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는 친근하고 어수룩한 호랑이 이야기
우리 옛이야기에서 호랑이는 늘 수난을 당하는 존재다. 겨우 빠져나온 구덩이에 다시 빠지거나 뜨겁게 달구어진 돌을 입에 넣고, 인간이 대충 둘러댄 거짓말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효도를 하느라 등골이 휘기도 한다. 곶감을 무시무시한 존재로 오해하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호랑이는 또 얼마나 모양이 빠지는지. 하지만 실제 호랑이는 절대 그런 존재가 아니다. 호랑이 한 마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넓고 깊은 산 하나가 필요하며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면 온몸이 딱 굳어 움직이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옛이야기 속 호랑이와 실제 호랑이는 급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옛사람들이 ‘호환 마마’를 인간에게 닥치는 대표적인 불운으로 이야기했던 걸 보면 호랑이가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였던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옛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는 그토록 어수룩하고 친근한 존재로 그려졌던 걸까?
『어수룩 호랑이』는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한반도의 호랑이가 어떤 이유로 친근하고 어수룩한 존재로 그려졌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그림책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아주 옛날 ‘동쪽 나라’ 임금님이 애완동물처럼 귀엽게 여기며 데리고 다니던 호랑이가 있었는데 그 호랑이는 원래 엉뚱하고 귀염성 있는 성격으로 자진해서 임금님에게 찾아갔다는 것, 그리하여 임금님을 따라다니며 덤벙대다가 줄무늬 가죽과 왕자가 새겨진 이마, 부리부리한 눈을 갖게 되었다는 것, 그러다 임금님이 깊은 산속에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
단군을 연상케 하는 임금님은 분명 신화적 존재이고, 호랑이 역시 그 생김새의 기원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는 본래 친근하고 엉뚱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 그래서 옛이야기에 어딘가 얼뜨기 같은 존재로 그려졌다는 건가? 그럴 리가. 이 호랑이는 산신령이 된 임금님과 함께 산속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야기의 힘, 민화의 매력
임금님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던 호랑이. 산신제를 지내며 훌륭한 임금님과 호랑이를 기리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제 친근하고 어수룩한 호랑이는 없다. 그래서 어느 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공포에 질리고 만다. 엄청난 몸집, 부리부리한 눈과 위엄 있는 털가죽을 지닌 호랑이는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문제는 호랑이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한 나머지 온 나라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호랑이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호랑이를 친근하고 어수룩하고 엉뚱하게 그려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한 것이다. 실제로 호랑이 그림과 이야기를 자꾸자꾸 그리고 짓고 나누고 하는 동안 호랑이는 다시 친숙한 존재로 되돌아오게 된다.
애초에 우리 옛이야기나 민화에 호랑이가 단골로 등장했던 까닭은 바로 이것이었으리라. 호랑이는 너무나 무서운 동물이었으며, 그 압도적 공포는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웃 마을 아무개가 호랑이에게 물렸다 한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따라서 우리 옛이야기 속 어수룩한 호랑이는 공포의 대비책이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힘이란 대체로 삶의 어두운 국면에서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 민화 속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까치를 흘깃 곁눈질하는 호랑이를 보고 웃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호환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잊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수룩 호랑이』는 기본적으로는 호랑이 이야기에 담긴 공포 극복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호랑이가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단순히 오해였다고 풀이함으로써 호랑이에 대한 우리 고유의 친숙함을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사람들이 호랑이가 두려워 벌벌 떤 까닭은 아주 오랫동안 호랑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든 공간이든 단절만큼 오해를 불러오기 쉬운 장애는 없는 법이다. 따지고 보면 이 그림책은 우리가 호랑이에게 느낄 수 있는 온갖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수룩 호랑이』는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민화의 색채를 활용해 ‘어수룩’한 우리 호랑이를 아름답게 되살려낸다. 정성껏 채색된 그림은 우리가 그림책을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책 뒤편에 있는 작가의 말은 여러 가지 정보를 담아내고 있어 꼼꼼히 읽어볼 만하다.
▣ 작가 소개
글그림 : 황순선
브라이튼대학교에서 어린이용 멀티미디어 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숙명여자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로 어린이 그림책 및 논문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그림책 『악어와 악어새』, 『독수리 날개 하느님』, 『커다란 무』, 『뛰뛰빵빵 꼬마 자동차』, 『꼬마 거인과 훼방쟁이 재잘이』 등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는 친근하고 어수룩한 호랑이 이야기
우리 옛이야기에서 호랑이는 늘 수난을 당하는 존재다. 겨우 빠져나온 구덩이에 다시 빠지거나 뜨겁게 달구어진 돌을 입에 넣고, 인간이 대충 둘러댄 거짓말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효도를 하느라 등골이 휘기도 한다. 곶감을 무시무시한 존재로 오해하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호랑이는 또 얼마나 모양이 빠지는지. 하지만 실제 호랑이는 절대 그런 존재가 아니다. 호랑이 한 마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넓고 깊은 산 하나가 필요하며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면 온몸이 딱 굳어 움직이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옛이야기 속 호랑이와 실제 호랑이는 급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옛사람들이 ‘호환 마마’를 인간에게 닥치는 대표적인 불운으로 이야기했던 걸 보면 호랑이가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였던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옛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는 그토록 어수룩하고 친근한 존재로 그려졌던 걸까?
『어수룩 호랑이』는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한반도의 호랑이가 어떤 이유로 친근하고 어수룩한 존재로 그려졌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그림책이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아주 옛날 ‘동쪽 나라’ 임금님이 애완동물처럼 귀엽게 여기며 데리고 다니던 호랑이가 있었는데 그 호랑이는 원래 엉뚱하고 귀염성 있는 성격으로 자진해서 임금님에게 찾아갔다는 것, 그리하여 임금님을 따라다니며 덤벙대다가 줄무늬 가죽과 왕자가 새겨진 이마, 부리부리한 눈을 갖게 되었다는 것, 그러다 임금님이 깊은 산속에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
단군을 연상케 하는 임금님은 분명 신화적 존재이고, 호랑이 역시 그 생김새의 기원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는 본래 친근하고 엉뚱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 그래서 옛이야기에 어딘가 얼뜨기 같은 존재로 그려졌다는 건가? 그럴 리가. 이 호랑이는 산신령이 된 임금님과 함께 산속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야기의 힘, 민화의 매력
임금님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던 호랑이. 산신제를 지내며 훌륭한 임금님과 호랑이를 기리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제 친근하고 어수룩한 호랑이는 없다. 그래서 어느 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공포에 질리고 만다. 엄청난 몸집, 부리부리한 눈과 위엄 있는 털가죽을 지닌 호랑이는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문제는 호랑이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한 나머지 온 나라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호랑이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호랑이를 친근하고 어수룩하고 엉뚱하게 그려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한 것이다. 실제로 호랑이 그림과 이야기를 자꾸자꾸 그리고 짓고 나누고 하는 동안 호랑이는 다시 친숙한 존재로 되돌아오게 된다.
애초에 우리 옛이야기나 민화에 호랑이가 단골로 등장했던 까닭은 바로 이것이었으리라. 호랑이는 너무나 무서운 동물이었으며, 그 압도적 공포는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웃 마을 아무개가 호랑이에게 물렸다 한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따라서 우리 옛이야기 속 어수룩한 호랑이는 공포의 대비책이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힘이란 대체로 삶의 어두운 국면에서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 민화 속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까치를 흘깃 곁눈질하는 호랑이를 보고 웃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호환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잊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수룩 호랑이』는 기본적으로는 호랑이 이야기에 담긴 공포 극복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호랑이가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단순히 오해였다고 풀이함으로써 호랑이에 대한 우리 고유의 친숙함을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사람들이 호랑이가 두려워 벌벌 떤 까닭은 아주 오랫동안 호랑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든 공간이든 단절만큼 오해를 불러오기 쉬운 장애는 없는 법이다. 따지고 보면 이 그림책은 우리가 호랑이에게 느낄 수 있는 온갖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수룩 호랑이』는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민화의 색채를 활용해 ‘어수룩’한 우리 호랑이를 아름답게 되살려낸다. 정성껏 채색된 그림은 우리가 그림책을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책 뒤편에 있는 작가의 말은 여러 가지 정보를 담아내고 있어 꼼꼼히 읽어볼 만하다.
▣ 작가 소개
글그림 : 황순선
브라이튼대학교에서 어린이용 멀티미디어 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숙명여자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로 어린이 그림책 및 논문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그림책 『악어와 악어새』, 『독수리 날개 하느님』, 『커다란 무』, 『뛰뛰빵빵 꼬마 자동차』, 『꼬마 거인과 훼방쟁이 재잘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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