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는 해파리입니다.
바다의 마시멜로, 심해의 발레리나, 대양의 반딧불이예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해변의 구경거리, 여름의 불청객, 바다의 쐐기풀일 뿐이지요.
해파리는 ‘바다의 마시멜로’, ‘심해의 발레리나’, ‘대양의 반딧불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진 생물입니다. 멀고 깊은 바다에 사는 투명하고 신비로운 생김의 해파리는 한때 인간들에게 경이로운 바다 생물이었지요. 그런데 이제 이 생물은 ‘해변의 구경거리’, ‘여름의 불청객’, ‘바다의 쐐기풀’이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똑같은 해파리인데 왜 이렇게 대조적인 시선을 받게 되었을까요? 그건 바로 해파리가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로 구분되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언제인가부터 사람들에게 해파리는 상처를 입히고, 양식장을 엉망으로 만드는 해로운 동물이 되어 버렸지요. 그런데 혹시 해파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나는 해파리입니다》는 바로 해파리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갓 태어난 해파리가 파도를 타고 나울나울 피서객들로 붐비는 해변에 밀려 왔습니다. 그러다가 기다란 촉수로 그만 소녀의 팔목을 감아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화난 소녀의 아빠는 해파리를 그물로 낚아 모래사장에 내동댕이칩니다. 투명하고 하늘거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찌그러진 종처럼 변해 버린 해파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쓰레기와 사람으로 가득한 해변에서 점점 말라갑니다. 과연 어린 해파리는 자신이 태어난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나는 해파리입니다》에서 작가는 해파리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해파리가 해변까지 오게 된 것도,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의도된 행동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한 본능 때문이라고요. 해파리는 조류를 따라 해변으로 떠밀려 온 것이고, 눈앞에 있는 장애물을 확인하기 위해 촉수를 뻗은 것뿐이지요. 그런데 쉽게 동물을 죽이고 쓰레기를 버리면서 바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본능인가요? 해파리의 눈으로 본 인간은 무례하고 사납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을 대했습니다. 이분법적이고 결과론적인 사고로 자연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었고, 당연한 것인양 자연을 누리고 훼손시켰지요. 이 책은 종을 초월해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 뿐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기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베아트리스 퐁타넬의 생태를 기반으로 한 담담하고 간결한 글 덕분에 독자는 낯설디 낯선 생물인 해파리와 함께 울고 웃고, 기뻐하고 화내다가 종내에는 이 생물과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림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색조는 독자를 어느새 여름 바다로 데려가고, 역동성 느껴지는 형태는 이 미지의 바다생물이 마치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요. 가는 펜으로 촉수 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해파리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이 생물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됩니다.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한 알렉상드라 위아르는 이 책에서 두 가지 기법을 대조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바다와 생물은 수채 물감과 펜으로 맑고 섬세하게 표현한 반면, 해변과 인간은 구아슈로 둔하고 탁하게 나타내 글에 담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결국 자연과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연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포인트컬러인 형광주황색을 사용하여 전달합니다. 해파리와 소녀에게만 사용된 이 색은 둘의 교감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바다가 푸른빛이라는 건 어쩌면 인간의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책의 면지처럼 해파리가 온몸에 불을 밝히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밤바다는 어쩌면 형광주황색이 아닐까요?
시리즈 소개
‘철학하는 아이’는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그림동화입니다. 깊이 있는 시선과 폭넓은 안목으로 작품을 해설한 명사의 한마디가 철학하는 아이를 만듭니다.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베아트리스 퐁타넬
작가이자 시인, 도상학자, 그리고 주부이다. 1957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지금은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어린이 잡지 <오카피Okapi>에서 기자로 일했다.
일상생활과 여성은 퐁타넬이 즐겨 다루는 주제로,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일상에 대한 책을 많이 썼다. 백여 권 가까이 되는 책을 집필한 그녀는 2009년 소설 『가시 돋친 남자L’homme barbel?』로 브장송 도서전에서 수여하는 신예 소설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인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Nos Maisons』(쇠이유 출판사의 《사물의 역사Histoire des choses》 총서)을 비롯해 『코르셋과 브래지어』『영원한 여성, 내밀한 몸의 역사』 등이 유명하며, 국내에는 『치장의 역사』와 『새롭게 이해하는 한 권의 음악사』가 번역 출간되었다.
세심하게 관찰한 세상의 구석구석을 애정 어린 목소리로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그녀는, 프랑스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가이다.
그린이 : 알렉상드라 위아르
프랑스 리옹에밀콜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2010년 볼로냐국제어린이아동도서전에서 수상한 뒤로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해파리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이 책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 《가장 작은 거인과 가장 큰 난쟁이》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김라헬
프랑스에서 생물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프랑스의 비정부 환경 단체에서 일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의 세계에 눈뜬 엄마로, 《나는 해파리입니다》가 첫 번역 작품입니다. 앞으로 좋은 환경 그림책을 소개하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해설 : 이지유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천문학과에서 공부했으며, 공주대학교 대학원 과학영재교육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책을 읽으며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신나게 하고 있다. 좋은 책을 찾아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종종 한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내 이름은 파리지옥』 『처음 읽는 지구의 역사』 『딱정벌레의 소원』 『내 이름은 태풍』 『숨 쉬는 것들의 역사』 『펭귄도 사실은 롱다리다!』 『빅뱅 쫌 아는 10대』 『우주를 누벼라』 등을 썼고,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최고의 뼈를 만져 봐』 『구멍: 숨겨진 세계를 발견하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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