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숫대

고객평점
저자정완희
출판사항실천문학사, 발행일:2020/06/15
형태사항p.126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9230507 [소득공제]
판매가격 10,000원   9,000원  (인터넷할인가:10%)
포인트 450점
배송비결제주문시 결제
  • 주문수량 

총 금액 : 0원

책 소개

부푼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왔지만 도시는 청년에게 풍요만 가져다준 것이 아니다. 인간을 소모품 취급하는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은 그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고, 인간다운 삶은 저당 잡혔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살아온 대가로 이젠 “이십 일 간격으로 뒷머리에서/지지직거리며 스파크가 터”(「스파크」)지는가 하면, “세 사람의 직원을 자”르고, “다음엔 내 차례가 될 수도 있다”(「살생」)는 강박과 불안감에 점점 삶이 아득해지기에 이른다. 정완희 시인은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삶이 달라져야 한다고 느낀다.
“냄새는 습한 저기압의 흉흉한 소문을 타고/급성 전염병이 되어 축축한 들판으로/온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안개의 냄새」). 이대로 가다가는 위험하다. “저 계곡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돌풍」)는 예감이 든다.
표제작 「붉은 수숫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해고 노동자”인 동시에 언제 실직자가 될지 알 수 없는 노년기에 다다른 시인 자신을 상징한다.


경작주는 잘 익은 놈들만 골라, 남몰래
 모가지만 뎅강 잘라 갔다
 온몸에 흘러내린 선명한 핏자국


 이제 수숫대는
 강남역 네거리 붉은 현수막 두른 철탑 위
 붉은 조끼 입은 해고 노동자가 되어
 차가운 바람 앞에 섰다


 늦가을 찬 서리가 내리고
 겨울 지나 봄이 올 때까지
 이파리 껍데기 모두 칼바람에 날리고
 하얀 몸통만 남아 비틀린 세상에 맞서며
- 「붉은 수숫대」 부분


 검붉은 녹으로 뒤덮인 고철을 열었다
 경유와 시너를 발라 기름때 벗기고
 망치와 스패너 산솟불로 달구며
 조심스레 나사 풀어 부품들을 해체하고
 묵은때 먼지 두껍게 녹슨 몸체는
 샌드 블라스트. 모래를 날려 새 몸이 된다
 긴 세월 삭아서 패인 가슴과 얼굴은
 퍼디로 메워 예쁘게 화장을 하고
 마모된 베어링과 손상된 부품을 바꾸어
 모터와 콘트롤 패널을 붙여 기계를 돌린다
 생명을 부여한다, 감히 신의 영역이다
 청음봉으로 소음과 진동 맥박을 체크하고
 다이얼게이지 붙여서 정밀도를 검사한다
 사십 년 쓰다가 십 년은 처박혔던 고철 덩어리가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순간이다
 앞으로 사십 년은 더 돌아갈 것이다
 나도 이같이 뱃살도 빼고
 물렁뼈 마모된 무릎 관절을 바꾸고
 총기 떨어진 머리와
 파워가 떨어진 심장과 물총도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어서
- 「부활」 전문


 기계를 복구해내듯 인간의 몸도 ‘부활’시키길 바라지만 언감생심! “무릎 관절을 바꾸”거나 “총기 떨어진 머리와/파워가 떨어진 심장”을 갈아 끼울 수 없지만 사유를 전환시키면 더 이상의 빠른 자기 소모는 막을 수도 있다는 깨우침이 든다.
그리하여 시인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으로 돌아온 시인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인은 텃밭 농사를 지으며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집 주변의 짐승이며 자연의 품에서 조화로운 삶을 이어 가며 욕심 내려놓는 법을 익혀 간다.
그러한 새 삶 속에서 빚어진 시는 담백하면서도 순수하고, 상생의 미학이 알알이 담겨 있다. 특히 “세상으로 버려진 콩들을 본다/구르지 않는다고 왜 모두 썩은 콩이겠느냐/나도 한때는 고단한 노동에 찌그러진 콩이었으며/지금도 잘 구르지 않는 콩이나니”(「콩 고르기」)라는 단락은 이 시집의 절창이라 할 만하다.
아울러 “나도 얼른 옆으로 비켜야 한다/양보를 해야 한다/사이좋게 햇빛을 나눠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시「양보」는 ‘더불어 살아감’의 지혜와 일상의 미학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노래한다.


쟁반에 콩을 굴려 콩 고른다
 벌레 먹어 하얀 속살 드러내거나
 찌그러진 콩과 납작한 콩 썩은 콩까지
 구르지 않는 것들은 모두 버린다


 밭을 갈아 콩를 심어 윗순 잘라 주고
 늦서리 내린 뒤에야 낫으로 베어
 토방과 마루에서 보름을 말렸다
 마당에 어머님 쓰시던 그물망 깔고
 도리깨 휘둘러 타작을 했다


 겨울이 시작되면 아버지는 콩 고르기를 하셨다
 서리태와 메주콩과 작은 콩나물콩까지
 겨울 깊어져도 네모난 쟁반을 놓지 못했다
 썩은 콩 한 개에 밥 한 그릇이 버려지고
 썩은 조개 한 개에 한 솥 국을 버릴 수 있단다


 세상으로 버려진 콩들을 본다
 구르지 않는다고 왜 모두 썩은 콩이겠느냐
 나도 한때는 고단한 노동에 찌그러진 콩이었으며
 지금도 잘 구르지 않는 콩이나니
- 「콩 고르기」 전문


 감나무에게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
 백일홍의 가지를 잘랐다


 감나무를 파서 옮겨 주려다
 그러면 감나무가 죽을 수도 있고
 뿌리가 다시 자리 잡는 데
 이삼 년은 걸릴 거라서
 사이좋게 햇빛도 나누라고
 백일홍에게 가지 하나를 양보하라고
 조심스레 양해를 구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자리도
 행여 누군가에게 얼굴을 가리거나
 시야를 햇빛을 가리거나
 높이 올라갈 길을 막았다면
 나도 얼른 옆으로 비켜야 한다
 양보를 해야 한다
 사이좋게 햇빛을 나눠야 한다
- 「양보」 전문

 

작가 소개

정완희
1958년 충남 서천군 판교면에서 출생하여 2005년 《작가마당》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어둠을 불사르는 사랑』, 『장항선 열차를 타고』를 냈다.

 

목 차

1부
 붉은 수숫대
 부활
 해결사
 살생
 인부수첩28 사과문에 부쳐
 견적서
 구인 유감
 마취
 스파크
 안개의 냄새
 돌풍
 땅콩
 금강

2부
 콩 고르기
 삵
 호박의 진실
 살충
 약점
 생존
 나비 조심
 착과
 머위
 앵두
 멧돼지 다녀가셨다
 고구마 횡재하다
 거지주머니병

3부
 배꽃
 개축
 모시를 키운다
 산 아랫집
 감이 떨어진다
 낙하
 삼발이
 양보
 부여에서 버스를 탄다
 밀물 그 그리움 속으로
 마을버스
 매미
 판교는 안녕하신가

4부
 꽃들은 말한다
 꽃나비
 동파 누설
 숙련
 선유도
 전철을 탄다
 제주
 모슬포의 일박
 이중섭
 합격
 창동 거리에 서다
 일광욕
 진눈깨비

 해설 : 흙의 마음과 뿌리내리기 / 김영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역자 소개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반품 배송비 부담자
단순변심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불량 또는 오배송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환불안내
진행 상태 결제완료 상품준비중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어떤 상태 주문 내역 확인 전 상품 발송 준비 중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환불 즉시환불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환불시점
결제수단 환불시점 환불방법
신용카드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신용카드 승인취소
계좌이체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계좌입금
휴대폰 결제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포인트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환불 포인트 적립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환불불가
상품군 취소/반품 불가사유
의류/잡화/수입명품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계절상품/식품/화장품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가전/설치상품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용품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CD/DVD/GAME/BOOK등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내비게이션, OS시리얼이 적힌 PMP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