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공간과 삶의 대화, 《인문지리학의 시선》
지리학은 우리 삶터의 문제이다. 공간이 없는 삶, 터전이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지리학은 인간의 삶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삶과 지리를 함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학교 수업시간에 생겨난 지리학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다. 지리 시간에 배우는 내용은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삶이 빠진, 지나치게 추상화된 것들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 없이 이뤄지는 지리 수업은, 기호로 가득찬 복잡한 지도들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암기과목에 불과하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자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를 지리적으로 읽고 교감하고자 집필되었다. 저자들은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에 이르기까지 지리학이 우리의 삶과 관련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12가지 다양한 주제,
한국의 인문지리학에 맞는 한국의 사례
책은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3장에서 다루고 있는 지도는 지리학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형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인문지리학의 시선》에서 지도는 지리교과서에 등장하는 지도와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고지도부터 근대 지도, GI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도의 종류를 소개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 이렇게 다양한 지도가 만들어지는지 알려준다. 한편 지도가 지닌 진실과 거짓, 객관과 왜곡의 문제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문지리학적 관점 역시 전달한다.
또한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전공자들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소 독특한 견해들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4장에서는 일본의 환경 철학자 와쓰지 데스로우의 풍토론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강력한 왕권을 표현한 산물이라는 우리의 상식과 좀 다른 견해가 도출된다. 사막형 인간은 불규칙한 사막의 지형과 단조로운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오직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기하학적이고 질서 있는 경관으로서의 피라미드를 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인문지리학 관련 저서가 대부분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은 한국 저자들이 한국의 지리에 초점을 두고 집필하여 인문지리를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터로 끌어왔다. 전통 풍수지리 사상을 다룬 5장, 한국의 촌락지역을 해석한 6장, 한국 도시의 원형인 ‘읍성’을 분석한 7장이 그 대표적인 부분이다. 우리 공간을 우리 눈으로 보려 한 시도다.
보통사람이 재미있게 읽는 학술교재
인문지리학이라는 거대한 영역을 구조가 잘 짜인 이론에만 기대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공저자 4명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문지리학은 크게 인문학적 전통과 사회과학적 전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전통에 모두 정통한 학자는 찾기 어렵다. 각각 인문학적 전통, 사회과학적 전통, 지리교육과 지리적 지식의 필요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있던 4명의 저자는 2002년 이후 함께 공부방을 운영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관심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책을 집필하는 인연으로 발전하였다. 저자들은 각자 쓴 원고를 단순 조합하지 않고 최대한 융합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집필 부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원고까지 함께 확인하며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갔다.
정성을 쏟은 끝에 탄생한 책이었기에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책이 되었다. 인문지리학에 대한 폭넓은 개설을 의도했기에 지리학·지리교육과 학생들, 전국의 지리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류학, 조경학, 역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까지도 참고하고 있다.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호기심을 가진 대중 독자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인문사회과학 전반의 최근 흐름과 지리학사에서 등장했던 주요 사상과 개념들을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담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지리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2005년 초판 발간 이후 개정2판 발간에 이르렀다. 변화된 내용은 추가하고 기존의 내용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두 차례 개정작업을 거쳤다. 지난 개정판이 전체적으로 내용을 대폭 수정한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개정2판은 기존의 내용을 한 번 더 정제하여 내용 전달에 완벽을 기했다. 관련 지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바로잡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외국의 낯선 사례는 꼭 필요한 곳에 한정하고, 사례의 대부분을 가급적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 그림, 지도로 대체하여 보다 더 한국적인 인문지리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하였다.
부분적으로 내용 보강도 이루어졌다. 8장에서는 장소 및 경관이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의 전래 ‘명승’ 자원을 통해 추가로 보여주었고, 10장에서는 세계도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세계도시의 네트워크를 측정하는 최근 논의를 소개하였다. 11장에서는 중심지 이론을 소비자 입장에서 전개하는 방식과 중심지 계층 구조를 도출하는 색다른 방식을 안내하였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곳곳에 제시하였던 기존의 ‘읽기 자료’를 ‘참고 자료’로 바꾸어 명명하고, 필요에 따라 본문으로 편입시켜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든 반면, 현시대에 어울리지 않거나 당위성을 상실한 참고 자료는 삭제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였다. 또한 전면 컬러판으로 출간하여 다양한 그림, 지도, 사진들을 좀더 생생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작가 소개
저자 : 전종한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부교수이다. 삶의 의미와 과정을 함축한 경관과 장소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한 한국지리, 세계지리의 재구성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종족집단의 경관과 장소》(2005), 《역사지리학 강의》(공저, 2011)가 있다.
저자 : 서민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도시와 지역경제, 지역불균등이 관심 주제이다. 최근에는 교육평가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학력의 지역격차에 관한 공간통계학적 연구”(2010)라는 보고서를 썼으며, 주요 논문으로 “한국의 지역불균등 발전과 공간적 조절양식”(2006) 등이 있다.
저자 : 장의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지리 콘텐츠의 교수학적 변환이 그 동안의 연구 주제였고 최근에는 세계지리와 다문화 교육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 데 관심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세계지리의 다문화 교육적 가치에 관한 연구”(2010), “지리 교과 교수 요소 간 유기적 정합성 연구”(2004)가 있다.
저자 : 박승규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공간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우리땅 방방 곡곡》(2011), 《우리나라 별별마을》(2011), 《일상의 지리학: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묻다》(2009), 《강원 교육과 인재 육성》(공저, 2001)이 있다.
▣ 주요 목차
개정2판 서문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제1부 지리적 상상력의 확장
1장 개념에 담겨 있는 지리학의 사고방식 / 박승규
1. 지리학에 대한 선입견과 정설
1) 선입견의 배후
2) 인간의 삶과 밀접한 학문
2. 경계가 흐려지는 지리학의 영토
3. 희미해진 영토에서 지리학의 모습 찾기: 지리학의 개념
1) 위치와 장소
2) 장소와 공간
3) 장소, 공간, 그리고 지역
4) 지역과 경관
5) 시간과 스케일
2장 쟁점으로 읽어보는 지리학사 / 장의선
1. 고대와 중세의 지리학 전통
1) 지방지 전통 vs 수리천문학 전통
2) 고대 지리학의 집대성, 스트라보와 톨레미
3) 중세, 두 개의 지리학: T-O 지도 vs 이븐 바투타
2. 지리상 발견 이후 지리 지식의 체계화와 근대 지리학의 전개
1) 지리상 발견 시대의 바레니우스의 고민
2) 순수 지리학 운동
3) 과학으로서의 지리학: 훔볼트 vs 리터
4) 자연지리학 강의: 칸트가 말한 근대 지리학의 성립 논리
5) "종의 기원"(1859)과 지리학 논쟁 : 환경결정론 vs 가능론
6) 헤트너의 지역론과 슐뤼터의 경관론: 장소적 종합 vs 가시적 경관
7) 코롤로지(chorology): 계속되는 칸트 식의 지리학 성립 논리
3. 현대 지리학의 쟁점과 경향
1) 하트숀의 지역지리학에 대한 쉐퍼의 도전: 전통지리학 vs 신지리학
2) 계량적 인문지리학의 등장 배경
3) 신지리학의 한계와 보완의 노력
4) 새로운 도전: 인간주의 지리학과 구조주의 지리학
5) 지식 생산의 본질과 지리사상사의 평가
3장 지리적 사상(事象)의 재현: 지도 / 장의선
1. 지도는 재현(representation)의 한 방식
1) 지도란 선택적 ‘재현’이다
2) 거짓말은 지도의 태생적 운명
3) 지도와 권력
2. 고지도 읽기
1) 어떤 종류의 고지도가 전해 오는가
2) 고지도를 읽기 위한 코드(codes)
3) 조선 시대의 세계지도에서 읽을 수 있는 조선 사람들의 세계관
3. 근대 지도의 등장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까지
1) 근대 지도란 어떤 것인가
2) 근대 지도로서의 "대동여지도"
3) 현대의 지도 언어들
4) 종이 지도를 넘어 디지털 지도까지: 수치 지도와 지리정보시스템(GIS)
영화로 읽는 지리 이야기 1 "모노노케히메"에 담긴 일본의 ‘종교와 신화’
제2부 장소와 경관의 이해
4장 인간과 자연환경: 이원론을 넘어서 / 전종한
1. 인간 삶터로서의 자연환경1
1) 인간 삶의 모태 ‘자연환경’
2) 생태론의 허점
2. 생태론을 넘어 풍토론으로
1) 풍토론에서 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2) 세 가지 풍토형: 몬순, 사막, 목장
3. 자연환경을 보는 상반된 시선
1) 어머니로서의 자연관 vs 상품 가치로서의 자연관
2) 본질주의적 자연관 vs 구성주의적 자연관
3) 다양한 환경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리학자들의 입장은?
5장 풍수 사상의 두 전통 / 박승규
1. 터 잡기 예술인가, 지식 체계인가?
1) 풍수 사상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2) ‘터 잡기 예술로서의 풍수’, ‘지식 체계로서의 풍수’
2. 누가 들여왔고, 어떻게 사용했는가?
1) 풍수의 기원과 전파
2) ‘어떤 사람’이 풍수를 알고 있었는가?
3) 풍수를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가?
3. 잃어버린 전통을 찾아서
6장 촌락 지역의 해석 / 전종한
1. 촌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1) 촌락이 갖는 의미
2)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촌락
3) 촌락의 개념은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2. 촌락의 입지와 형태
1) 촌락은 어떤 장소에서 잘 발생하는가?
2)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삶터 선정 기준: 지리, 생리, 인심, 산수
3) 촌락 가옥들의 모이고 흩어짐
4) 이국적 풍경의 촌락 형태: 태안반도의 산촌(散村)
3. 촌락의 공간 구성과 경관
1) 촌락의 공간 구성을 어떻게 들여다 볼 것인가?
2) 공간 구성이 독특한 세계의 주요 촌락
4. 우리나라 촌락의 근간: 종족 마을
1) 종족 마을의 주인공 ‘종족 집단’
2) 종족 마을은 언제,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는가?
3) 종족 마을의 공간 구성
4) 종족 마을의 경관이 내포한 의미와 전략
7장 한국 도시의 원형 ‘읍성’ 취락 / 전종한
1. 성곽의 나라 ‘조선’
1) 한반도에 얼마나 많은 읍성이 있었는가?
2) 인근의 산성으로부터 옮겨온 조선 초기 읍성
3) 읍성의 입지에 관여한 조건들
2. 읍성 안의 경관과 장소
1) ‘중앙 권력’을 상징하는 읍성 vs ‘멸시의 공간’으로서의 읍성
2) 읍성 안에 자리했던 경관과 장소들
3) 경관 배치의 기본 원리
4) 경관의 상징성과 경관 배치의 지역적 차이
3. 읍성은 언제, 어떻게 사라져갔는가?
1) 일제 강점기에 침입한 새로운 ‘사물의 질서’
2) 전통 경관의 소멸과 기능 변화
3) 일본인의 읍성 유입에 따른 공간 구조의 변형
4) 읍성 취락의 사회?공간적 재편과 근대화
8장 장소와 경관을 새롭게 읽기 / 전종한
1. ‘다름’을 찬미하는 포스트모더니즘
1) 우리 주변의 포스트모더니즘
2)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목하는 ‘지역적 차이’
3) ‘후기 근대(post-Modernism)’인가, ‘탈근대(Post-modernism)’인가?
2. 경관과 장소의 해체적 읽기를 위하여
1) 해체하여 읽는다는 것
2) 사회.공간적 실천의 포착에 의한 권력 읽어내기
3) 텍스트로서의 경관과 장소
4) 경관과 장소를 해체적으로 읽기
3. 경관과 장소의 마케팅: 그 재현의 의미와 한계
1) 웰빙, 지방화, 자본주의의 합작품 ‘경관.장소 마케팅’
2) 경관.장소 마케팅의 유형
영화로 읽는 지리 이야기 2 "파 앤드 어웨이"에서 읽는 유럽인과 북미 인디언의 자연관
제3부 근대적 공간의 설명
9장 도시의 탄생과 진화 / 전종한
1. 도시란 무엇인가?
1) 어원적 음미: ‘도시(都市)’와 ‘시티(City)’와 ‘어반(Urban)’
2) 삶의 방식(a way of life)으로서의 도시
3) 도시화와 도시-촌락 연속체
2. 도시의 기원에서 세계도시까지
1) 도시의 기원과 확산
2) 고대와 중세, 그리고 ‘왕의 귀환’시기의 도시
3) 산업혁명과 도시화: 상인도, 절대 군주도 아닌 제조업인의 도시로
4) 도시의 외연 확대: 교외로 또 세계로
3. 한국의 도시 발달: 왕의 도읍지에서 자본주의 도시까지
1) 조선 전기 이전에 도시가 있었을까?
2) 조선 후기부터 광복 직후까지
3) 급격한 산업화, 급속한 도시 발달
10장 도시의 안과 밖 / 서민철
1. 도시의 다양한 얼굴
1) 세 가지 차원으로 보는 도시의 다양성
2) 도시화의 세 가지 차원
2. 도시 내부의 구조와 동학
1) 모자이크로서의 도시(urban mosaic)
2) 공간-경제적 힘과 도시 구조
3) 공간-사회적 힘과 도시 구조
4) 공간-정치적 힘과 도시 구조
3. 도시의 외부, 도시들 간의 관계
1) 점으로서의 도시
2) 도시들 간의 순위
3)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
4) 세계화와 세계도시 체계
11장 산업 활동과 지역의 형성 / 서민철
1. 산업의 입지와 지역
1) 경제지리학과 경제학
2) 시장 분포의 국지성
3) 문제는 지리
2. 공업의 입지와 지역 변화
1) 여러 가지 산업
2) 베버의 공업 입지 이론
3) 현대의 공업 입지 이론
3. 서비스업의 입지: 상업의 경우
1) 서비스업 입지의 특징
2) 문턱값과 도달거리
3) 상권 경쟁과 상업의 계층적 입지
4) "메밀꽃 필 무렵"의 지리학: 정기시장의 해석
12장 지역 불균등과 공간적 정의 / 서민철
1.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의 문제
1) 공간에도 정의가 있는가?
2) 지역격차 비판은 정당한가
2. 지역 불균등 발전에 관한 이론
1) 지역 불균등 발전론의 이론적 배경
2) 수렴론: 신고전 지역 성장론과 불균형 성장론
3) 비수렴론: 뮈르달, 프리드먼, 내생적 성장론
4) 비주류 이론들
3. 한국에서의 지역 불균등 논의
1) 추세 분석과 기제 추적
2) 압축적 산업화와 지역격차
3) 1980년대 이후 수도권 집중도 변화의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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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삶의 대화, 《인문지리학의 시선》
지리학은 우리 삶터의 문제이다. 공간이 없는 삶, 터전이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지리학은 인간의 삶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삶과 지리를 함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학교 수업시간에 생겨난 지리학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다. 지리 시간에 배우는 내용은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삶이 빠진, 지나치게 추상화된 것들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 없이 이뤄지는 지리 수업은, 기호로 가득찬 복잡한 지도들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암기과목에 불과하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자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를 지리적으로 읽고 교감하고자 집필되었다. 저자들은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에 이르기까지 지리학이 우리의 삶과 관련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12가지 다양한 주제,
한국의 인문지리학에 맞는 한국의 사례
책은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3장에서 다루고 있는 지도는 지리학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형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인문지리학의 시선》에서 지도는 지리교과서에 등장하는 지도와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고지도부터 근대 지도, GI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도의 종류를 소개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 이렇게 다양한 지도가 만들어지는지 알려준다. 한편 지도가 지닌 진실과 거짓, 객관과 왜곡의 문제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문지리학적 관점 역시 전달한다.
또한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전공자들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소 독특한 견해들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4장에서는 일본의 환경 철학자 와쓰지 데스로우의 풍토론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강력한 왕권을 표현한 산물이라는 우리의 상식과 좀 다른 견해가 도출된다. 사막형 인간은 불규칙한 사막의 지형과 단조로운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오직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기하학적이고 질서 있는 경관으로서의 피라미드를 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인문지리학 관련 저서가 대부분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은 한국 저자들이 한국의 지리에 초점을 두고 집필하여 인문지리를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터로 끌어왔다. 전통 풍수지리 사상을 다룬 5장, 한국의 촌락지역을 해석한 6장, 한국 도시의 원형인 ‘읍성’을 분석한 7장이 그 대표적인 부분이다. 우리 공간을 우리 눈으로 보려 한 시도다.
보통사람이 재미있게 읽는 학술교재
인문지리학이라는 거대한 영역을 구조가 잘 짜인 이론에만 기대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공저자 4명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문지리학은 크게 인문학적 전통과 사회과학적 전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전통에 모두 정통한 학자는 찾기 어렵다. 각각 인문학적 전통, 사회과학적 전통, 지리교육과 지리적 지식의 필요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있던 4명의 저자는 2002년 이후 함께 공부방을 운영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관심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책을 집필하는 인연으로 발전하였다. 저자들은 각자 쓴 원고를 단순 조합하지 않고 최대한 융합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집필 부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원고까지 함께 확인하며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갔다.
정성을 쏟은 끝에 탄생한 책이었기에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책이 되었다. 인문지리학에 대한 폭넓은 개설을 의도했기에 지리학·지리교육과 학생들, 전국의 지리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류학, 조경학, 역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까지도 참고하고 있다.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호기심을 가진 대중 독자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인문사회과학 전반의 최근 흐름과 지리학사에서 등장했던 주요 사상과 개념들을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담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지리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2005년 초판 발간 이후 개정2판 발간에 이르렀다. 변화된 내용은 추가하고 기존의 내용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두 차례 개정작업을 거쳤다. 지난 개정판이 전체적으로 내용을 대폭 수정한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개정2판은 기존의 내용을 한 번 더 정제하여 내용 전달에 완벽을 기했다. 관련 지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바로잡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외국의 낯선 사례는 꼭 필요한 곳에 한정하고, 사례의 대부분을 가급적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 그림, 지도로 대체하여 보다 더 한국적인 인문지리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하였다.
부분적으로 내용 보강도 이루어졌다. 8장에서는 장소 및 경관이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의 전래 ‘명승’ 자원을 통해 추가로 보여주었고, 10장에서는 세계도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세계도시의 네트워크를 측정하는 최근 논의를 소개하였다. 11장에서는 중심지 이론을 소비자 입장에서 전개하는 방식과 중심지 계층 구조를 도출하는 색다른 방식을 안내하였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곳곳에 제시하였던 기존의 ‘읽기 자료’를 ‘참고 자료’로 바꾸어 명명하고, 필요에 따라 본문으로 편입시켜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든 반면, 현시대에 어울리지 않거나 당위성을 상실한 참고 자료는 삭제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였다. 또한 전면 컬러판으로 출간하여 다양한 그림, 지도, 사진들을 좀더 생생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작가 소개
저자 : 전종한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부교수이다. 삶의 의미와 과정을 함축한 경관과 장소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한 한국지리, 세계지리의 재구성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종족집단의 경관과 장소》(2005), 《역사지리학 강의》(공저, 2011)가 있다.
저자 : 서민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도시와 지역경제, 지역불균등이 관심 주제이다. 최근에는 교육평가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학력의 지역격차에 관한 공간통계학적 연구”(2010)라는 보고서를 썼으며, 주요 논문으로 “한국의 지역불균등 발전과 공간적 조절양식”(2006) 등이 있다.
저자 : 장의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지리 콘텐츠의 교수학적 변환이 그 동안의 연구 주제였고 최근에는 세계지리와 다문화 교육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 데 관심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세계지리의 다문화 교육적 가치에 관한 연구”(2010), “지리 교과 교수 요소 간 유기적 정합성 연구”(2004)가 있다.
저자 : 박승규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공간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우리땅 방방 곡곡》(2011), 《우리나라 별별마을》(2011), 《일상의 지리학: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묻다》(2009), 《강원 교육과 인재 육성》(공저, 2001)이 있다.
▣ 주요 목차
개정2판 서문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제1부 지리적 상상력의 확장
1장 개념에 담겨 있는 지리학의 사고방식 / 박승규
1. 지리학에 대한 선입견과 정설
1) 선입견의 배후
2) 인간의 삶과 밀접한 학문
2. 경계가 흐려지는 지리학의 영토
3. 희미해진 영토에서 지리학의 모습 찾기: 지리학의 개념
1) 위치와 장소
2) 장소와 공간
3) 장소, 공간, 그리고 지역
4) 지역과 경관
5) 시간과 스케일
2장 쟁점으로 읽어보는 지리학사 / 장의선
1. 고대와 중세의 지리학 전통
1) 지방지 전통 vs 수리천문학 전통
2) 고대 지리학의 집대성, 스트라보와 톨레미
3) 중세, 두 개의 지리학: T-O 지도 vs 이븐 바투타
2. 지리상 발견 이후 지리 지식의 체계화와 근대 지리학의 전개
1) 지리상 발견 시대의 바레니우스의 고민
2) 순수 지리학 운동
3) 과학으로서의 지리학: 훔볼트 vs 리터
4) 자연지리학 강의: 칸트가 말한 근대 지리학의 성립 논리
5) "종의 기원"(1859)과 지리학 논쟁 : 환경결정론 vs 가능론
6) 헤트너의 지역론과 슐뤼터의 경관론: 장소적 종합 vs 가시적 경관
7) 코롤로지(chorology): 계속되는 칸트 식의 지리학 성립 논리
3. 현대 지리학의 쟁점과 경향
1) 하트숀의 지역지리학에 대한 쉐퍼의 도전: 전통지리학 vs 신지리학
2) 계량적 인문지리학의 등장 배경
3) 신지리학의 한계와 보완의 노력
4) 새로운 도전: 인간주의 지리학과 구조주의 지리학
5) 지식 생산의 본질과 지리사상사의 평가
3장 지리적 사상(事象)의 재현: 지도 / 장의선
1. 지도는 재현(representation)의 한 방식
1) 지도란 선택적 ‘재현’이다
2) 거짓말은 지도의 태생적 운명
3) 지도와 권력
2. 고지도 읽기
1) 어떤 종류의 고지도가 전해 오는가
2) 고지도를 읽기 위한 코드(codes)
3) 조선 시대의 세계지도에서 읽을 수 있는 조선 사람들의 세계관
3. 근대 지도의 등장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까지
1) 근대 지도란 어떤 것인가
2) 근대 지도로서의 "대동여지도"
3) 현대의 지도 언어들
4) 종이 지도를 넘어 디지털 지도까지: 수치 지도와 지리정보시스템(GIS)
영화로 읽는 지리 이야기 1 "모노노케히메"에 담긴 일본의 ‘종교와 신화’
제2부 장소와 경관의 이해
4장 인간과 자연환경: 이원론을 넘어서 / 전종한
1. 인간 삶터로서의 자연환경1
1) 인간 삶의 모태 ‘자연환경’
2) 생태론의 허점
2. 생태론을 넘어 풍토론으로
1) 풍토론에서 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2) 세 가지 풍토형: 몬순, 사막, 목장
3. 자연환경을 보는 상반된 시선
1) 어머니로서의 자연관 vs 상품 가치로서의 자연관
2) 본질주의적 자연관 vs 구성주의적 자연관
3) 다양한 환경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리학자들의 입장은?
5장 풍수 사상의 두 전통 / 박승규
1. 터 잡기 예술인가, 지식 체계인가?
1) 풍수 사상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2) ‘터 잡기 예술로서의 풍수’, ‘지식 체계로서의 풍수’
2. 누가 들여왔고, 어떻게 사용했는가?
1) 풍수의 기원과 전파
2) ‘어떤 사람’이 풍수를 알고 있었는가?
3) 풍수를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가?
3. 잃어버린 전통을 찾아서
6장 촌락 지역의 해석 / 전종한
1. 촌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1) 촌락이 갖는 의미
2)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촌락
3) 촌락의 개념은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2. 촌락의 입지와 형태
1) 촌락은 어떤 장소에서 잘 발생하는가?
2)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삶터 선정 기준: 지리, 생리, 인심, 산수
3) 촌락 가옥들의 모이고 흩어짐
4) 이국적 풍경의 촌락 형태: 태안반도의 산촌(散村)
3. 촌락의 공간 구성과 경관
1) 촌락의 공간 구성을 어떻게 들여다 볼 것인가?
2) 공간 구성이 독특한 세계의 주요 촌락
4. 우리나라 촌락의 근간: 종족 마을
1) 종족 마을의 주인공 ‘종족 집단’
2) 종족 마을은 언제,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는가?
3) 종족 마을의 공간 구성
4) 종족 마을의 경관이 내포한 의미와 전략
7장 한국 도시의 원형 ‘읍성’ 취락 / 전종한
1. 성곽의 나라 ‘조선’
1) 한반도에 얼마나 많은 읍성이 있었는가?
2) 인근의 산성으로부터 옮겨온 조선 초기 읍성
3) 읍성의 입지에 관여한 조건들
2. 읍성 안의 경관과 장소
1) ‘중앙 권력’을 상징하는 읍성 vs ‘멸시의 공간’으로서의 읍성
2) 읍성 안에 자리했던 경관과 장소들
3) 경관 배치의 기본 원리
4) 경관의 상징성과 경관 배치의 지역적 차이
3. 읍성은 언제, 어떻게 사라져갔는가?
1) 일제 강점기에 침입한 새로운 ‘사물의 질서’
2) 전통 경관의 소멸과 기능 변화
3) 일본인의 읍성 유입에 따른 공간 구조의 변형
4) 읍성 취락의 사회?공간적 재편과 근대화
8장 장소와 경관을 새롭게 읽기 / 전종한
1. ‘다름’을 찬미하는 포스트모더니즘
1) 우리 주변의 포스트모더니즘
2)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목하는 ‘지역적 차이’
3) ‘후기 근대(post-Modernism)’인가, ‘탈근대(Post-modernism)’인가?
2. 경관과 장소의 해체적 읽기를 위하여
1) 해체하여 읽는다는 것
2) 사회.공간적 실천의 포착에 의한 권력 읽어내기
3) 텍스트로서의 경관과 장소
4) 경관과 장소를 해체적으로 읽기
3. 경관과 장소의 마케팅: 그 재현의 의미와 한계
1) 웰빙, 지방화, 자본주의의 합작품 ‘경관.장소 마케팅’
2) 경관.장소 마케팅의 유형
영화로 읽는 지리 이야기 2 "파 앤드 어웨이"에서 읽는 유럽인과 북미 인디언의 자연관
제3부 근대적 공간의 설명
9장 도시의 탄생과 진화 / 전종한
1. 도시란 무엇인가?
1) 어원적 음미: ‘도시(都市)’와 ‘시티(City)’와 ‘어반(Urban)’
2) 삶의 방식(a way of life)으로서의 도시
3) 도시화와 도시-촌락 연속체
2. 도시의 기원에서 세계도시까지
1) 도시의 기원과 확산
2) 고대와 중세, 그리고 ‘왕의 귀환’시기의 도시
3) 산업혁명과 도시화: 상인도, 절대 군주도 아닌 제조업인의 도시로
4) 도시의 외연 확대: 교외로 또 세계로
3. 한국의 도시 발달: 왕의 도읍지에서 자본주의 도시까지
1) 조선 전기 이전에 도시가 있었을까?
2) 조선 후기부터 광복 직후까지
3) 급격한 산업화, 급속한 도시 발달
10장 도시의 안과 밖 / 서민철
1. 도시의 다양한 얼굴
1) 세 가지 차원으로 보는 도시의 다양성
2) 도시화의 세 가지 차원
2. 도시 내부의 구조와 동학
1) 모자이크로서의 도시(urban mosaic)
2) 공간-경제적 힘과 도시 구조
3) 공간-사회적 힘과 도시 구조
4) 공간-정치적 힘과 도시 구조
3. 도시의 외부, 도시들 간의 관계
1) 점으로서의 도시
2) 도시들 간의 순위
3)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
4) 세계화와 세계도시 체계
11장 산업 활동과 지역의 형성 / 서민철
1. 산업의 입지와 지역
1) 경제지리학과 경제학
2) 시장 분포의 국지성
3) 문제는 지리
2. 공업의 입지와 지역 변화
1) 여러 가지 산업
2) 베버의 공업 입지 이론
3) 현대의 공업 입지 이론
3. 서비스업의 입지: 상업의 경우
1) 서비스업 입지의 특징
2) 문턱값과 도달거리
3) 상권 경쟁과 상업의 계층적 입지
4) "메밀꽃 필 무렵"의 지리학: 정기시장의 해석
12장 지역 불균등과 공간적 정의 / 서민철
1.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의 문제
1) 공간에도 정의가 있는가?
2) 지역격차 비판은 정당한가
2. 지역 불균등 발전에 관한 이론
1) 지역 불균등 발전론의 이론적 배경
2) 수렴론: 신고전 지역 성장론과 불균형 성장론
3) 비수렴론: 뮈르달, 프리드먼, 내생적 성장론
4) 비주류 이론들
3. 한국에서의 지역 불균등 논의
1) 추세 분석과 기제 추적
2) 압축적 산업화와 지역격차
3) 1980년대 이후 수도권 집중도 변화의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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