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덴마크 교사 연맹 청소년 문학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명예상,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명예상
우리 마음속에 깃든 마녀 사냥꾼에게
서릿발 같은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
‘’인간의 존엄성과 용기에 대하여’
16세기 유럽. 피오르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 들판 위로 한 소년이 달음질친다. 소년 뒤로는 검은 연기 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다. 광기에 사로잡힌 마을 사람들로부터 달아나던 소년은 숲속의 은둔자 한스 박사에게 발견된다.
에스벤은 자신과 어머니가 겪은 비극적인 사건의 전모를 한스 박사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에스벤 모자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을 치료해 준 대가로 얼마 되지 않는 돈과 먹을 것을 받곤 하던 어머니가 마녀로 내몰린 것이다. 고문을 견디지 못한 에스벤의 어머니는 결국 억지 자백을 하고 화형대에 오른다. 에스벤은 어머니가 타 죽는 광경을 숨죽인 채 바라보다가 죽을힘을 다해 달음질치기 시작한다.
에스벤은 한스의 오두막에서 잠시 동안의 평화를 맛본다. 그러나 한스 박사 또한 병든 사람을 치료해 주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파국의 순간이 찾아온다.
■ 마녀 사냥의 진실을 생생하게 파헤친 문제작
15세기에서 17세기, 유럽에서는 수십만에서 수백만으로 추정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마녀 사냥으로 목숨을 잃었다. 마녀라는 꼬리표는 곧바로 죽음을 의미했다. 인두로 지지기, 사지 잡아 늘이기, 물고문, 태형 등의 온갖 고문이 가해졌고, 결국은 억지 자백과 화형으로 귀결되었다.
이 책 《마녀 사냥》은 이처럼 참혹한 집단 광기의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안내자 역할을 맡은 것은 마녀 사냥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 에스벤이다. 에스벤은 자신과 어머니에게 닥친 비극적인 사건의 전모를 한스 박사에게 고백한다. 처음엔 끊어질 듯 말 듯 간신히 이어지던 이야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성을 띠어 가고, 점점 더 말에 힘과 속도가 붙는다. 역사책에 갇혀 있던 마녀 사냥의 추악한 진실이 에스벤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피해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지난날 유럽을 휩쓸었던 마녀 사냥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나간다. 맹목적인 공포심에서 싹튼 광기와 폭력, 힘없는 소수를 향한 다수의 폭력 등, 마녀 사냥에 얽힌 정황이 힘 있는 문체와 스토리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 인간의 존엄성과 용기를 일깨우는 작품
역사가들은 마녀 사냥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고 설명한다. 초기엔 교회와 국가를 위협하는 이단자를 처형하는 데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 불안의 책임을 마녀라는 가공의 괴물에게 떠넘김으로써 민중의 분노를 잠재우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녀 사냥의 희생자는 가난한 과부와 독신녀, 정신 장애인과 기인(奇人) 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내몰린 약자와 남다른 점을 지닌 소수자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허울 좋은 누명을 쓰고 불길 속에서 사라져 간 것이다.
마녀 사냥은 오래전에 막을 내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또 다른 이름의 마녀 사냥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다수가 소수에게, 강자에게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이 판을 친다.
이 책 《마녀 사냥》은 힘의 올바른 행사, 차이에 대한 존중, 존엄성과 용기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들을 조심해라! 어쩌면 어느 날 이 세상에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자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가 알겠느냐.” 한스 박사가 에스벤에게 부르짖는 외침은 우리 일상과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마녀 사냥꾼에게 강력한 경종을 울린다.
■ 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마녀 사냥》은 잔인한 세상과 극렬하게 부딪친 소년이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성장소설이다.
에스벤은 한스 박사와 함께 낚시를 하고, 수영을 하고, 온갖 풀과 나무들에 대해 배우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서히 공황 상태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이 작품은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아이와 어른, 사람과 자연의 교감을 섬세하게 그려 냄으로써, 진정한 교감이야말로 상처를 낫게 하는 최고의 치료제임을 넌지시 일깨운다.
에스벤은 한스 박사와의 대화를 통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마침내 제힘으로 우뚝 선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레이 에스페르 안데르센
1940년 덴마크에서 태어났다. 20대에 병으로 교단을 떠난 뒤 외딴 시골에서 투병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썼다. 병이 깊어진 뒤에도 글을 받아써 준 부인의 도움을 받으며 집필을 계속했다. 1979년 서른아홉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8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서른 권 가까운 책을 발표했다.
병과 외로움을 견디며 글쓰기에만 열중했던 그는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여러 작품에 쏟아 부었다. 1973년에 처음 출간된 《마녀 사냥》은 집단 광기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의 입을 빌려 다수의 폭력을 고발하고 있으며, 1975년에 출간된 《이방인》은 세상의 증오와 차별에 맞서는 유고슬라비아 이민 소년의 가혹한 성장기를 힘 있게 그리고 있다.
이 밖에 그림 동화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비틀어 쓴 《일하고 싶은 왕자의 모험(1978)》, 노예 소년과 주인집 아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모험 이야기 《노예와 자유인(1979)》 들의 많은 작품이 있다. 이 책 《마녀 사냥》으로 덴마크 교사 연맹 청소년 문학상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명예상을, 《이방인》으로 덴마크 문화부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다.
그린이 : 매스 스태에
192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화가, 그래픽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2004년에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 김경연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독일 아동 및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일 판타지 아동 청소년 문학을 연구한 뒤, 어린이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보름달의 전설》, 《햄릿》, 《내가 함께 있을게》, 《행복한 청소부》, 《책 먹는 여우》, 《바람이 멈출 때》, 《그냥 떠나는 거야》, 《몽유병자들》, 《완역 그림 동화집》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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