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의 사무실 창문 밖엔 잔디가 깔린 작은 마당이 있다. 근데 오늘은 창문 밖엔 강이 보인다라고 생각해 본다. 그곳에 마을도 추가시켜 본다. 그러니까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마을의 길 끝에 선 강은 언제나 한 벌의 푸른 옷을 입고 있따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좀 더 진전시켜 본다. 그에겐 아주 이상한 힘이 있다. 그의 눈빛이 푸르기 때문일까. 생각을 다시 이어간다. 비가 오고 비처럼 어둠이 들이쳐도 젖지 않는 그의 눈빛이 머무를 때마다 하늘은 더욱 맑아지고 어둠은 해가 뜨는 쪽으로 묶어두었던 길과 새들을 풀어놓는다.
그때 그만 커피를 쏟아 책상을 닦는다. 좀 더 생각을 이어본다. 그의 영혼도 푸르기 때문일가. 마을 사람 그 누구도 그를 바라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서 마음까지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그를 따르게 된다. 사무실 전화기가 울린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손님이 20분 넘게 기다렸으니 빨리 나오라고 성화다. 창문을 열면 언제나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는 마음이 길 끝에 푸른 옷을 입고 서있는 강이 보인다라고 서둘러 생각을 정리한다. 생각 밖은 지금 소나기가 오고 있고 난 우산이 없다. 깜빡하고 핸드폰은 그만 집에 두고 나왔고 택시마저 잡히지 않고 있다. 동동 구르는 발 위에 난 오늘도 얹혀 있다.
- 함명춘(시인)
작가 소개
함명춘
강원도 춘천 출생.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으로 <빛을 찾아나선 나뭇가지> <무명시인> 출간.
목 차
제1부 거미줄이 둥근 이유
제2부 나무의 낯설게 하기
제3부 하루치의 생각
제4부 서있는 나무
제2부 나무의 낯설게 하기
제3부 하루치의 생각
제4부 서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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