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중국 사람의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방식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국가나 민족을 통하는 것이 가장 전통적이고 직접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역사 과정의 산물로서, 꽤 오래되기도 했고, 또 이 틀을 크게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21세기 들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지구촌’이라는 패러다임 속에 이러한 민족 단위의 국가주의는 일시 느슨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그 반작용이 심상치 않다.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고 자국중심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와 시진핑 같은 보수적 지도자가 대거 등장했다. 거기에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창궐은 국가 간의 벽을 더욱 두텁게 만들면서 지구촌을 다시 민족 단위의 국가주의로 되돌리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운명공동체이다. 인위적인 금 긋기(국가)와 종의 구별(민족)로는 인류 공동의 번영이나 평화를 유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목전에 다가온 유례없는 지구와 지구촌의 여러 위기도 벗어날 수 없다. ‘문화’란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필요한 개념이라고 여겨진다. 우리가 굳이 이 세계를 구역화 또는 집단화 하여 이해해야 한다면 ‘문화’를 토대로 한 이해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바야흐로 문화주의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과 중국인을 ‘문화’로 바라본 것이다.
문화란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 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다. 문화를 의미하는 ‘culture’라는 단어는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했다. 즉,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연 사물이 아닌 인위적인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모두 문화라는 말을 붙여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문화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는 자연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인류가 유인원의 단계를 벗어나 인간으로 진화하면서부터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모든 인간의 산물이 포함되며, 이는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된다. 이렇게 본다면 문화를 인간 집단의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하는 사회학 혹은 인류학의 관점이 문화의 본래 의미를 가장 폭넓게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학이나 인류학에서는 흔히 문화를 인간의 상징체계나 생활양식으로 정의한다. 인간은 상징체계를 통해 사회를 경험하고 인식하며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상징체계를 습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며, 그 상징체계가 반영하고 있는 사회 질서와 규범, 즉 생활양식을 따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화를 개인, 집단, 종족의 총체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의할 때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그 개인이나 집단, 종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중국인의 생활문화’인 것은 ‘총체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의되는 문화의 상징적 의미에 더하여 실제 중국 사람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문화를 중심에 놓겠다는 의도이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면적은 9억 6천만 1,040㏊로 세계 4위, 인구는 14억 3,932만 3,776명 세계 1위(2020년 통계청), GDP는 13조 6,081억 5,186만 4,637.8달러로 세계 2위(2018년 한국은행)이다. 조금 더 실감나게 설명하면 세계 육지 면적의 15분의 1, 아시아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한반도의 약 44배 크기로서, 남북 5500㎞, 동서 5200㎞에 달한다. 북동쪽으로 대한민국과 러시아, 서쪽으로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남서쪽으로는 인도, 파키스탄, 네팔, 부탄, 남쪽으로는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북쪽으로는 몽골, 러시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러한 산술적 설명에도 ‘크고 많다’는 추상적 형용사 외에는 달리 보탤 말이 없다.
그럼 4대 발명이라 불리는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을 처음 발명한 나라라는 소개는 어떨까? 덧붙여 가장 오래된 문자를 가진 나라, 날자, 일식, 월식, 헨리 혜성, 태양의 흑점 등을 가장 먼저 기록하고 세계 최초의 천문학 저서를 가진 나라, 가장 먼저 지진 계측기와 마취제를 발명하고, 정확한 원주율을 가장 먼저 계산한 나라라면. 또 가장 먼저 벼농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경작용 쟁기를 이용한 나라, 세계 최초로 양잠과 옻칠을 시작한 나라, 최장 최초의 운하를 만든 나라, 최초로 은행을 만들고 종이돈을 처음 사용한 나라, 그리고 세계 최초로 대항해를 한 나라라면. 여전히 ‘대단하다’라는 모호한 감탄적 형용사로 지나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크고 많고 대단한’ 중국을 ‘학습’하는 방식에서 중국 사람의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그래서 보통 중국 사람들의 먹고, 마시고, 믿고, 생각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문화’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했다. 중국의 음식과 음식문화, 술과 음주문화, 차와 차문화, 정신문화 등은 그렇게 해서 뽑아낸 목차이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시답지 않기도 하고, 또 때로는 너무 하찮아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이런 것들도 문화의 외피를 입고서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는 하나의 설명으로 활개를 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이 책이 중국과 중국인을 한걸음 더 ‘이해’하는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 소개
권응상
대구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 인문대학 학장
1962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 중, 고를 다녔고, 영남대학교 중문학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2)」와 박사학위(1993.2)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상명대학교, 세종대학교, 한국방송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1994년 대구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중국 蘇州大學(2000년 한국학술진흥재단 해외파견교수)과 미국 Murray State University(2010년 Visiting Scholar)에서 연구했으며, 대구대학교 국제교류처장, 기획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인문대학 학장으로 있다.
논문으로는 「최근 중국 곤곡현상에 대한 평가와 전망」, 「예술과 산업으로서의 중국 실경무대극에 대한 평가와 전망」, 「북경 동악묘 묘회의 내용과 문화콘텐츠로서의 의미」, 「역사적 네거티브 문화재 기반의 다크투어리즘 개발 가능성 연구」, 「좐타후퉁과 번쓰후퉁의 공연예술사적 장소성」 등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는 『중국 사곡의 이해』(중문출판사, 1995), 『서위의 삶과 시문론』(중문출판사, 1999), 『서위 희곡 연구』(도서출판 연극과인간, 2000),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중국 고대 기녀』(소명출판, 2014), 『중국공연예술의 이해』(신아사, 2015), 『중국의 대중문화』(차이나하우스, 2019) 등이 있다.
목 차
제1장 중국의 음식과 음식문화
1. 중국 음식의 역사
2. 중국 고대의 요리사와 음식문화
3. 중국의 8대 요리와 지역 별미
4. 이야기가 있는 요리
5. 진귀한 음식과 길거리 음식
제2장 중국의 술과 음주문화
1. 중국 술의 역사와 의미
2. 중국의 음주문화
3. 중국 술의 종류
4. 중국의 명주
제3장 중국의 차와 차문화
1. 차의 역사
2. 차의 제조와 문화적 의미
3. 중국차의 종류
4. 중국의 8대 명차
5. 중국의 찻집
제4장 중국인의 정신문화
1. 중국의 민간신앙
2. 중국 민간의 신들
3.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재신(財神)
4. 중국의 숫자 문화
5. 중국의 색채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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