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밖에서

시골에서는 진통제가 없었던지라 어머니는 피마자 씨앗 껍질을 벗겨서 바늘에 꿰어 등잔불에 뜨겁게 달군 뒤에, 아린 어금니에 물고 있게 합니다. 그럼 진통제를 먹은 것처럼 치통이 슬그머니 가라앉고는 했지요. 구멍포와 시 제목 <괄호 밖에서>의 상관성을 생각하면서 시를 읽어봅니다. 아이의 치통이 얼마나 심했으며, 엄마가 아이의 잇몸에 추를 달아 통증을 꾹 눌러 놓으려 했을까요. 동지섣달 긴긴밤에 치통과 싸우는 아이, 그 치통을 잊고서 편히 잠들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 옵니다. 구멍포로 감싸놓은 아이의 치통과, 그 구멍포 바깥에서 아이의 고통과 함께 하는 엄마의 겨울밤이 애잔합니다.

-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의 해설 중에서  

최애자

전북 김제 출생

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수학

2007년 <한국문인> 시 부분 신인상 등단

한국 문인협회 회원

문학 에스프리 이사

일성 문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