 어떤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종류의 희극이 보여주는 새로움, 귀인들의 담소를 그려 보이는 자연스러운 문체 때문에 아마도 그렇게 놀라운 행운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때까지, 어릿광대 하인, 식객, 허풍선이, 박사님 등등의 우스꽝스러운 인물 없이 웃기는 희극을 본 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그는 희극 인물들과 비극 인물들의 차이(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는 대립적이기까지 한)를 줄이고 동질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두번째 희극 『과부(La Veuve)』의 「독자에게」에서는 희극을 이렇게 정의한다.

희극은 우리 행동과 우리 담화의 초상화일 뿐이다. 초상화의 완벽함은 닮음에 있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서, 나는 내 배우들의 입에 그들이 재현하고 있는 인물들이 처한 자리에서(em leur place) 말하였음직한 것만을 놓아주려고, 그리고 그들이 시인들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귀인들로서 말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희극 인물들을 도시 귀족으로 승격시켜 비극 인물들과의 거리를 좁힌 코르네유는 여기서 다시 희극 인물들을 ‘우리’로 치환한다. 이 일반화, 보편화의 경향과 아울러, ‘그림’, ‘초상화’ 같은 비유들에 담긴 리얼리즘,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객관적 위치, 그로 인해 무대와 객석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상의 거리(distance) 등을 환기하는 위의 예문은 그가 희극에서, 즉 ‘연극’이라는 특수한 장르의 구조 안에서, 비극이 다루는 역사적 사실보다 더 ‘직접적인 체험’의 ‘철학적 변용’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섯째, 그런 점에서 코르네유의 초기 희극들은 그가 말한 것처럼 미숙하다는 의미에서의 ‘습작’이 아닌, 인간과 인간사에 대한 그의 체험과 관찰이, ‘그 즉각적인 힘을 하나도 잃지 않은 채’ 연극이라는 특수한 형태에 담기며 인간적 삶에 대한 ‘형이상학’으로 구체화되는 ‘시작(試作)’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초기 희극들을 통해 그 형이상학을 규명하는 것은, 그 자신이 이미 얼마간 경계를 흐려놓은 희극 사이클과 비극 사이클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고, 코르네유의 전 작품이 그리는 ‘혁신과 연속’, 진화와 일관성 속에서 그의 초기 희극들이 차지했어야 할 정당한 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가설과 희망에 의해, 그리고 희극에 대해 코르네유 자신이 내린 정의에 충실하게, 극행동의 구조, 인물들의 행동과 담화, 그들 사이의 관계 및 그들이 부딪치는 장애와 갈등에 중점을 두고, 한편으로는 인간적 사실들을 바라보는 코르네유 특유의 관점을,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희극이 제시하는 당대 인간상의 특징들을 살펴보려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의 내용은, 코르네유 수용의 역사와 이 연구의 방향을 밝힌 서설, 이 연구의 각론으로서, 그의 희극들을 발표순으로 분석하며 그 진화를 살펴보는 I. 코르네유 희극의 진화 과정, 총론으로서, 거기서 도출되는 인간상을 동시대 문학 및 역사 사회적 흐름 속에서 살펴보는 II. 코르네유 희극에 나타난 근대인의 초상, 그리고 I, II에서 전개한 연구 내용을 최종 정리하고, 코르네유에 관한 최근 연구들을 제시하여 이어져야 할 과제들을 짚어보는 결어: 마무리와 전망으로 이루어진다.
덧붙여 4대 비극에 대한 연구들 중 두 편(「코르네유 4대 비극의 진화」「『폴리왹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을 보론으로 담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두 논문은 희극 연구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방법론을 재고하게 하여 초기 희극 연구로 이끌었다. 이 연구의 서막 같은 글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희극과 비극의 연결점을 드러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여기에 보충하여 싣는다.” —‘서설’에서

“코르네유의 희극들은 “풍속에 대한 풍자와는 거리가 먼” 사랑의 심리학, 즉 심정의 비밀을 다룬다. 결국 시대적 변화 속에서 형성된 새로운 인격을 정의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탐구의 목표라는 뜻이다. (……) 코르네유가 긴 세월 줄곧 매달렸던 희극들을 이처럼 그의 인간 탐구, 세계 탐구로 간주할 수 있다면 그의 희극들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며 밝혔던바, 우리가 찾으려던 코르네유의 전 작품을 관통하는 ‘근본적 동질성’은 바로 이 ‘낮은 수준의 개인성’에서부터 찾아지리라는 것이다.” —본문에서

 

작가 소개

심민화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덕성여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명예퇴직했다. 저서로는 『라신비극연구』,『라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공저)『프랑스 연극과 영화』(공저)『문예사조의 새로운 이해』(공저), ?역서로는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비평의 역사와 역사적 비평』『나의 프루스트 씨』등이 있다. 덕성여대 명예교수.

 

목 차

책머리에

 서설
1. 코르네유 수용의 역사
2. 새로운 읽기의 가능성을 찾아서

I 코르네유 희극의 진화 과정
1. 사랑의 매혹과 시련, 그리고 두려운 세상
—『멜리트』와『과부』
2. 사랑의 권태와 변심, 그리고 비정한 세상
—『팔레 상가』와『시녀』
3. 사랑의 질곡과 종말, 그리고 넓어진 세상
—『르와이얄 광장』과『극적 환상』

II 코르네유 희극에 나타난 근대인의 초상
1. 정체성의 문제
2. 근대적 개인성

 결어: 마무리와 전망

 보론(補論)
1. 코르네유 4대 비극의 진화 과정 연구
2.『폴리왹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작가 연보
 참고 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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