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하늘빛은 파도와 마주쳐 밝게 빛났고,
바다는 우리를 향해 수만 개의 손을 흔들며
끝없는 노래를 불러 주었어.
그때, 바다가 불러 주던 노래를 기억하니?”
아이는 주방 도마 위에 놓여 있는 물고기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레 다가갑니다. 물고기를 숨죽이며 바라보던 아이. 눈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이내 물고기를 끌어안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그리고 모두가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죽었다고 말하는 물고기를 살리기 위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물고기를 탐내는 길고양이의 공격, 짓궂은 아이들의 장난 등 어려운 상황과 상처를 이겨 내고 아이는 물고기를 끝까지 지켜 낼 수 있을까요?
『만타와 물고기』는 자신에게만은 의미 있는 존재를 만나게 되는 특별한 순간과 그 특별한 존재에 대한 소중한 믿음을 이야기합니다. 아무도 살아 있다고 믿지 않지만, 아이는 물고기 눈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주변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지만, 그 어떤 요소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믿음을 지켜 나갑니다.
세상에는 나에게만은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물건이, 장소가, 그 무언가가 내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특별하지만 다른 사람은 공감할 수 없는, 다른 이에게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중요할 것도 없는 그런 존재가 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아이만이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자신에게만은 소중한 친구가 된 『만타와 물고기』의 ‘물고기’처럼 말이죠.
엄마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물고기는 그저 다른 물고기와 별 다를 바 없는 흔한 생선 한 마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구도 아이가 물고기에게서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을 발견했는지, 물고기가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습니다. 소년은 남들 눈에는 그저 죽은 생선을 안고 다니는 이상한 아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그 안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물고기와 교감한 순간, 도마 위의 생선은 그저 흔한 생선이 아니라 ‘친구’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로 마음속에 자리하게 됩니다.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의미 있는 관계성을 갖게 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 있는 존재와 마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소년이 물고기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물고기가 평범한 생선에서 소년의 소중한 친구라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듯이,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그 존재 안의 특별한 부분을 깊이 들여다보고 찾아내는 사람에게만이 주어질 수 있는 행운일지 모르니까요.
이 책의 화자가 누구인지 앞쪽에는 주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뒤에 가서야 물고기가 화자임을 밝힙니다. 우리는 보통 책을 편 순간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선정하고 하나의 시선으로 책을 보게 되는데, 엄선 작가는 이러한 습관에서 탈피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두 가지 시선으로 책을 읽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만타’라는 이름도 책 제목에는 있지만 아이의 것인지 책 안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한 물고기가 살아 있다고 믿는 아이의 믿음이 사실이라고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물고기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드러내도록 관찰자이자 화자를 물고기로 설정하고, 초반에 이를 드려내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떠난 길에서 여러 시련을 겪지만, 끝까지 자신의 믿음과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엄선 작가는 이 책의 소년처럼 자신의 꿈을 꾸며, 그 길에서 좌절하고 희망을 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흔들림 없이 끝까지 자신을 믿고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작가 소개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으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쉽게 버려지지 않도록 한 권의 책에 소중하게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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