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금 사는 곳을 사랑하고 있나요?
자신이 사는 곳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큰 행운입니다. 《우리의 모든 날들》의 주인공 에메 아저씨는 그런 행운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저씨는 어려서부터 자기가 사는 동네를 좋아했거든요. 고향을 떠나서 지낼 때도 있었지만 끝내 이곳으로 돌아왔지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정말 좋아했으니까요.
사실 에메 아저씨가 고향을 깊이 사랑한 건 이곳이 엄청나게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매일 보는 익숙한 풍경을 날마다 새롭게 느낄 만큼, 동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세심한 관찰력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일곱 살에 카메라를 선물 받은 후, 매일 자기 주변을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에메 아저씨의 모습은 지금 내가 사는 곳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은 그림책
《우리의 모든 날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공간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덕분에 각 장면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런 세심한 관찰은 우리의 일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책은 왼쪽 면에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른쪽 면에는 공간의 변화를 담고 있는데 왼쪽의 사람들이 - 화면에 보이지 않을 뿐 - 오른쪽 공간을 거닐고 있다는 규칙을 파악하고 보면 훨씬 더 풍부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노인이 된 에메 아저씨가 화분을 들고 가는 장면의 경우, 오른쪽 공간에는 전에 없던 무덤이 생겨 있고 그 위에는 아저씨가 손에 든 것과 똑같은 화분이 놓여 있지요. 이 무덤이 누구의 것인지, 왜 아저씨가 화분을 올려두는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가 그려지는 것, 그림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금 당신 곁에는 누가 있나요?
이처럼 각각의 영역으로 나뉘어 진행되던 작품은 딱 한 장면에서 그 경계를 허뭅니다. 이와 같은 형식의 변화는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에메 아저씨 곁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연이 나타나는 장면이니까요.
익숙한 동네에 등장한 낯선 이들은 생김새부터 모든 것이 아저씨와 달랐지만,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삶에 스며듭니다. 마치 그들이 타고 온 우주선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요.
처음부터 끝까지 에메 아저씨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누가 에메 아저씨의 이야기를 전해 주는지 드러나는 순간, 감동이 더욱 커집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이, 긴 세월 일상을 공유하고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사이,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하는 누군가를 ‘가족’이라고 부른다면 이들 역시 하나의 가족일 겁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로맹 베르나르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프랑스 중부 산간의 작은 마을인 오리악에서 태어나 응용 예술을 전공했습니다. 인포그래픽 전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식을 쌓았으며,책 표지 작업과 신문 및 잡지 일러스트에 참여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날들》은 한국에 소개되는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옮긴이 : 이경혜
어렸을 때는 이 그림책 속의 바위처럼 내 자신이 싫어서 늘 다른 나를 꿈꾸었습니다. 그래선지 그림을 그린 송지영 작가가 들려주신 이 이야기에 깊이 마음이 끌려 좀 더 살을 붙여 보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동화책, 청소년 소설을 두루 쓰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 『행복한 학교』 『새를 사랑한 새장』 『사도사우루스』, 옮긴 책으로 『가벼운 공주』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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