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은 역사 - 한국 시각장애인들의 저항과 연대 -

고객평점
저자주윤정
출판사항들녘, 발행일:2020/10/20
형태사항p.256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925583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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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각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역사는 질곡의 한국사에서
어떻게 전승되고 기록되었으며 마침내 자리매김 되었는가?
소수자의 역사는 차별과 배제의 역사인 동시에 사람다움을 지켜주는 인권의 역사이자
각기 다른 삶을 포용하는 다양성의 역사다!!
이 책은 “소수자의 권리는 어떻게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기획되고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은 이’(약자)로서 시각장애인을 주목하고, 그들이 어떻게 질곡의 한국사에서 역사의 한 몫을 감당해왔는지 살핀다. 그리고 “이런 특정 장애의 역사가 전체 역사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하고 묻는다. 기존의 역사 서술은 주류적 권력집단 혹은 민족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적 약자 집단이나 소수자의 작은 역사는 잘 보이지도,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작은 주체들의 역사는 ‘어떻게’ ‘어떤 자료’에 기반을 두어 기록되었고 가시화되었을까? 이 같은 질문의 답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소수자의 역사는 한편으로 차별과 배제의 역사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권리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전통사회에서 비교적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점복업이나 독경 등에 종사하면서 그 존재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식민지적 근대의 과정에서 자선자혜의 대상으로, 그리고 계몽의 타자로 전환되면서 무능(disable)한 대상으로 간주되기 시작한다. ‘자선(慈善)’은 조선 말 선교사들의 포교활동과 연결되고, ‘자혜(慈惠)’는 일제 강점기의 식민화와 연결된다. 이러한 자선과 자혜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해온 과정과 배경을 톺아보면서 저자는 그 과정에서 한국인을 위한 점자를 개발한 박두성의 노력, 근대화 과정에서 미신이자 전통으로 인식되었던 시각장애인 점복업 조합의 호혜성, 개발독재 상황에서 안마업 권리를 위해 싸운 시각장애인의 역사를 살피고,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사회에서의 시각장애인 역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식민화, 탈식민화,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맹인·시각장애인이란 사회적 약자 집단이 어떻게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의 변화 과정에 적응해왔는지, ‘보이지 않은 역사’를 탐색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글로 쓰인 사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저자가 직접 관련자들을 찾아다니며 구술자료를 취합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체적으로 녹음기가 대중화된 1980년대 이후부터 시각장애인계의 원로들의 육성을 녹음하고 이를 녹취하기도 했다. 이후 컴퓨터가 확산되면서, 이런 녹취록들을 텍스트 파일로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있다. 덕분에 문헌 중심의 제도사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의 양상이 구술 조사를 통해 생생히 포착될 수 있었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저자는 구술 조사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주류적인 직종인 점복업, 안마업뿐만 아니라 구걸 맹인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구술 자료 수집은 법제도, 사회복지, 사회사업사, 인권의 역사와 관련하여 공식 문헌 중심의 역사가 아닌 생활 세계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소중한 자료이다. 기록되지 않고 비가시화되었던 사람들의 역사를 ‘구술’에 천착하여 발굴해낸 이 연구는 그 방법론에서 역시 빛나는 저작이라 하겠다.


시각장애인의 권리는 투쟁의 결과다
역사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은 고려시대 이래 점복업 직역에 종사했고, 고유한 집합적 정체성과 문화 그리고 사회적 집단을 형성했으며 국가제사에 참여했다. 시각장애인의 구술문화를 통해 직역 집단의 역사는 전승되어왔으며, 시각장애인의 일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권리 의식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갔다. 이처럼 전통 사회에서 비교적 독자적이고 고유한 문화를 통해 생활하던 맹인들은 서구 선교사와 일제에 의해 하루아침에 보호받아야 하고, 불쌍(자선과 자혜)하고, 어두움에 갇힌 무능한 사회적 주체(준금치산자)로 강등되고, 식민 권력의 ‘문명화 사명’을 통해 ‘계몽의 빛’의 시혜적 대상, 즉 일종의 들러리가 된다. 한편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일제강점기하 ‘안마’라는 근대적 의료교육을 받기 시작하는데 식민자를 통한 이 같은 근대적 특수교육, 사회사업, 법제도의 이식은 종래 이들이 유지해오던 전통적인 삶의 방식 및 조직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때부터 더욱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지위와 권리, 사회적 인정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을 이어갔다.


결코 작지 않은 ‘작은 이’들의 역사
시각장애인의 역사는 한 작은 집단의 역사이다. 그렇다면 이런 특정 장애의 역사는 전체 역사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대체로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기존의 주류적 역사를 낯설게 하는 역사이며, 두 번째로는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차별과 배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알려준다. 세 번째로는 타자의 주체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시각장애인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모순적이고 구불구불하며 다채로운 근대로의 길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때로 저항이었으며 때로는 복종이었고 또한 다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사회에서 배제되고 혹은 잔여적이며 낙후되었다고 생각되는 사회의 주변적 집단 역시 자신들만의 고유한 주체성과 저항 그리고 연대의 방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각장애인의 역사는 이 같은 작은 이, 작은 타자의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서벌턴 서술로 시각장애인의 저항과 연대를 만나다
『보이지 않은 역사; 한국 시각장애인들의 저항과 연대』는 사회적 약자집단이 사회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투쟁의 과정에서 사회가 어떤 식으로 소수자 집단을 보호했는지, 일반 구성원들이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수용했는지 그 방식을 이해하게 해주며, 소수자들의 시민권이 한국 사회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저작이다. 소수자들은 사실 차별받는 피해자‘만’이 아니라 스스로 ‘사람 취급’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싸워온 역사의 주체들이었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의 역사를 탐색한다는 것은 곧 한국 사회의 오랜 역사적 전통과 관습, 문화 속에서 소수자 집단의 권리 형성이 가능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작업은 한국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원을 서구에서 이식된 것으로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 사회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찾는 탈식민적, 탈서구중심적 역사 서술이자 서벌턴 역사 서술의 획기적인 시도라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의 구성
1장에서는 근대 사회에서 장애인이 타자화된 과정을 살펴본다. 시각장애인들은 근대가 시작되면서 문명의 타자, 무능력한 존재, 그리고 자선/자혜 등 시혜의 대상으로 규정되며 배제와 포섭의 과정을 경험했다. 이는 기독교 선교사와 식민주의에 의해 경쟁적으로 이루어진 과정으로, 시각장애인들은 근대적 통치 권력의 ‘문명화 사명’을 선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었다.
2장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전통 사회 이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인 점복업을 하면서 어떻게 연대와 호혜를 행했는지를 살펴본다. 시각장애인들의 점복업 조합은 일종의 길드로, 즉 사회적 경제의 형태로 시각장애인들 내부에서 일종의 자생적 경제 체제를 만들어 교육과 직업, 그리고 연대의 관계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근대 사회 체계에 포섭될 수 있게 하는 점자의 역사를 살펴본다. 제생원의 교사였던 박두성은 시각장애인들이 일본식 점자와 미국식 점자를 익히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한글 점자를 만들고 ‘훈맹정음’이라 칭했다. 이는 식민 통치하에서 조선어를 통해 교육을 받고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하여, 시각장애인들이 문자 문화의 세계로 편입될 수 있게 하려는 뜻이었다.
4장은 시각장애인의 안마업권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기록한다.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한 전문가 체계 중의 하나는 의료 체계이다. 의사 중심의 의료 체계 내에 다른 의료를 행하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카이로프락틱 등 유사 의료 영역이 법제화되지 않고 있는데 예외 중의 하나가 시각장애인의 안마업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의료법에서 유사 의료업자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것은 해방 이후 시각장애인들이 ‘사람 취급’ 받기 위한 지난한 투쟁 속에서 가능했다. 이런 저항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고유한 문화가 존재해야 했다.
5장은 이 같은 고유한 문화가 일종의 구술문화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떻게 전승되었는지 살펴본다. 시각장애인들은 조선시대 이래 나라에서 맹인들을 보호해주었다는 관습적 권리 의식을 바탕으로 저항과 연대를 했다. 이런 관습에 대한 주장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도 수용되는 등, 시각장애인 권리의 핵심적 기반이었다.
6장에서는 동아시아의 차이를 살펴본다. 안마업은 전통적인 직업이 근대화 과정에서 변화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일본의 전통이 동아시아에 이식되며 변화한 것이다. 그래서 안마업의 법적 지위는 일본, 대만, 한국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각 사회의 사회적 관계의 차이에 따라 다른 경로를 형성했다. 그래서 소수자의 생존권은 사회 맥락과 역사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작가 소개

주윤정
장애, 생명사회학, 인간-동물 관계, 사회운동 등을 연구 하는 사회학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선임 연구원으 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연구, 「탈시설 운동과 사람중심 노동: 이탈리아의 바자리 아법과 장애인 협동조합운동」(2019), 「법 앞에서: 형제복 지원 피해생존자들의 해방과 기다림의 정치」(2018) 연구 등이 있다. 생명의 취약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 고 있으며,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역사 뿐 아니라 사회적 포용의 가능성에 대한 실천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목 차

저자의 말
서문
‘낯설게 하기’의 역사 / 배제의 역사 / 타자의 역사 / 한국의 장애 역사 / 장애/장애인의 개념 / 시각장애인의 역사 기록과 구술 자료 / 책의 구성
1장 계몽과 자선, 시각장애인의 타자화
 암흑 속의 시각장애인 / 문명의 타자 / 무능력과 준금치산자 / 자선과 자혜
2장 ‘맹인’ 점복업 조합의 호혜적 경제활동
 맹인 점복업 조합의 오래된 미래 / 맹인 조합과 맹인 직업의 변화 / 해방 이후 맹인 점복업자들의 단체 활동과 사단법인 설립 / 문생 중심의 조합 운영과 경제활동 / 작은 이들의 연대와 호혜
3장 맹인과 함께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
 식민지기의 맹인 교육과 전통적 교육 / 박두성의 교육활동과 훈맹정음(訓盲正音) / 시각장애인과 함께 만든 점자 /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4장 ‘사람취급’ 받을 권리
 소수자의 권리의 역사 / 식민과 탈식민화 과정에서 안마업의 변동 / 시각장애인의 권리 주장 / 작은 이들의 저항
5장 시각장애인의 구술전통과 이야기의 힘
 이야기 전통과 구술문화 / 시각장애인의 구술문화의 형식적 특성 / 되풀이되는 서사와 집합 기억
6장 동아시아 시각장애인 생존권의 상이한 경로
 동아시아의 시각장애인들 / 동아시아 시각장애인의 안마업의 역사 / 식민/탈식민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직업 변화 / 동아시아 시각장애인의 다른 경로와 저항
 참고문헌 / 찾아보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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