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회색 도시를 물들이는 아기자기하고 싱그러운 모험!
“너희와 함께하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작은 날개를 달고 더 멀리, 가고 싶은 곳으로…….
주인 없는 연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대상을 돌아보게 하는 그래픽노블 『연필의 고향』(2018)과 점점 시력을 잃어 가는 아이의 이야기로 어둠을 사랑하는 법을 그린 『밤의 교실』(2020)로 독자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은 작가 김규아. 그의 신작 『참새를 따라가면』은 작고 여린 아이들이 품은 무한한 상상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린 창작 그림책이다. 이야기는 아침에 일어나 등교하고 하교 후에는 일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늘 혼자인 아이의 마음을 차분히 따라간다. 작지만 발랄한 참새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 아이의 상상을 통해 어디서든 마음껏 뛰어놀고, 어디로든 훨훨 날아가고 싶은 아이의 바람을 펼쳐 놓는다.
‘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참새들은 무엇을 할까?’ ‘내가 참새가 되면 어떨까?’ 하는 아이의 물음에 공원에서 지저귀던 참새들은 같이 놀자고 손짓한다. 이내 아이는 참새 친구들과 함께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하늘에서 손바닥만 해진 학교를 내려다보고, 자신을 놀리던 아이에게 맞서 보는 등 신나는 모험을 떠난다. 참새들과 함께라면 아이는 꼭꼭 숨어 버리고 싶은 날에는 풀잎 아래에 몸을 감출 수 있고, 실컷 놀고 싶은 날에는 조그만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언제든지 하늘을 날 수 있”다며 아이가 장난감처럼 작아진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독자에게 탁 트인 해방감을 선사한다. 참새와 함께하면 자신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는다. 참새처럼 작은 존재이지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힘껏 날아오르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참새를 따라가면』은 독자에게도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앙증맞은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세상 모든 작은 존재를 향한 포근한 상상
이 그림책은 공원 귀퉁이, 나뭇가지 위, 깨진 보도블록 틈, 길가에 버려진 주전자 속처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을 정다운 놀이터로 재조명한다. 공원 귀퉁이의 모래 위는 색색의 체육복을 입은 참새들이 한데 모여 힘차게 체조를 하는 활기찬 곳이며, 여러 갈래로 뻗은 나뭇가지 위는 과일 샐러드, 씨앗 볶음, 쌀죽 등을 내놓는 근사한 식당이 된다. 낡은 주전자 속은 아이가 하루 종일 노래하며 신나게 놀 수 있는 비밀 공간이 되고, 도심 속 높다란 나뭇가지는 회사에서 일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맛있는 주스를 마실 수 있는 쉼터가 된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도시 속 공간이 그림책의 무대가 되어 관찰과 상상의 힘을 전한다.
김규아 작가는 아이들이 도시 안의 작은 생명체와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책을 쓰고 그렸다. 모래 목욕을 즐겨 하고 벼 이삭, 씨앗 등의 먹이를 좋아하며,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참새의 생태적 특징에서 뻗어 나간 상상력이 흥미롭다.
교단생활에서 만난 눈부신 동심,
어린이와 교감하며 완성한 이야기
김규아 작가는 7년여 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어린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왔다. 아이들의 시에 직접 그림을 그린 '교실시집'을 독립 출판 하고 반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아이들과 교감했던 작가는 교직을 떠난 지금도 교실에서 쌓은 추억을 섬세하게 다듬어 이야기로 펴내고 있다.
『참새를 따라가면』은 그가 교사로서 처음 부임했던 시골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앞뒤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고 전교생이 50명 정도인 학교의 사택에서 지내면서 작가는 아이들과 함께 살다시피 했다. 어느 날, 작가는 한 여자아이가 한 손에는 돌멩이를 들고 입에는 아이스크림을 문 채 논밭의 참새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면서 참새들이 논밭에 오지 못하도록 돌멩이를 던져 쫓아 달라고 했다는 아이의 사연을 듣게 된다. 이후로 그 아이를 오래 지켜본 작가는 아이가 돌멩이를 던지는 시늉만 하고 참새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 아이에게 좋아서 하는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어른이 심부름을 시키니까 하는 거라고 했어요. 아마도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이라는 보상도 꽤 컸겠지요. 어른의 심부름 때문에 돌멩이를 던지긴 했지만 아이는 내심 참새들에게 미안했던 것 같아요. 아이는 나중에 커서 참새 농장을 차리고 싶다고 말해 주었어요." (작가의 말)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참새를 관찰하던 아이의 모습이 마음속 깊이 박힌 작가는 참새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아이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었다. 어린이의 빛나는 마음과 무한한 상상 세계를 존중하는 어른으로서 오랜 시간 품어 온 이야기가 독자에게도 포근하게 가닿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규아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릴 때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내 마음이 편안하다면 누군가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 『연필의 고향』 『밤의 교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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