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 천삼이 간호사의 병동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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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한경미
출판사항북레시피, 발행일:2020/05/20
형태사항p.289 46판:19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048911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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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매일매일 마주하는 고통과 슬픔을
 뜨거운 심장과 투명한 눈물로 보듬어 낸 감동의 기록
―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 2020 세계 간호사의 해!

2020년은 WHO가 역사상 최초로 지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이다. 특히나 2020년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5월 12일은 국제 간호사의 날)인만큼 우리 주변에서 조용히 헌신해온 간호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현재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고통과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 속에서 세상의 등불이 되어주고 있는 존재가 바로 ‘백의의 천사’인 그들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기는 모든 환자와 보호자도 마찬가지이다. 병동에서 하루하루를 사투하는 뜨거운 심장의 간호사로서 또는 연민으로 눈물짓는 한 개인으로서 마음의 매듭과도 같은 단상을 담은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세상의 따뜻함과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감동의 기록이다. 여기에 2019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수상 후보에 오른 송아람 작가가 그려 낸 30여 컷의 일러스트가 현장감을 더한다.

복수가 흘러넘치는 위암 환자의 배를 처치하는데……
 “더러운 것 만지게 해서 미안해요.”
나는 5년 동안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말을 떨리는 마음으로 아주 천천히 내뱉었다.
“그런 마음 가지게 해서 제가 더 미안해요.”
우리는 서로 눈 마주치며 웃었고 고개를 들었더니, 커튼이 쳐져 있었다.
 (2019년 3월 24일 일기 중에서)

MBC TV <비밀 낭독회> 출연,
많은 이에게 감동의 눈물을 선사한 ‘천삼이’ 간호사의 일기!

방송국에서 연락을 받고 한경미 간호사는 부끄러웠다. 일기를 낭독하는 프로그램이라 했다. 아니, 부끄럽다기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자신을 실제와 다르게 포장하진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기를 읽고 고개를 들었더니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병원에서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의문들에 대해 집으로 돌아가서야 풀어놓을 수 있었던 대답, 신규 간호사 시절 실수하거나 철없이 한 행동을 되돌아보며 쓴 반성문, 또는 몇 년 동안 묵힌 응어리진 감정에 대해 속죄하는 고해성사이다. 또한 비좁고 낯선 병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 속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고 힘들었던 만큼 더 활짝 웃을 수 있는 얼굴들을 마주 보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천삼이'는 현직 간호사로 아직 ‘백의의 천사’에 다다르지 못해 지어진 이름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와 마약성 진통제 중독 환자에게 휘말리지 않으려 머리를 쥐어짜야 했고, 그럼에도 진단부터 임종까지, 그들의 무너지는 삶을 보며 괴로워했다. 병원 뒷문을 나서면서 내뱉는 찰진 욕설은 일상이 되었고, 퇴근 후에도 분노가 풀리질 않아서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마스크 속에서 어찌나 입을 앙다물고 다녔던지 지금도 턱이 불편하다. (……) 짜증이 많이 날 때 표정을 찡그리고 있으면 환자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럼 뜨끔해서는 퇴근 후 집에 가서 반성한다. 그때 찡그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 서문 중에서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력은 부족하고, 환자는 많고, 너무 자주 임종을 맞닥뜨려야 하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곳에서 어린 간호사는 환자와 보호자, 동료 할 것 없이 병원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온갖 비난의 화살을 받으며 자책하고 무너지기 일쑤였다. 늘 간호사만 친절해야 했고, 그런 인식에 파묻혀 나의 잘못이 아닌데도 무조건 잘못했다 해야 일이 끝이 났다. 눈물 바람으로 지낸 숱한 나날들…… 어느덧 9년 차가 된 저자는 이제 신규간호사 교육을 담당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철없던 행동을 되돌아보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려 노력한다. 또한 고통 속에 힘들어하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향해 진심 어린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와 용기를 줄 줄 알게 되었다. 숨을 몰아쉬고 헐떡이면서도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환자에게 9년 차 간호사는 “아유,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라고 답한다.

나는 그분의 담당 간호사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그 환자가 5분마다 나와서,
“내 너무 불안한데…… 나 내일 죽을 거 같은데.”
 “내 수술하고 한 달 뒤 일하러 갈 수 있나?”
 “아무래도 내일 죽는 날 같은데……”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에헤, 환자분, 안 죽으려고 내일 수술하는 거 아닙니까.
병실 이름표 한번 같이 볼까예? 환자분 빼고 전부 다 80 넘은 할배들이지예?
환자분 지금 65살! 지금 여기서 막냅니다.
80 넘은 할배들도 수술하고 일어나서 걸어댕기는데, 할 수 있습니다!
못 일어난다 하면 제가 환자분 붙들고서라도 일으켜 세웁니다.
일은 그거, 그때 가서 생각하세요. 지금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 안 됩니다.
제 말 따라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파이팅!”

그날이 지나고 나는 그 환자를 새카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어떤 환자가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우리 병동으로 올라왔는데
 다짜고짜 나를 보고는 쌍따봉을 치켜올렸다.

“간호사야, 내 해냈다!” (2017년 3월 30일 일기 전문)

아무도 안 겪어봐서 그래요, 미안해요

“다수를 돌보아야 할 때 한 명의 요구가 잊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수가 한 명을 위해 마음을 모아준다면 그 한 명을 위한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경우가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있을 때면 저자는 먼저 다른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한 사람을 위해 특별히 정성을 많이 쏟는다. 환자들 역시 이에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임종 간호를 잘할 수 있게끔 기다려준다. 저자는 이렇게 믿는다. 온 마음을 끌어모아 살핀 그 한 생명은 낯선 병원에서 사람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조금만 더 배려하고 마음을 쓰면 세상은 참 따뜻해진다. 환자에게 의료기구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인턴이나 담당 간호사, 레지던트 모두와 한판 붙었다며 속상해하는 보호자와 나란히 앉아 복숭아를 나눠 먹으며, “아무도 안 겪어봐서 그래요. 미안해요……” 위로하는 ‘천삼이’ 간호사의 마음이 참 따사롭다.

아들은 간병사를 들여놓고 할머니를 한 번도 보러 온 적이 없었다. 할머니 옷은 밥풀떼기로 늘 더러웠고 얼굴에 씌어 있는 마스크가 의심스러워서 벗겨보면 입 주위가 추저웠다. 딱 한 번, 아들은 어쩔 수 없이 ‘와야 해서’ 오게 된다. 할머니 임종 날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아들이 물었다. “제가 돈이 없어서 그런데요, 시체 놔두고 가면 어떻게 되나요?”일거리가 없어진 간병사는 캐리어에 짐을 싸고는 아들에게 간병비를 요구했다. 돈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뒤돌아서 할머니를 다시 봤더니 입 주위에는 언제 먹었는지도 모를 고춧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고 돌아가시는 길에 대변을 잔뜩 봐서 냄새가 풀풀 났다. 내가 할머니를 닦으려고 수건을 빠는데 옆에서 동료 간호사가 키득대며 말한다. “선생님, 완전 전인 간호하시네요?”나는 순간 눈시울이 시뻘게짐을 느꼈다. 할머니 얼굴을 닦으며 고춧가루를 떼어내는데 이 사람의 말년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모두가 외면하고 귀찮아하는 이 상황이 슬픈 게 나 혼자뿐인 것 같아서 억울했다. 이를 악물고 할머니를 머리부터 똥꼬까지 닦인 후 할머니가 입원했을 때 입고 왔던 꽃무늬 옷을 도로 입혀놓았다. 꽃무늬 옷을 입은 할머니는 병실에 계실 때보다 더 작아 보였다.
 (2019년 7월 13일 일기 전문)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의료현장을 돌아보게 하는 간호사의 일기
- 코로나 19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환자들은 격리실 앞 물품 바구니를 뒤지며 마스크를 가져가고, 아무 사무실이나 문을 벌컥벌컥 열고 물건 내놓으라 한다. 곧 침대에 하나씩 배치된 손 소독제도 뜯어갈 판이다. 면회객들은 방문객 기록지를 작성해달라는 병원 직원의 요청에 도리어 화를 내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타 병원으로부터는 “여행력이 있다”는 정보만 누락시킨 채 환자가 앰뷸런스에 무작정 실려 들어왔다. 기도삽관하고 심폐소생술하고 뒤늦게 환자 파악을 하다 보니 최근 여행력이 있으며 호흡기 증상을 호소했다고 한다. 환자를 처치했던 모든 의료진은 격리에 들어가야 하나 또 긴급회의가 시작되고……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는 상황 속에서 저자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병원 입구에서 내원객이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 관리부터 시작해 방호복 입고 국가격리병상 청소하랴 면회객들 상대하기에 여념이 없다. 얼굴의 반창고가 명예의 배지가 된 간호사들을 비롯해 코로나 19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의료진을 향해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 릴레이 응원이 한창인 요즘이다. ‘천삼이’ 간호사의 일기가 더더욱 따스하고 애잔하게 다가온다.

“우리 부서는 인원이 많은데 마스크 좀 더 주면…….”

 “지금 손 소독제가 없어서 환자한테 옆 병실 가서 좀 쓰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입구에 문진표 소진되었어요. 문진표 가지고 와주세요.”

 “○○○학교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고생이시지요?
우리 학생들 실습 언제부터 받아주실 수 있나요?”

 “우리 아빠가 죽어간다는데!
왜! 면회는 한 명만 된다는 거예요!!
본인은 부모 없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출입증 없느냐는 질문에)
“우리 아빠 호!스!피!스!
병동에 있거든요?!”

(갓 돌 지난 아기를 안고)
“우리 아빠가 이 아기 꼭 봐야 해요.
전 면회하러 들어갈 거예요.”

 ……
(2020년 3월 26일 일기 중에서)

작가 소개

한경미
필명 ‘천삼이’(아직 천사에 다다르지 못해서……). 부산 출신의 9년 차 간호사. 외과 병동, 소화기 내과 병동을 거쳐 현재는 울산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성격이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워서 앞일이 예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생각은 무지하게 많다. 계획대로 살아본 적이 없고 무언가를 도모하려다가도 수시로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계획은 세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고 또 재미있다. 내가 책을 내게 될 줄이야!

 

목 차

프롤로그
1장: 마음의 영양제 어떠세요?
2장: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3장: 아무도 안 겪어봐서 그래요, 미안해요
4장: 제가 신규간호사였을 때는요……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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