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주도 산북지역에서는 옥돔을 ‘셍선’이라 부르는데 왜 산남지역에서는 ‘솔라니’라고 부를까요?”
“제주시에서는 ‘빙떡’이라 하는데 성읍에서는 ‘전기떡’, 대정에서는 ‘빈떡’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주는 좁고도 넓다. 그러나 제주 사람들이 향유해온 문화는 결코 작지 않다. 제주 사람들이 사용해온 언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의 말이 다르고, 한라산을 중심에 두고 남쪽과 북쪽의 말이 다른 경우도 있다.
왜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언론인이자 방언학자인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센터장이 도서출판 각에서 펴낸 ≪제주도 방언의 언어지리≫. 이 책은 저자가 10년 전에 발표했던 박사학위논문을 깁고 보태 엮은 것이다. 논문의 오류를 바로 잡고, 글을 쉽게 고쳐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연구를 위해 저자는 2009~2010년 1년 동안 현평효 외(1995) ≪제주어사전≫을 텍스트로 하여 지역적인 분화가 뚜렷한 어휘 항목 310개를 추출하여 21개의 소주제로 나눈 후, ≪제주도방언연구(자료집)≫(1962)의 현평효 조사 지점인 읍면 지역에 부속도서 3지점을 더하여 16지점에서 35명의 제보자를 대상으로 현지 조사하였다.
조사 어휘 중 분화상이 뚜렷한 155개의 어휘를 지도 위에 표시하여 방언 구획을 하고, 제주도 방언 구획이 고려 말 행정체제인 동서도현과 조선시대 삼읍체제가 주요 요인임을 밝혔다.
언어 지도는 방언 조사를 바탕으로 방언의 지리적 분포 상태를 표시한 지도다. 이 언어지도를 통하여 지리적 조건에 의하여 언어가 분화한 현상을 밝히는 학문이 곧 언어지리학인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제주도 방언의 지리 분포상과 방언 구획을 구명해 준 귀중한 연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농사, 음식, 의복, 집, 도구, 민속, 인체, 사람, 질병, 육아, 놀이, 친족, 자연, 동물, 식물, 동사, 형용사, 감탄사, 부사, 문법소 등 21개의 소제목 순으로 155개의 어휘 지도에 ‘제주도 행정구획도’ 등 6개의 지도를 더해 모두 161장의 언어지도가 작성되었다. 논문 끝에 부록처럼 실었던 155개의 언어지도는 책으로 꾸미며 어휘 해설 분야에 녹여 내어 지역에 따른 방언차를 한 눈에 살필 수 있게 하였다.
어휘 해설은 각각의 어휘에 대하여 분포상을 보여주는 한편 음운, 형태, 어원 등 생동하는 언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어원을 밝힐 수 있는 어휘는 문헌에서 찾아 제시고, 해설을 통하여 문헌어가 제주도 방언에 얼마나 많이 잔존해 있는가도 확인해 보여주고 있다. 문화적인 특성이 드러난 어휘들은 문화적 요소를 곁들여 해석하고, 다양한 분포상을 보여주는 방언형은 최대한 살려서 기술하였다.
예를 들어 ‘찔레나무’의 경우는 어휘 분화가 총칭에서도 일어나지만 계열어인 열매와 순 이름에서도 분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그 분포 양상을 기술하여 생동하는 언어의 모습을 보이려 하였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꾸몄다. 1장 ‘서론’은 연구 목적과 연구 방법, 선행 연구, 조사 방법과 조사 개요로 이루어졌다.
2장 ‘방언 지도와 방언 분포’는 제주도 방언의 언어 지도 작성과 분화 양상, 그리고 언어지도에 따른 어휘 해설로 이루어졌다. 언어지도는 어휘지도 155개와 제주도 행정구역과 도서지도, 조사 지점도, 동서도현도(1300년), 제주삼읍도(1416년), 하위방언구획도, 인상적 방언구획 등 6개 지도를 포함하여 161개다.
3장 ‘방언 구획과 방언 분화’에서는 제주도 방언이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의 동서도현(1300~1416)과 조선시대 삼읍 체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입증하였다. 제주도 언어지도는 동서형, 남북형, 복합형으로 나뉜다.
제주도 방언의 언어지도에 동서형이 많은 것은 1300년대부터 1416년까지 이어지는 동서도현 설치와 관련이 깊고, 남북형은 조선시대의 삼읍 체제의 영향이 크다. 이 책에서 이러한 행정 체제가 방언구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제주 본섬과 부속 도서인 우도⋅비양도⋅가파도의 방언 분화, 언중 의식 속의 방언 구획과 방언 경계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도 살폈다.
4장 ‘실재 시간에 따른 방언 변화’는 현평효의 조사 시점인 1956~1958년과 이 논문을 쓰는 시점인 2010년의 조사 자료를 대비하여 방언형의 변화 양상을 살폈다. 50여 년의 시간적 거리를 두고 방언형이 일치하는 경우와 시간적 거리로 말미암아 자료집에 제시된 방언형이 출현하지 않거나 그 반대로 제시되지 않은 방언형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 양상을 통하여 방언 조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하였다.
5장은 ‘제주도 언어지도’를 통하여 얻은 결론을 요약한 내용이다. 부록으로 ‘제주도 방언 조사 질문지’를 실었다.
책을 내며
학위논문을 쓴 지 올해로 10년째다. 박사학위논문 <제주도 방언의 언어지리학적 연구>를 책으로 내자는 출판사의 제의에 원고를 건네고, 교정지를 받아 놓은 지 5년이 훌쩍 지났다. 누렇게 변한 교정지를 보면서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몇 날 밤 원고를 손질하니 이제야 마음이 가뿐하다.
‘제주도의 언어지리학’은 그동안 다른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은 분야여서 나름 사명감으로 조사도 하고 글도 썼다. 부족한 논문을 앞에 두고는 책 출판이 망설여졌다. 그런데도 용기를 내 책 출판을 하는 것은 제보자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을까 해서다.
방언 연구에 있어서 제보자는 아주 중요하다. 그들에게서 수확한 방언 자료는 언어체계는 물론 사유체계와 문화체계까지 이해할 수 있는 귀하디귀한 보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내가 만난 제보자 대부분은 10년 전에 이미 80대 이상 고령이어서 학위논문을 들고 찾아뵈었을 때 고인이 된 분도 여럿 있었다. 그러기에 제보자들을 생각하니 책 출판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10년 전의 방언 조사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의무감도 작용하였다.
조사를 다니다 보면 참으로 제주가 넓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제주 동쪽 사람들은 시루떡을 ‘친떡’이라고 하고, 서쪽 사람들은 ‘침떡’이라고 한다. 밭이랑을 북쪽에서는 ‘고지’라고 하는데 남쪽으로 가면 ‘파니’라고 한다. 이처럼 제주도 방언은 제주시를 중심에 두고 동과 서, 남과 북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지역적인 방언차를 규명하고자 한 연구 결과물이 바로 이 논문이다.
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꾸미면서 책 이름을 ≪제주도 방언의 언어지리≫라고 바꿨다. 모두 5장으로 짜여 있다.
1장 ‘서론’은 연구 목적과 연구 방법, 선행 연구, 조사 방법과 조사 개요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의 1차 목표는 제주도 언어지도 작성에 있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제주도방언연구(자료집)≫(1962)의 현평효 조사 지점인 읍면 지역에 부속도서 3지점을 더하여 16지점에서 방언 조사를 하였다.
2장 ‘방언 지도와 방언 분포’는 제주도 방언의 언어 지도 작성과 분화 양상, 그리고 언어지도에 따른 어휘 해설로 이루어졌다. 언어지도는 어휘지도 155개와 제주도 행정구역과 도서지도, 조사 지점도, 동서도현도(1300년), 제주삼읍도(1416년), 하위방언구획도, 인상적 방언구획 등 6개 지도를 포함하여 161개다. 언어지도를 통하여 조사된 방언의 분화된 양상을 살피고, 조사된 방언형과 문헌어와의 관계를 통하여 국어학 내지 국어방언학에서 제주도방언의 중요한 위치도 점검하였다.
3장 ‘방언 구획과 방언 분화’에서는 제주도 방언이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의 동서도현(1300~1416)과 조선시대 삼읍 체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입증하였다.
제주도 언어지도는 동서형, 남북형, 복합형으로 나뉜다.
동서형은 등어선이 남북으로 흘러서 방언 분화형이 동서 차이를 보이는 유형으로, 언어지도 155개 중 75개가 이에 해당한다. 산북 지역에서는 제주시와 조천의 분계선이며, 산남 지역에서는 서귀와 중문의 분계선이 된다.
남북형은 등어선이 동서로 흐름으로써 방언 분화를 남북으로 보이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한라산의 완만한 산발이 동서로 벋어 있는 것과 제주목⋅정의현⋅대정현이라는 삼읍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55개 어휘 중 37개 어휘에서 나타난다.
복합형은 동서형과 남북형이 합쳐진 유형으로 43개 항목에서 보인다.
제주도 방언의 언어지도에 동서형이 많은 것은 1300년대부터 1416년까지 이어지는 동서도현 설치와 관련이 깊고, 남북형은 조선시대의 삼읍 체제의 영향이 크다. 이 논문에서 이러한 행정 체제가 방언구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동서로 가르는 등어선과 남북을 가르는 등어선을 포개어 보면, 제주도 방언은 동북방언, 서북방언, 동남방언, 서남방언 등 4개의 하위 방언권으로 구획할 수 있다. 아울러 제주 본섬과 부속 도서인 우도⋅비양도⋅가파도의 방언 분화, 언중 의식 속의 방언 구획과 방언 경계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도 살폈다.
4장 ‘실재 시간에 따른 방언 변화’는 현평효의 조사 시점인 1956~1958년과 이 논문을 쓰는 시점인 2010년의 조사 자료를 대비하여 방언형의 변화 양상을 살폈다. 50여 년의 시간적 거리를 두고 방언형이 일치하는 경우와 시간적 거리로 말미암아 자료집에 제시된 방언형이 출현하지 않거나 그 반대로 제시되지 않은 방언형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런 변화 양상을 통하여 방언 조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하였다.
5장은 ‘제주도 언어지도’를 통하여 얻은 결론을 요약한 내용이다. 부록으로 ‘제주도 방언 조사 질문지’를 실었다.
책이 나오기까지 고마운 분들이 많다. 먼저 나의 연구 자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기꺼이 시간을 내주신 제보자 분들께 먼저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선학이자 이 논문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준 현평효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과 함께 안식을 기원한다. 기자 시절에 제주방언연구회 등을 취재하면서 선생님께는 몇 차례 인사를 드린 바 있는데, 만날 때마다 각별하게 대해 주셔서 늘 고마움을 안고 살고 있다. 이 책이 하늘에 계신 선생님께 보답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부족한 논문을 심사해준 강정희(한남대학교)⋅김태곤(제주대학교)⋅이기갑(목포대학교)⋅정승철(서울대학교) 선생님과 지도 교수인 강영봉 선생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선학들과 동료 연구자들께도 고마운 마음 전한다. 분신 같은 이 책이 제주도 방언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없는 기쁨이겠다.
“교정지 가져간 지 5년 넘엄신디 교열 안 볼 거냐?”며 만날 때마다 채근해 준 도서출판 각의 박경훈 선생님과 책을 멋지게 꾸며준 강경흠 선생에게도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로하신 부모님께 자식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공부한다고 몸 상하면 안 된다”며 당신들 건강보다 나의 건강을 먼저 챙겨주시는 아버지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친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역할을 다 못하는 미안함을, 이 책으로 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다시, 기자 생활을 접고 연구자로서의 삶을 선택했을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해야겠다.
2020년 9월 1일
김순자 삼가 씀
작가 소개
제민일보 문화부장 직무대리를 지낸 언론인이다. 신문사를 그만 두고는 제주대학교 강사와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연구원 등을 지내며 제주도 방언 조사와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였다. 현재 제주학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제주의 삶과 문화를 잇는 사람들-와치와 바치≫, ≪해녀ㆍ어부ㆍ민속주-제주도의 민족생활어≫,≪제주도방언의 어휘 연구≫, ≪제주수산물 방언자료집≫, ≪제주사람들의 삶과 언어≫ 등 다수가 있다.
목 차
책을 내며
제1장 서론
제2장 방언 지도와 방언 분포
제3장 방언 구획과 방언 분화
제4장 실재 시간에 따른 방언 변화
제5장 결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부록1> 제주도 언어지도 목록
<부록2> 제주도 방언 조사 질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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