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많은 그림이나 음악 중에서도 유난히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있다. 단지 실력이 뛰어나서일까? 물론 실력도 있겠지만, 거기에 화가나 연주자의 마음과 열정이 실려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마음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건 기계로 만들어낸 것과 다르지 않다. 예술 작품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미안해.”라는 말을 듣더라도 진심으로 하는 말과 감정 없이 기계처럼 하는 말이 주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마음이 담긴 말은 화난 기분을 눈 녹듯 풀리게 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오히려 기분을 더욱 상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 속 엄마와 마루도 진심이 담기지 않은 행동으로 문제가 생긴다. 화가인 엄마는 얼마 전 전시회를 열었다. 그런데 한 미술 평론가의 글이 엄마에게 글침을 내리꽂았다. “다양한 소재를 취했음에도 장경애 화가의 그림은 생명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완전한 복제품을 보는 듯했다.” 자신이 틀렸다고, 그림을 찍어내는 기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손가락질당하는 것 같아 엄마는 큰 충격을 받는다. 다른 것에 집중을 하면 좀 괜찮아질까? 그렇게 마루네 가족은 시골 할머니 댁으로 향한다.
마루는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이 좀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놀 것도 없고, 똥 냄새는 폴폴 나는 데다, 밥상에는 싫어하는 호박 천지다. 게다가 얄미운 영빈이가 드론을 살 거라며 전화를 해 약 올리기까지 한다. 좋아하는 희수가 영빈이와 함께 드론을 날리며 노는 생각을 하니 부아가 치민다. 잔뜩 성이 난 마루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호박이 달린 암꽃을 따서 내던져 버린다. 호박꽃은 돌멩이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고, 꽃 속에 있던 호박벌도 죽는다.
집으로 가는 길, 아빠는 선물 받았다며 마루에게 드론을 건넨다. 호박벌을 닮은 드론을 보자 마루는 께름칙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우우웅! 장마루, 내 친구를 죽게 했지? 기억해 둬. 내가 꼭 복수할 거야.” 친구 호박벌의 목소리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드론은 죽은 호박벌의 저주라도 붙은 것 같다. 마루의 조종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말이다. 홧김에 영빈이와 드론 레이싱 결투를 하자고 큰소리까지 쳤는데, 친구들 앞에서 된통 망신만 당하게 생겼다.
진짜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마음!!
마루는 호박B 드론이 실수로 죽게 한 호박벌이 복수하려고 나타난 거라고 생각한다. “호박B는 복수용 드론 맞아. 그렇다고 내가 질 줄 아냐? 반드시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말 거야.” 마루는 어떻게든 호박벌의 저주를 이기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험공부를 하듯 드론 비행기술을 달달 외운다. 영빈이를 이기고 싶은 마음, 그리고 호박B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조급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호박B는 제멋대로 움직인다.
한편 엄마는 시골에서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신 꽃가루 옮기기를 한다. 그렇게 땀 흘려 일하면서 자신의 그림에 무엇이 부족했는지 깨닫게 된다. 바로 그림 대상을 향한 애정이다. 꽃의 생명력,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한 노력, 햇빛과 땅의 고마움.... 이 꽃 저 꽃 붓으로 꽃가루를 묻혀 일해 보니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다. 엄마는 호박꽃 속에 모든 게 들어 있다면서 이제 마음을 담아 호박꽃을 그릴 거라고 다짐한다.
엄마의 마음은 마루에게도 전해진다. 마루는 자신이 호박벌을 죽게 했다며 사실을 고백하고 진심으로 호박벌에게 미안해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호박벌을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림에서라도 호박벌을 살려 주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가 호박꽃 그림에 호박벌을 그려 넣은 날, 마루는 호박B 드론을 날린다. 지금껏 호박B를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마루는 호박B 아니 호박벌이 자유롭게 날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마루의 바람대로 호박B는 호박꽃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마치 호박벌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자칫 도구만 좋으면, 기술만 있으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엄마도 그림만 잘 그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꽃가루 옮기기를 해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루도 이기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호박벌이 마음껏 날기를 바라자 성공적으로 드론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엄마한테든 마루한테든 남들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가 만족스럽고,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니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홍종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고, 1996년 대전일보신춘문예에 동화 <철조망 꽃>이 당선되어 그 꿈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계몽아동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아르코창작기금,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똥바가지》, 《까만 콩에 염소 똥 섞기》, 《나는 누구지?》, 《물길을 만드는 아이》, 《흥원창 어린 배꾼》, 《영혼의 소리, 젬베》 외 60여 권이 있으며 그림책으로는 《털실 한 뭉치》, 《하얀 도화지》,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권송이
어린이책 원고를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는 것이 행복한 화가입니다.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그린 책으로 《검피 살리기 대작전》, 《나는 증인이 아닙니다》, 《재밌어서 한 말, 뭐가 어때서?》, 《기억을 자르는 가게》 등이 있습니다.
목 차
1. 글침에 쏘인 엄마
2. 똥강아지 마루
3. 의리 없는 녀석, 김영빈
4. 호박벌의 저주
5. 복수용 드론 호박B
6. 호박B와 한판
7. 엄마는 호박꽃 화가
8. 날아라 호박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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