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기 주인 없는 빨간 의자가 있습니다!
의자를 처음 발견한 토끼가 의자에 앉습니다. 잠시 뒤, 다람쥐 두 마리가 다가와 묻습니다. “여기 앉아도 돼?” 토끼는 “글쎄…….” 말끝을 흐립니다. 의자를 혼자 차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다람쥐들은 의자 위로 올라섭니다. 그리고 잠시 뒤, 돼지가 와서 묻습니다. “여기 앉아도 돼?” 토끼와 다람쥐는 대답합니다. “모르겠어.” 하지만 돼지도 의자에 끼어 앉습니다. 동물들은 하나둘씩 늘어갑니다. 사자가 오고, 악어가 오고, 코끼리와 곰도 옵니다. 동물들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내려오려 하지 않습니다. 엎치락뒤치락 동물들은 좁은 의자 위에 있기 위해 꿈틀대면서 자리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밤이 되어도 동물들은 떠날 줄을 모릅니다.
동물들의 자리바꿈은 어느새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 있습니다. 꽃 모양, 나비 모양…… 동물들은 점점 더 신이 납니다. 한바탕 재미나게 놀고 난 동물들은 옆에서 목을 축이던 기린의 등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빨간 의자를 떠나갑니다. 남아 있는 빈 의자를 차지한 건 멀리서 동물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두더지입니다.
빨간 의자는 무엇일까요?
이야기 속 동물들은 모두 빨간 의자에 앉고 싶어 합니다. 좁고 불편한 데도 꾸역꾸역 의자 위로 올라오죠. 작가는 빨간 의자를 우리의 욕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값비싼 물건일 수도 있고, 사랑과 같은 감정일 수도 있고, 성공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겠지요.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대상, 그것이 바로 빨간 의자입니다. 의자는 하나지만 동물들은 다들 의자를 차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동물들이 서로 싸우게 될까요? 아니면 사이좋게 돌아가며 앉자는 제안을 할까요? 《빨간 의자》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좁은 의자 위에 뒤엉켜 요리조리 자리를 바꾸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되고, 그 놀이를 통해 동물들의 의자에 대한 욕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욕망의 속성이란 게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겼다가도 없어지고,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도 하고, 엉뚱한 방식으로 해소되기도 하지요. 《빨간 의자》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림책입니다. 오늘 당신이 가진 욕망은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요?
작가 소개
쓰고 그리는 일로 세상과 즐거운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스쳐 가는 많은 생각의 씨앗을 싹틔우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활짝 열어 봅니다.
지은 책으로 《뱀이 좋아》 《빨간 양말》 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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