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왜 최고의 음식 책인가
<가디언> 음식 관련 최고의 책,
<BBC 푸드 프로그램> 최고의 요리책, <인디펜던스> 음식 관련 최고의 책
“음식으로 마음이 한결 느슨한 상태가 되면 사랑을 주기가 더 쉬워진다.”
모든 걸 잃었다고 느꼈을 때, 우리를 일으켜주는 ‘위로 음식’. 지치고 힘들 때, “일단 맛있는 걸 먹자”고 건네는 위로는 다정하다. 이러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은, 음식이 어떻게 우리의 인생을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풍요로운 음식이 차려지고 사랑하는 사람들로 흥성거리는 식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료를 구하고 씻고 다듬어 음식을 차려내는 행위와 함께 웃으며 식사를 하는 것은 큰 만족감을 주고 일상에 따스함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뉴요커>의 편집자였던 음식 칼럼니스트 에밀리 넌도 음식이 지닌 힘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인생에서 실의에 빠졌을 때 자신이 어떻게 음식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는지 명랑하면서도 다정한 필치로 그려내 보인다.
에밀리 넌은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고 알코올중독에 빠진다. 사랑하던 약혼자와도 이별을 맞이하고 그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도 나가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통장 잔고는 고작 240달러밖에 남지 않았다. 에밀리 넌은 가족과 경제적 안정에 대한 감각을 모두 잃은 채, 비통하고 불안정한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자신의 심정을 쏟아낸다. 그리고 다음 날 찜찜한 심정으로 페이스북을 확인하는데, 수치스러울 거란 자신의 예상과 달리 친구들은 따스한 댓글을 달아주었다. 감동한 에밀리 넌은 그중 한 친구의 조언대로, ‘위로 음식’ 투어를 하기로 계획한다. 요리를 만들며 레시피를 모으고, 삶을 되돌아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끔찍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가족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말이 되는 레시피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안정적인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지, 집안 내력으로 나쁜 레시피밖에 없을지라도 어떻게 하면 그것에서 놓여날 수 있을지 배우고 싶었다.
- 58쪽
“나는 지금이 자책 대신 ‘빵을 구울 시간’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믿음이 없을 때조차 음식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준다
에밀리 넌은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은 후,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 위로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레시피를 받아 적으며 스스로를 돌본다. 그러나 이는 한없이 힘든 여정이기도 하다. 위로 음식 투어를 하면서, 관계를 맺는 데 서툴고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반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변덕스러웠던 어머니, 무신경한 아버지가 만든 불안한 가정 분위기와 유년 시절은 에밀리 넌을 종종 다시 실의에 빠뜨리게 하는 원인이다. 그러나 에밀리 넌의 어조는 우울하지 않다. 친척들은 놀랍도록 다정하고 독특하며, 그들과 나눈 대화는 생생하고 유쾌하다. 에밀리 넌은 특유의 명랑한 태도로, 쉽게 절망하는 대신 지치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그리하여 달갑지 않은 진실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쓰디쓴 기억과 상실마저 끝끝내 받아들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숙해지는 그의 여정은 자못 감동적이다. 에밀리 넌은 상처를 극복하고 주방 보조로 취직한다. 마침내 세상 속에서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된 것이다. ‘주방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식으로 뭐든 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나는 그냥 밥을 얻어먹거나 혹은 그저 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위안을 받았다. 돌아온 탕아가 된 기분이었다. -226쪽
나도 그랬으면 싶었다. 내가 사랑하기로 한 사람들과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나를 거부하지 말고 받아줬으면 했다. 설령 내가 그들이 바라는 모습처럼 되어 있지 않더라도, 내가 쓰러지거나 흔들리더라도, 그리고 그들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면 말이다. -235~236쪽
나는 자꾸 휘청거렸다. 도트가 내 팔을 잡고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을 작동해 길을 비췄다. 단순한 행동이지만, 나를 위해 앞길을 비춰주는 친구 덕분에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안전하게 해줄 수 있는 존재였다. 고통의 원인만 되란 법은 없다. -253~254쪽
“우리 요리할까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요리의 미덕, 우리 모두에게는 음식의 위로가 필요하다
요리는 뾰족한 기억을 둥글게 깎아주기도 한다. 에밀리 넌 역시 엄하고 무서웠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선연하게 남아 있지만, 할머니가 만들어주었던 ‘레몬 케이크’에 대해서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고 고백한다. ‘난 오거스타 할머니를 무서워했지만 기억 한편에는 그분이 사랑의 조각으로 남아 있다. 바로 레몬 케이크 덕분이다’라는 이야기에서는, 위로 음식이 지닌 치유의 기능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음식을 이야기하지만 음식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에밀리 넌이 위로 음식 투어를 하는 동안 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 받아 적은 요리들의 레시피가 상세히 나온다. 붉은 양배추찜, 라구 볼로냐, 게 스튜, 클램 차우더, 무화과 타르트, 레몬 케이크까지……. 시절과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요리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으며 에밀리 넌의 레시피에 덧붙여 독자들도 저마다 자신만의 위로 음식은 무엇일지 떠올려보게 될 것이다.
나는 운이 좋다. 많은 추억이 음식과 연관돼 있어서, 음식 덕분에 트라우마에서 치유로, 비통함에서 희망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음식은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데 기준이 되어주었다. -364쪽
음식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고, 놀라움을 안겨주며, 우리를 달라지게 하고, 강하게 만들어준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열린 마음으로 나눠 먹으라. 그러면 똑같은 선물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할 것이다. -365쪽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밀리 넌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가정 요리 전도사. <뉴요커>에서 10여 년간 편집자로 일하며 극장과 레스토랑 기사를 담당했다. 레스토랑 관련 칼럼 「2인용 상차림」을 기획, 연재했다. <시카고 트리뷴>에서 음식과 특집 담당 기자로 7년간 활약했으며 수상 경력도 있다. 그 밖에 <푸드 앤드 와인> <뉴요커> <시카고 트리뷴 매거진> <맨스 보그>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 음식 칼럼을, <보그> <맨스 보그> <엘르> <디테일스> <디파처스> 등에 예술 분야 칼럼을 기고해왔다. 2020년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다.
옮긴이 : 이리나
번역가. 옮긴 책으로 『일중독자의 여행』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징구』 『명탐정 셜록 샘 시리즈』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루시 핌의 선택』 등이 있다.
목 차
1 선한 댓글들에 바치는 비스킷
2 간절히 잊고 싶은 일이 있다면, 파운드케이크
3 제대로 애도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몽 샐러드
4 아는 맛, 그리운 맛, 위로하는 맛
5 땅콩, 피클, 햄으로 치유하기
6 까칠한 할머니의 기막힌 레몬 케이크
7 가족이 뭘까 싶을 때, 롤빵 굽는 시간
8 지난밤 일로 심란한 아침, 브랜 머핀
9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이들에게, 라구 볼로냐
10 같은 고비를 넘긴 절친과 함께, 호박 수프
11 자신을 믿을 때 일어나는 기적, 연어 케이크
12 내내 무탈한 사람은 없다, 살라미 샌드위치
13 터질 듯한 식품 저장실에서
14 섬에서 보낸 날들, 클램 차우더
15 현재를 살며 추억을 보존하라, 체리 파이
16 극복할 방법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달걀 토스트
17 아버지의 시간을 찾아서, 강낭콩 찜
18 나누는 만큼 돌아오는 이치, 무화과 타르트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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