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저마다 마음속에 지닌 공룡을 다룬 이야기
‘카르릉 카릉’그날 아침에도 공룡은 화가 나 있었습니다. 밥상 앞에 둘러앉은 식구들 얼굴 표정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긴장된 얼굴을 한 식구들 시선이 한곳에 꽂혀 있습니다. 그 시선을 따라간 곳에 눈빛만 봐도 화가 난 공룡 얼굴이 보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저걸 어떡하지?’하던 걱정은 현실이 됩니다. 엄청난 불길이 휘몰아치는 강렬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역시나 식구들은 공포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나’는 우리 집을 쑥대밭으로 만든 공룡을 베란다에 가두어 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공룡이 따라다닙니다. 지긋지긋한 공룡한테서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모든 희망을 놓아 버렸을 때, ‘나’는 마지막으로 꽃밭 할머니네를 찾아갑니다. 따사로운 햇살과 아름다운 꽃들, 공룡과는 어울리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꽃밭에도 어김없이 공룡이 나타납니다. 너무 놀라 나자빠지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차분하게 공룡을 맞이합니다. 할머니는 사랑으로 공룡을 다스리고, 공룡이 꽃밭에 살고 있다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할머니의 이런 태도에서 ‘나’는 깊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쏟아지는 햇살은 저마다의 삶에서 만나는 가장 의로운 빛을 담은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 베란다에 가둬 놓은 공룡과 다시 마주했을 때, 공룡 숨소리가 가볍게 들리는 것은 실제로 공룡이 달라진 게 아니라 공룡의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덕분입니다.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하더라도 공룡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삶 속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저마다 짊어지고 살아가는 삶의 무게를 다루었습니다. 때로는 견디기 힘들고, 벗어나고 싶고, 그래서 다투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슬퍼합니다. 그 모든 감정의 씨앗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안의힘을 기르는 것이 삶을 살아나가는 지혜라는 것을 전해 주고자 합니다. 감정의 늪에 빠져 버린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자기감정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 줄 그림책입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공룡 그림책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파라사우롤로푸스……. 유아기 아이들은 긴 공룡 이름들을 줄줄이 꿰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룡에 관심이 많은 시기입니다. 뾰족뾰족한 이빨, 큰 키, 거대한 몸집, 상상 속 괴물 같은 생김새 들이 아이들 눈길을 사로잡기에 딱 좋습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룡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장면마다 나오는 공룡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은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밤 장면이 나옵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뾰족한 뿔에 날카로운 발톱이 나 있지만 도저히 공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공룡 그림이 펼쳐집니다. 《아파트 공룡》에서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답고 강렬한 공룡 그림을 만나 보세요.
이현희 작가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거침없이 담아낸 그림
말이나 글보다 그림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편하다는 이현희 작가는 1년 동안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어떤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구체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자기가 겪고, 넘어선 내면의 감정을 풀기 위해 붓을 들었고, 거침없이 그려 냈습니다. 원하는 장면을 담기 위해 여러 번 다시 그리고 다듬어 그림 25장을 완성했습니다. 《아파트 공룡》은 그 그림들 가운데 20장을 뽑아 그림책 한 권으로 묶은 것입니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감정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어느 집에 견주어도 으리으리해 보이던 수정이네 집에 사는 잠공룡은 바로 ‘불면’을 뜻합니다. 신발이 넘쳐 나는데도 끊임없이 신발을 사 들이는 영재네 집 신발공룡은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나타냅니다. 모든 걸 검게 만들어 버리는 민아 삼촌네 검은공룡은 ‘우울’을 뜻합니다. 그다음 세모 동그라미 아파트 사람들이 방귀공룡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 탓을 하며 다투는 모습에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담았습니다. 빛나 언니네 사는 앵무새공룡은 빛나 언니 목소리를 흉내 냅니다. 아줌마는 그 소리를 듣고 돌아오지 않는 빛나 언니가 그리워 눈물을 흘립니다.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슬픔’과 ‘기다림’을 앵무새공룡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왜 공룡이었을까요? 작가는 사람들이 겪는 감정의 문제가 그만큼 거대하고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크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서 공룡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와 상징으로 담아낸 이현희 작가의 첫 그림책. 앞으로 이 작가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작가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에서 미술 회화를 공부했고, 일러스트스토리’에서 동화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말보다는 글이, 글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편하고, 그림을 그리며 큰 위로와 힘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물 찍 콧물 찍 호랑이》 《씨름 도깨비의 추석》 《선녀와 나무꾼》 《콩이다, 콩이야》 같은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랑을 통해 어두운 그림자가 가벼워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파트 공룡》은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앞으로도 그림으로 따뜻한 공감을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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