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작품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교과서 수록작, 오정희의 <소음공해>를 그림책으로 만나다!
“우리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세상은 더 나아진다.”
- 김연수(소설가)
“사람은 각자의 우주에서 빛나는 별이고, 각자의 색깔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준 작품“ - 편혜영(소설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부족으로
서로에게 ‘공해’가 되어 버린, 각박한 사회의 민낯!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공동 주택에 살다 보면 쓰레기 문제, 주차장 및 공동현관 사용 문제 등 이웃과 의견이 충돌하는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특히, ‘층간 소음’은 가장 흔하게 벌어지지만 때때로 무서운 강력 사건으로 번지기도 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지요. 대부분의 층간 소음은 사람이 집안에서 생활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생활 소음이므로 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웃 간의 이해와 배려, 양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양보하고 배려를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소음들이 있습니다. 또 이해하고 참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도 있지요. 바로 《소음공해》 속에 나오는 주인공과 윗집 여자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힘들게 봉사활동을 하고 온 뒤 오롯이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던 주인공은 윗집에서 들려오는 “드륵드륵드르륵” 소리에 방해를 받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신경이 예민해진 주인공은 윗집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궁금해 하거나 들어보려 하지 않고, 그저 이 소음을 멈춰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되려 윗집 여자에게 항의의 말을 듣지요.
“여보세요. 난 날아다니는 나비나 파리가 아니에요. 내 집에서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나요? 해도 너무하시네요. 이틀거리로 전화를 해대시니 저도 피가 마르는 것 같아요. 절더러 어쩌라는 거예요?” (29쪽 중)
여자의 말에 주인공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이제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림책 《소음공해》는 ‘층간 소음’이라는 익숙한 소재로 이해와 배려보다 타인에 대한 경계와 배척이 점점 더 흔해지는 각박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 내고 있습니다. 모범적이고 교양 있는 주인공이 타인의 존재를 공해로 느끼는 그 순간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내가 손해를 보고 희생을 당하는 것처럼 느끼며, 당장 내가 입은 피해에 분노하는 모습은 이제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만연하지요.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공해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고, 나아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입니다.
반전의 묘미 속에 그려진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보통의 우리들 이야기
책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선하게 살고자 하는 주인공, 공동생활의 수칙을 어기는 이웃을 보며 가족들에게 험담을 하는 주인공의 남편, 잦은 부부싸움으로 충고 아닌 충고를 들은 후로 주인공을 피해 다니는 아랫집 여자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와 우리 주변의 모습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매주 목요일 시간을 내어 심신장애자 시설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클래식도 즐길 줄 아는, 스스로 교양 있다고 여기는 중년 여성입니다. 하지만 선하게 비춰졌던 모습 뒤에는 홈통을 통해 들려오는 부부싸움 소리를 엿듣고 인생 선배라며 아랫집 여자에게 훈수를 늘어놓기도 하며 남의 일에 간섭을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또 층간 소음으로 괴로워할 다른 피해자들을 대신한다는 명목으로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공동생활의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교양하고 몰상식한 짓인가 등을 일깨우면서 의도치 않게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누구보다 공동생활 수칙을 잘 숙지하고, 지킨다고 자부하는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들려오는 “드르륵드르륵” 소리는 어쩌면 자신의 교육이 필요한, 자신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상황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리를 들은 주인공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보태 ‘아이를 집 안에서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타게 하는 상식 없는 젊은 엄마일 것’이라고 윗집 여자의 상황을 아주 쉽게, 자기 나름대로 정의해 버릴 때에는 사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일부 정보만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지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윗집에 찾아 간 여자가 현관문 너머로 휠체어를 탄 윗집 여자의 허전한 하반신을 보며 우두망찰할 때, 어느새 우리의 얼굴도 함께 뜨거워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겠지요. 주인공의 심리에 온전히 공감하고 집중하다 극적인 반전을 마주하는 순간, 독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의 강렬한 그림과
깊이 있는 작품해설이 더해져 완성된 그림책 《소음공해》!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조원희 작가는 이해와 배려가 사라지는 각박한 현대 사회 속 이웃 간의 갈등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냈습니다.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서로 어우러지는 색의 조합은 마치 비슷한 듯 전혀 다른 개개인이 모인 사회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또 천장을 가득 메운 정체모를 소음과 인터폰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날카로운 억양들을 표현한 거칠고 날카로운 선은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몰입감을 주는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도 느끼게 합니다.
책 속에 수록된 강유정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은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적 배경, 등장인물의 특징,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이야기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더불어 오정희 작가의 작품 세계까지 담아내며 그림책 《소음공해》 속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생각할 거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날 수 있게 합니다.
흥미로운 캐릭터 전개와 이야기의 흐름, 반전의 매력이 모두 담겨 있는 오정희 소설가의 작품과 행간의 숨은 의미까지 섬세하게 관찰하고 시각화한 조원희 작가의 강렬한 그림, 그리고 다각도로 심도 깊게 분석한 작품해설이 어우러진 그림책 《소음공해》는 독자들에게 자신과 이웃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정희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을, 1982년 <동경(銅鏡)>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동서문학상(1996), 오영수문학상(1996), 현대불교문학상(2008)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03년에는 장편소설 <새>로 독일의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하였고, 이는 해외에서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문학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저서로 소설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단편소설집 《돼지꿈》, 《가을 여자》, 장편소설 《새》, 동화집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를 비롯해 《내 마음의 무늬》 등 다수의 수필집을 펴냈습니다.
그린이 : 조원희
멀티미디어디자인을 전공했고,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학가는 날》, 《엄마는 너를 위해》, 《밀어내라》 등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책으로 《얼음소년》, 《이빨사냥꾼》, 《콰앙!》, 《동구관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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