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으악, 괴물이다! 정말 괴물일까?
“야! 야! 내가 웃기는 얘기 하나 해 줄까?”
친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일 아침 등굣길을 주름 잡는 소리가 있다. 세상이 모두 자기 것인 양 아무 때나 불쑥불쑥 끼어드는 건 예사고, 장난이라며 툭툭 치고 뭐든 자기 멋대로인 진구, 진구의 목소리다.
진구가 싫다 한들, ‘괴물’ 같은 짝에 비할까. 코뿔소의 두툼하고 딱딱한 가죽을 뒤집어쓴 듯 눈치는 눈곱만큼도 없고, 느려 터진 나무늘보마냥, 외로이 떠도는 수사자처럼, 뭐 하나 눈에 띄는 구석이라곤 없는 짝. 어쩌다 당황이라도 하면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가시복처럼 빵빵해지는 광경은 짝의 ‘괴물’설에 단단하게 힘을 실어 주는 것만 같다. 아이의 생각처럼, 짝은 정말 이 모든 게 다 짬뽕 된 ‘괴물’일까?
얄팍한 선입견을 뻥 날려 줄 ‘다다다 코뿔소’들의 당당한 발걸음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 <착한 엄마가 되어라, 얍!> 등 딸과의 실제 경험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내밀한 마음을 전해 온 허은미 작가는 <코뿔소가 달려간다>에서 섣부른 선입견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진실과 그로 인해 소리 없이 상처받고 있을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뭐든 자기 뜻대로인 게 익숙한 진구는 우스개 소리를 늘어 놓을 때도, 아이의 머리에 공 던지기 장난을 할 때도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지 않는다. 즐거울 때 이빨이 훤히 보일 정도로 크게 웃으면 그만이다.
다들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노는 시간에, 머리에 공을 맞고 있는 아이는 어떤가. 이 상황이 너무 싫긴 하지만 여느 때처럼 그만하라는 말만 오물거리다 아무도 없는 미끄럼틀 근처로 피해 앉고 만다. 그저 혼자 속울음을 조용히 씹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가 ‘괴물 같다’고 낙인 찍은 짝의 행동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다. 아이의 속울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괜찮으냐고 슬그머니 위로를 건넨 이도 짝, 아이의 코에서 툭 떨어진 코피 한 방울을 마주하곤 곧장 진구를 향해 돌진한 이도 짝이 아닌가.
코뿔소는 확실히 웬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안 할 것처럼 둔해 보인다. 하지만 정말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일까? 나팔처럼 말린 귀는 아주 예민해서 작은 소리도 잘 들을 수 있고, 다리는 짧지만 엄청난 달리기 속도를 자랑하는 동물이 바로 코뿔소다.
꼼꼼하게 계획된 인물 표현의 묘미
<코뿔소가 달려간다>의 글을 받아 든 그날부터 황K 작가는 진구, 아이, 짝 등 이야기 속 인물들의 내면 파악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이들의 생김새와 미세한 표정 변화, 손짓, 다채로운패션이나 머리 스타일들은 모두 이런 노력의 결과로 탄생했다. 삐죽삐죽 솟은 진구의 머리 스타일에서 느껴지는 장난꾸러기의 철없는 자유로움, 앙 다문 다부진 이빨에서 보이는 짝의 결심, 괴물만큼이나 싫어했던 짝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품게 되기까지의 상황과 아이의 감정 변화 또한 마치 이미지 안에 감정이 넘나드는 통로를 닦아 놓은 듯 세밀하게 묘사해, 누구의 입장에서 그림책을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감정선을 경험하게 한다. <코뿔소가 달려간다>는 이렇게 우리 안에 들어온 감정의 가닥들이 바로 타인의 존재에 대한 앎, 이해의 시작이 되길 응원하는 그림책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허은미
그림책과 어린이 책에 글을 쓴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글을 썼지만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가슴을 두근거리며 삽니다. 나이가 들어도 잃고 싶지 않은 건 용기와 웃음. 그런 삶을 살고 싶어 오늘도 걷고 읽고 생각하고 꿈을 꿉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우리 몸의 구멍』, 『진정한 일곱 살』, 『웃음은 힘이 세다』, 『쿵쿵이의 대단한 습관 이야기』,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너무너무 공주』가 있습니다.
그린이 : 황K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림책 『아기 꽃이 펑!』 『꽃에서 나온 코끼리』 『아빠 얼굴』을 쓰고 그렸고, 『가정 통신문 소동』 『말마다 개뻥』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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