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무 위에 새긴 판화 그림 속에 담긴 긴 여운!
판화와 병풍 제본이 만나 탄생시킨 4미터짜리 그림책!
비가 올까 봐 걱정이 되어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을 쓰던 한 사람과
우산 씌워 주는 사람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거리를 떠돌던 유기견 한 마리의 만남.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스며드는 이야기를 판화 위에 새기다.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기까지
모르는 타인에게 곁을 내주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풀기 힘든 숙제처럼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이 말이지요. 때론 그 숙제를 풀지 못하고 미뤄둔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지현 작가의 첫 그림책인 《비가 올까 봐》의 주인공인 B씨도 그렇습니다.
B씨는 걱정이 참 많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올 것을 걱정하며 우산을 쓰고 다닙니다. 우산 속에 얼굴을 폭 파묻은 채 누구와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걸어갑니다. 비가 올지도 몰라서 우산을 쓰지만 진짜로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도 하는, 세상 사는 일에 조금은 서툰 사람이기도 합니다. 진짜 우산을 써야 할 때를 몰라서 자신만의 우산 속으로 숨어 버리는 셈이지요. 어쩌면 우산 속에 있을 때 그나마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애써서 소통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많을까요? 걱정을 조금 거두고 조금 용기를 내면, 먼저 말을 건네보면, 때론 어렵지 않게 풀리는 것이 인간관계이기도 하지만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 속 우산은 B씨만의 방어기제 같은 것이겠지요.
세상살이에 서툰 주인공 B씨는 어찌 될까요? 그의 불안을 흔든 것은 다름 아닌 갈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는 한 마리 강아지였습니다. 우산이 없어 비를 쫄딱 맞고 서 있는 강아지를 B씨는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강한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이라도 소중하게 씌워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사람은 아니지만 유기견에게 곁을 내주며 집으로 들입니다. 서로의 질서를 인정해 주며 B씨와 강아지는 조금씩 익숙해져 갑니다. 그제야 B씨는 걱정을 조금 내려놓으며 아,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위로를 받습니다. 판화 그림책 《비가 올까 봐》는 관계에 강박을 가진 한 사람과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강아지 한 마리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위로를 받고 삶을 긍정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나무 위에 새긴 판화 그림 속에 담긴 긴 여운
그림책《비가 올까 봐》는 디지털 그림이 대세인 현실 속에서 흔히 보기 힘든 판화 그림책입니다. 피나무 위에 조각도로 그림을 새겼습니다. 판만 파는 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프레스기가 없어 발로 밟아 찍어서 만든 그림들이기에 한 장의 그림을 얻기 위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계획대로 되지 않고 다르게 찍히는 결과물을 보고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림책 속 주인공의 불안과 미묘하게 겹쳤다고 고백합니다.
B씨가 외출을 하고 버려진 강아지를 만나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 집에서 강아지와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온전히 흐르는 대로 보여 주기 위해 병풍 제본을 선택했습니다. 전체를 펼치면 약 4미터짜리 책이 됩니다. 펼쳐놓고 보면 주인공 마음의 흐름, 강아지와의 만남과 관계의 변화가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컬러풀한 세상에서 먹으로만 처리된 판화는 세상을 조용히 관조하게 만듭니다. 내가 걸어온 삶을 조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관계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씩 곁을 내주는 것도 좋겠다는 조용한 깨달음을 건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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