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혼란스러운 시대에 대처하는 금융인의 자세
금융은 세계 각국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한 나라의 불황은 그 나라에만 그치지 않고 주변 국가에 파급효과를 주기도 하며, 경제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가의 대통령 선거나 소요사태, 전염병과 같은 이슈가 전 세계 경기 변동이나 무역관계 역전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각 나라의 정치와 사회, 문화는 경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딜던Deal Done―금융위기 앞에 선 뱅커>는 지난 30여 년간 온갖 금융위기를 헤쳐 온 한 금융인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금융지침서이다. 1997년 한보철강 파산과 아시아 외환위기, 한국의 IMF 사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켜본 저자 강창훈이 직접 겪었던 여러 경험담을 담담하게 회고한다. 저자는 성공한 사례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상황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여 어떻게 상황판단을 내리고 거래를 완수했는지부터 큰 손실액을 냈던 실패담과 그로 얻은 교훈까지, 현직에서 분투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예비 금융인들에게 언제나 흔들림 없이 성실하고 사태파악에 기민하되 때로는 담대해야 하는, 듬직한 금융인으로서의 태도를 논한다.
성공적인 거래의 해답
금융거래에서 성공을 거두는 비결은 무엇일까? 누구는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용기라고도 하고, 또 누구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한 시장조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그리고 거래 시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라고도 한다. 물론 이런 소양을 다 갖춘 딜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숙련된 금융인이라도 금융시장의 큰 그림이 아닌 하루걸러 바뀌는 경기의 흐름은 직접 거래를 해보지 않는 한 확실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이슈 등으로 돌발상황도 발생하곤 하여 사실상 거래의 정답은 알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1997년 한국의 IMF 사태와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2020년 상반기에 시작된 COVID-19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경기침체가 올 거라고는 2020년 새해를 맞이할 때도 상상하지 못했다.
금융에서 영원한 성공과 위기는 없다
‘금값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곧 화폐의 물성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뜻하며,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재화가 없다는 것은 곧 영원한 성공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세상에서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만, 가장 보수적이기도 한 금융권에서 가장 기본적인 거래수단인 화폐의 가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사는 환경이 결정한다.
미국의 채권왕이자 존경받는 펀드매니저인 빌 그로스는 2018년, 금리상승을 예측하며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채권보유 역시 최소화하였다. 그 당시 그로스처럼 전통적인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채권운용을 했던 노회한 금융인들은 금리상승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로스는 한 술 더 떠서 수익창출을 위해 일부 매도 포지션까지 취했다. 그러나 그가 운영한 야누스 펀드는 같은 해 5월, 독일 정부채 가격 예측에 실패하면서 급격한 가치하락을 보였고 자연스레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로스는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2019년 2월, 결국 금융시장에서의 은퇴를 선언한다.
이처럼 금융인들의 삶은 다변적이다.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돈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살피고 끊임없이 대책을 강구한다. 그리고 실패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감수한다. 생각 이상으로 큰 중압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딜러로서의 주관을 잃지 않는 법
<딜던Deal Done―금융위기 앞에 선 뱅커>의 저자 강창훈은 32년간 금융업에서 딜러로 종사하면서 겪었던 갖가지 경험을 아낌없이 들려준다. 한국 상업은행 최초로 중국 내 은행 간 채권거래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중국 내 원·위안 거래 청산은행 자격을 취득하도록 이끌었던 성공사례만이 아니라 1997년 외환금융위기 당시 해외채권 매각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던 말레이시아 부실채권 투자금 회수, 그리고 암스테르담 은행과의 아슬아슬한 금리스와프 거래 등 개인적으로 겪은 경험에서 얻어낸 값진 결론들을 소개한다.
헤지펀드 매니저 앤드류 레드리프와 리처드 비질렌티는 “만일 현대금융 이데올로기의 모토가 있다면 바로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딜러는 시장조사도 중요시해야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고 생각하며 차분히 다음 계획을 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2008년 투자은행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도 ‘국제금융시장은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시장으로, 마치 대형항공기 제조시장과 같이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비슷하게 강조했다. 녹록치 않은 금융업계의 현실을 함축하고 있는 동시에, 난국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금융인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성공과 실패를 겪어야만 한다는 이 말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금 시대에 특히 눈여겨볼 만한 충고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세상에 없다는 자연의 섭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작가 소개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1987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후 32년간 근무했다. KEB하나은행 자금시장 그룹장(전무)으로 은행을 퇴임한 후 2019년 3월부터 ㈜환은 모기지 대표로 재직 중이다. 국제금융시장 최전방의 딜러로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왔다. 이후 은행 자금 부문을 총괄하며 증권, 외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창출하여 딜링룸을 주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뉴욕, 런던, 취리히, 타이베이 등의 새로운 글로벌 투자자를 다수 유치하였고 중국 금융시장 진출 전략을 구상하여 KEB하나은행이 한국 상업은행 최초로 중국 내 은행 간 채권거래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중국 내 원·위안 거래 청산은행 자격을 취득하도록 이끌었다.
목 차
프롤로그 새로운 금융전사들을 위하여
1. 국제금융시장의 약자들
2. 떼인 돈 받으러 적지로
3. “당신 벤츠 두 대 날렸어!”
4. “내 북 찾아 주시오!”
5. AML과 미국의 힘
6. 외환보유액을 사수하라
7.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라
8. “이 거래 누가 한 거야?”
9.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데 뭐 하고 있는 겁니까?”
10. “샹그릴라 호텔에 자리 채우러 갑시다.”
11. 중국이 진정 원하는 것
12. “I do not like Trump.”
13. 품격 있는 투자자들
14. 글로벌, 그 꿈과 현실
15. 가상화폐의 정체는?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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