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왜 지금 또다시 카프카인가!? :
다시 잠깨기 위하여
밤에 흠뻑 잠겨, 그렇게 밤에 흠뻑 빠져 있다. 모두 잠들어 있다. … 그런데 너는 깨어 있다. 너는 파수꾼 중 하나다. 너는 네 곁 땔나무 더미에서 꺼낸 타는 장작을 흔들어 바로 옆 사람을 찾는다. 너는 왜 깨어 있는가? 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 사람은 거기에 있어야만 한다.
(「밤에」 (『어느 개의 연구: 카프카 클래식2』, 274쪽) 중에서)
현대문학이 카프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그만큼 카프카가 인간 존재와 세계를 문제적으로 인식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속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들은 낯선 세계 속에서 고투하며, 카프카가 이미 선취한 이러한 현대성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고 기이하게 다가온다. 왜일까? 그가,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파수꾼의 자리에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파수꾼은 애초에 어떤 영토에 속한 자이면서도, 거기에서 떨어져 그곳을 조망하며 멀리서 다가오는 것들을 예감하는 이중의 자리에 선 자이다.
그는 깨어서, 어둠과 빛의 이중 세계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으레 누리는 일상의 세계가 당연하지 않다고 느낀다. 이곳의 성공과 도착, 선의와 질서라는 것은, 거짓이고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파수꾼에게 보이는 이곳은, 실패와 혼돈, 갑작스런 변신의 장소이며, 떠도는 자들이 헤매고, 끊임없이 찔리고 공격당하며, 오직 굶는 것으로만 저항이 가능한 세계이다. 그 모습은 ‘이곳’의 언어로는 표현이 안 되고, 파수꾼의 자리에서 온몸으로 감각하고 앓다가 나오는 ‘소리들’(작품들)로 나타난다. 다양한 비유담과 연극적인 행위들, 전복된 상황과 서술들은 질서 있는 세계의 재현인 관습적인 서사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하게 형상화된 그의 감각과 말소리는 파수꾼, 카프카가 본 리얼한 현실이기도 하다. 어디가 꿈의 장소이고 어디가 현실의 장소일까?
다시금 카프카는 타는 장작으로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 눈 뜬 삶은, 슬쩍 본 그 삶은 과연 어떨까? 우리에게 카프카가 낯설고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밤에 흠뻑 잠겨 잠들어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느 개의 연구』(카프카 클래식 2)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미완의 단편들
『어느 개의 연구』는 카프카가 잡지와 신문에 발표한 10편의 단편들과 유고집에 수록된 단편 34편을 묶었다. 이중 대부분은 미완성이거나, 출판되지 않았다. 카프카는 열정적으로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지만 이중 몇몇 작품만을 지면에 실었고, 출판을 거부하기도 했다. 자신의 글에 세심하고도 양심적인 애착과 비판적 자세를 가졌던 카프카는 1920년과 1922년에는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유고에 관한 두 개의 유언장을 남겼다. 마지막 유언장에서 카프카는 브로트에게 『관찰』(1913)의 일부 작품과 이미 책의 형태로 발간된 몇몇의 작품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모든 유고를 불태워줄 것을 부탁한다. 브로트는 카프카 사후 유언을 이행하지 않고 직접 카프카의 유고들을 모아 세상에 내놓는다.
불안과 소외를 파고드는 매혹적인 상징주의,
존재의 부조리를 암호처럼 묘사하는 ‘어느 개의 연구’
표제작 「어느 개의 연구」에서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어느 개 철학자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은유하며 카프카의 문학적 돌파 시도가 돋보이는 「굴」에서는 들짐승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고립된 안식처를 공격하는 의문의 괴물을 등장시킨다. 그 외에도 「나이 든 독신주의자, 블룸펠트」, 「어느 투쟁의 기록」, 「만리장성의 축조」, 「법에 대한 의문」 등 카프카의 단편들은 악몽과 몽환, 환상과 부조리의 세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세계를 형성한다.
또한 『어느 개의 연구』는 솔출판사가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한 카프카의 여러 단편과 작품을 포함한다. 카프카 생전에 인쇄된 서평과(「여성의 애독서」, 「어느 청춘 소설」) 문예지 『히페리온』의 폐간을 아쉬워하며 쓴 「영면하게 된 어느 잡지」, 비행기에 대한 독일어권 최초의 기록문학 「브레스치아의 비행기」와 카프카와 막스 브로트의 공동 작품이자 미완성의 기행 소설인 「리하르트와 자무엘」, 전람회 소개 평론인 「마틀라르하차로부터」 등에서는 소설가이자 뛰어난 예술 애호가였던 카프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카프카는 천재다운 능력과 탁월한 작품으로 비평가들에게 인정받는 작가였으며 현실을 뛰어넘는 현실을 앞서 보여주는 탁월함을 지니고 있었으나, 당시에는 난해성과 세계대전을 통과하는 세계의 격동으로 인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단편적이고 미완의 형태를 띤 카프카의 단편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실존적인 불안과 소외를 낯설고 파격적인 소재에 천착하여 풀어간다. 부조리하고 기괴한 상황에 처한 인간과 때로는 동물의 목소리를 빌어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삶의 파편을 확대하며 카프카는 이를 통해 인간의 생에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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