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감정을 뒤흔드는 힘, 변화무쌍한 전개, 독보적인 개성…
예술적 성취의 정점, 베토벤의 교향곡이
그가 남긴 스케치북에서 되살아나다
“록우드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독보적인 음악 지성의 창조 과정을 엿보게 될 것이다.”
-요요마(첼리스트)
“록우드만큼 베토벤의 음악에 활력을 부여하는 사람은 없다. 독보적인 위업이다.”
-앨런 길버트(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의 주춧돌인 베토벤 교향곡에 평생 사랑과 존경을 바친 결과물이다.”
-데이비드 로버트슨(세인트루이스 교향악단 음악감독)
“이 책은 흔한 베토벤 교향곡 안내서가 아니다. 작곡가의 작업장으로 우리를 이끌어
인간 정신의 위대한 이야기 중 하나로 남아 있는 비틀거리는 영혼을 보여준다.”
-스코트 버넘(프린스턴 대학교 음악사 교수)
베토벤은 평생에 걸쳐 아홉 편의 교향곡을 썼다. 이는 모차르트의 4분의 1, 하이든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듣는 이에게 이보다 더 강한 인상을 이토록 오래 남기는 작품은 없다. 세상에 나온 지 200여 년이 된 오늘날까지 베토벤의 음악은 감정을 뒤흔드는 힘, 변화무쌍한 전개, 독보적인 개성으로 사랑받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베토벤 교향곡은 예술적 성취의 정점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베토벤은 음악뿐 아니라 학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연구하는 작곡가인데, 이렇게 활발하게 연구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그가 남긴 스케치 자료들이 있다. 베토벤은 그 어떤 작곡가보다도 방대한 분량의 스케치 자료를 후대에 남겼다. 작품 스케치 악보는 물론이고 완성하지 못한 개념 스케치, 악장 계획, 짧은 메모, 일기, 유서, 편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현재는 소실되어 볼 수 없는 자료들까지, 그야말로 베토벤은 “내 안에 있다고 느낀 모든 것을 꺼내놓겠다”라는 평생의 다짐을 실천한 작곡가였다.
베토벤은 수첩이나 스케치북을 늘 옆에 두고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적고 다듬고 발전시켰다. 그의 스케치북을 살펴보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교향곡이 탄생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가령 1번 교향곡의 경우 초기 착상이 담긴 스케치는 있지만,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스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2번 교향곡은 작곡하기 전에 적은 스케치가 대량으로 존재한다. 8번 교향곡은 흥미롭게도 원래 교향곡이 아닌 피아노 협주곡으로 출발했다. 특히 ‘신포니아’(교향곡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라고 표기한 짧은 메모들은 베토벤이 교향곡으로 구상했으나 시작 단계를 넘어서지 못해 미완성으로 남은 스케치들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베토벤 사후에 학자들의 거듭된 노력으로 정리되고 복원되어 베토벤 연구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다.
베토벤은 힘겨운 삶으로부터 창조 세계를 보호하려 했다
생애에 몰입하는 전기 연구의 한계를 보완한 스케치북 연구
베토벤처럼 독특한 예술가는 삶의 굴곡이 작품 세계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베토벤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가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창조 세계를 힘겨운 삶으로부터 보호하고 초월하려고 했다. 전기 연구가 생애의 맥락에서만 작품을 해석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면, 스케치북 연구는 이런 유혹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하지만 이런 모든 어려움은 그것이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1802년의 난청 위기나 1810년 베겔러에게 털어놓은 자살 충동이 그랬듯이 베토벤의 창조적 작업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그의 계속되는 적적함과 왕성한 창작력이 함께 가는 것을 보면,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작업을 서로 엮어서 생각하는 것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베토벤처럼 독특한 예술가에 대해서는 삶과 작업의 관계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고 모호하다. (p.224~225)
스케치북 연구는 이 책의 핵심인 교향곡 악장 분석에 역사적인 관점을 부여한다. 교향곡에 나타나는 형식과 특징들을 곡 전체의 맥락, 나아가 음악사의 맥락에서 보게 한다. 어떤 점이 베토벤의 혁신이었고, 다른 작품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파악하게 해준다.
이 책은 아홉 편의 교향곡을 모두 다루고 있다. 각각의 교향곡을 이루고 있는 악장들을 악보와 함께 한 음 한 음 되짚는다. 또한,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고, 당대 연주회 문화와 소나타, 협주곡, 오페라, 미사곡 등 다른 장르의 주요 작품들과의 관계를 소개한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교향곡이 어떤 풍요로운 토양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나면 ‘교향곡 사상가’로서 베토벤의 면모를 이전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베토벤이 오랜 세월 스케치북에 기록한 교향곡 초기 착상들과 미완성으로 남은 10번 교향곡 악상 등을 이 책 참고자료에서 개괄적으로 정리했다. 음악 형식과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풀어쓴 용어 해설을 앞에 넣었다. 본문에 실린 10개의 악보를 비롯한 모든 악보는 웹사이트(www.musicexamples.com)에서 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인간의 모든 격정과 감정이 교향곡에서 말을 건넨다”
베토벤에게 교향곡은 ‘평생의 과업’이었다
베토벤은 삶의 어떤 국면을 지나든 항상 교향곡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1812년 마흔한 살의 베토벤은 유럽에서 가장 명망 있는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해마다 힘겨운 투쟁을 벌였다. 갈수록 잃어가는 청력, 후원자의 파산과 경제적 궁핍, 조카의 후견인 문제 등 혼란스러운 삶에서도 언제든 교향곡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이든, 모차르트처럼 대중적인 음악과 관습에 익숙했던 베토벤은 출판업자와 민요들을 편곡하기로 계약했고, 연극의 부수 음악 작곡 등도 의뢰받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교향곡 작곡가로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베토벤의 근원적인 소망을 덮지 못했다.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도 베토벤은 스케치북에 끊임없이 새로운 교향곡 악상들을 적었다. 그러므로 교향곡을 작곡하려는 욕망은 연주 기회가 생겼을 때만 일어난 간헐적인 것이 아니었다. 베토벤에게 교향곡은 다시 돌아가야 했던 ‘평생의 과업’이었다. 스케치북을 살펴보면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평생 베토벤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왔는지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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