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강

철길 가에 막 볏을 세운 빨간 맨드라미도 측백나무 울타리 위로 넘나드는 잠자리들도,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참새들도 그 옛날처럼 정겹다. 올망졸망 기름때 젖은 선로의 자갈돌들 사이에서는 오랜 세월 잦아든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리는 듯하다. 지나는 열차의 차창으로 내다보는 무심한 여행객들에게야 이 평은역쯤은 별나지 않은, 그저 그런 시골역일뿐이겠지만 이 금광리 공간에서 태어나 자라며 철길과 함께 호흡하고 뛰어놀고 오가던 나에게는 수많은 추억이 배어있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내 삶이 한 편의 영화라면 이 평은역과 철길은 도입부의 멋진 배경장면이고 기차소리는 아름다운 배경음악 같은 것일 게다.

- '평은 역에서' 중에서

장준문

1948년 경북 영주 금강 마을에서 태어나 안동고등학교와 한남대 미술교육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젊은 시절,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내게도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하나의 길을 가슴 한 구석에 묻어 둔 채 좀 더 자유로워 보이는 미술가의 길을 걸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담 초대 '맑은 이야기전(2016)' 등의 개인전과 단체전, 국제전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만추의 어느 날 문득 낙엽 속에서 또 하나의 길이 드러나 보였다. 글쓰기였다. 2009년, 티브이 자막에서 보고 응모한 국민은행 주최 제3회 KB편지공모 '아주 특별한 고백'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2010년, 습작삼아 써본 글들을 몇 차례 문학공모에 응모해서 운 좋게 대체로 뽑혔다.

국토해양부 주최 제2회 철도문학상에서 수필 '평은역에서'로 최우수상국토해양부장관상, 육군3사관학교 주최 제9회 충성대문학상에서 단편소설부문 우수장, 문화광광부 주최 녹색여행수기공모 당선 등이다.

2018년 오늘의 문학사에서 수필로 제106회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8년 봄부터 중도일보 문예공론, 광장21, 세종tv 등에 칼럼을 집필했다.

매 마른 땅에서 여물지 않은 낙수들을 끄러 모아 책으로 묶어 보았다. 앞으로 좀 더 알찬 열매를 잉태하기 위한 작은 자양분이나마 될 것이라는 기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