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1세기는 빛의 세기다
백열 전구에서 QLED까지
빛알 하나가 만든 우주와의 조우
빛 박사에 의한, 빛에 대한, 빛나는 책!―김상욱(경희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대기 중에서 산란된 빛알 하나가 내 눈의 수정체를 통과해 방금 망막에 닿았다. 내 마음은 멋진 파란 하늘에 닿는다. 방금 닿은 빛알 하나를 떠올려본다. 엄청난 규모의 시공간을 건너 뛴 우주적 사건이다. 바로, 저자가 말하는 빛알 하나가 만든 우주와의 조우다.―김범준(성균관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21세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왜 빛과 광기술이 강조되는 것일까? 휴대폰 화면의 빛으로 시작해 빛과 함께 끝나는 매일은 물론이고, 우리는 빛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정보를 주고받는 한편 우주의 탄생 무렵 과거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비대면 시대에도 광통신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토대로 세상은 서로 연결되고 있으며 인류는 현재를 헤쳐나가 다시 미래로 향할 것이다. 20세기가 전자의 세기라면 21세기는 빛의 세기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빛의 핵심: 물리학자 고재현의 광학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명멸하는 빛의 의미와, 빛에 기초한 광기술의 현재를 가장 알기 쉽게 안내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고재현 한림 대학교 나노 융합 스쿨 교수는 디스플레이 광학과 조명, 응집 물질 분광학 등 빛의 응용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자, 누구보다 빛을 사랑하는 ‘빛 박사’이다. 삼성코닝 책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한림 대학교 나노 융합 스쿨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한림대학교 학술상,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JID 우수논문상, 한국물리학회 논문 인용 피인용상, 과학기술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매일같이 마주치는 하늘 사진을 찍고, 무지개 너머 빛의 비밀을 떠올리는 그는 한국물리학회 물리 대중화 특별 위원회 실무 이사를 맡아 물리 대중화를 위해 활동한 바 있고 지금도 다양한 현장에서 빛에 대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빛의 핵심』 표지에 사용된 19세기 목판화는 1666년경 프리즘을 사용한 뉴턴의 빛 실험을 형상화한 것이다. 프리즘을 이용해 햇빛을 무지갯빛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은 고대로부터 알려진 현상이었지만, 중세의 사람들은 햇빛 자체가 무지갯빛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인지, 프리즘의 유리가 백색인 햇빛을 변질시켜 색깔을 만들어 낸 것인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해 왔다. 뉴턴은 2개의 프리즘을 역으로 배치한 후에 첫 번째 프리즘으로 분리된 무지갯빛들이 두 번째 프리즘을 통과해 합쳐지면서 다시 백색광으로 바뀌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로써 햇빛은 연속적인 다양한 색깔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을 합쳐서 다시 백색광을 만들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프리즘 대신 고성능 분광기와 다양한 종류의 검출기를 이용해 전자기파의 광범위한 파장 영역을 모두 검출하고 조사할 수 있다. 현대 과학이 밝힌 전자기파 스펙트럼을 보면 보라색 너머로는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강한 에너지를 가진 빛이 펼쳐져 있고 빨간색에 이웃해서는 적외선, 마이크로파 및 라디오파 등의 전파가 연결되어 모두 동일한 속도인 초속 30만 킬로미터 정도의 광속으로 진공을 날아가지만 파장과 진동수를 이용해 구분할 수 있다.
빛은 과학자들이 원자에서 우주까지 엄청난 스케일로 펼쳐져 있는 자연 현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활용하는 주요 수단이다. 빛은 최근 미시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적인 움직임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가장 큰 스케일의 우주로 눈을 돌려 보면 어떨까? 지구의 궤도에는 허블 망원경을 포함해 먼 별이나 은하가 보내는 빛, 빅뱅의 잔해인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등 지구로 쏟아지는 온갖 종류의 전자기파를 측정하는 다양한 우주 망원경들이 맹활약 중이다.
인간이 만든 빛
4차 산업 혁명, 인공 지능과 빅 데이터의 구호가 요란한 요즘은 혁신적 기술에 대한 요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 지구적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과학자, 공학자의 노력도 더 빨라지고 있다. 지구 전체 발전량의 무려 4분의 1을 소비하는 조명 기술도 예외는 아니다. 백열등을 발명한 에디슨 이후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작은 청색 반도체 광원이 일으킨 제2의 빛의 혁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청색이 없다면 백색광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나 조명과 같은 중요한 응용 분야로 LED(고체 발광 다이오드)가 확대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점멸이 자유롭고 디지털 제어가 용이하기 때문에 LED는 사물 인터넷의 시대에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다양한 센서를 결합한 지능형 조명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의 종류에 따라 다채로운 색상을 낼 수 있고 점광원의 특성상 다양한 형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오늘날 대형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발광 소자는 대부분 발광 다이오드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잠실 올림픽 경기장, 서울 시청 앞의 전광판 모두 평면상에 LED를 밀집시켜 만든 모듈을 주기적으로 배열해 스크린의 화소로 활용한다. 대형 스크린 위에 총천연색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의 삼원색을 낼 수 있는 화소가 필요하다. TV나 모니터의 화소의 크기는 밀리미터보다 훨씬 작아서 매우 가까이 다가가서 보거나 확대경을 이용해야 구별이 가능하지만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는 보통 수십 미터나 수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시청하기 때문에 화소 하나의 길이가 수십 밀리미터에 달한다. 대형 디스플레이의 커다란 화소를 구현하기 위해 음극선관(CRT) 방식, 형광 방전관 방식, LCD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어 왔다.
최근 유행하는 QLED 혹은 QD-LED라는 디스플레이 용어에서 Q, QD가 가리키는 양자점은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를 일컫는 용어로서 레이저, 생물학적 센서, 태양 전지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고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양자점은 디스플레이의 화소에서 빛 방출을 직접 담당하는 주연으로 올라설지도 모른다.
과학과 빛
빛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설명은 19세기 전기학과 자기학을 집대성해 전자기학을 수립한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에 의해 이루어졌다. 맥스웰의 전자기파 이론으로 빛에 대해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20세기 초, 빛의 정체에 대한 관점에 근본적인 전환이 생긴다. 빛의 속도는 우주에 존재하는 속도의 상한선으로서 특수 상대성 이론이 탄생하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미시 세계를 다루는 학문인 양자 물리학은 빛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음을 알려 주었다.
최근 빛을 다루는 광학 분야에서 메타 물질(자연에 없는, 인공적으로 설계해 만든 물질)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메타 물질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과학 현상뿐 아니라 이를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이 과학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는 것이다. 물질의 구성 단위를 인위적으로 설계해 배치한다면 굴절률을 마음대로 조절해 빛을 통제할 새로운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메타 물질이 적용될 분야 중 하나로 투명 망토 기술이 있다. 물체를 지각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의 조명광이나 태양빛이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된 후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체의 주변 공간에 적절한 굴절률 분포를 나타내는 메타 물질을 설계해 배치하면 이 공간을 지나는 빛은 물체에 닿지 않고 주변을 에돌아 지난 후에 원래의 방향을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물체가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메타 물질의 실질적인 실용화가 진행된다면 어떤 빛의 마술이 펼쳐질까?
빛으로 바라본 세상
1954년 미국 벨 연구소에서 불순물이 들어간 실리콘이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해 최초의 실용적인 태양 전지가 만들어졌다. 1958년에 발사되어 지금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가장 오래된 위성인 뱅가드 1호에 전원 공급용으로 사용된 작은 태양 전지가 바로 첫 번째 실용화 사례였다. 이후 태양 전지를 이용한 발전 기술은 지구 궤도의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부터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는 로봇, 고속 도로의 가로등, 전자 계산기에 이르기까지 전기를 필요로 하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재생 에너지의 활용은 화석 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는 ‘비싼’ 기술임은 분명하다.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 방식과의 경쟁에서 언제쯤 경제성을 가지게 될지 아직 확실하지도 않다. 화석 연료의 사용과 그에 따른 온난화 문제, 기후 변화 등에 의해 인류가 치르는 대가를 고려해 본다면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재생 에너지 기술은 경제성 여부를 떠나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과감히 투자하고 발전시켜 가야 하는 기술이다.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때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적인 에너지 정책도 화석 연료의 확보와 활용의 관점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해졌다.
우리는 어떻게 빛을 인식하는가?
광학 기술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2018년 12월 1일은 5세대(5G) 이동 통신의 시작을 알리는 첫 전파가 한반도에서 송출된 날이다. 시간 지연 없이 초고속으로 더 많은 기기를 연결한다는 5G 통신의 특징은 가상 현실 등 콘텐츠뿐 아니라 사물 인터넷, 스마트 공장, 자율 주행을 포괄하는 차세대 산업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5G 통신과 관련해 전파, 전자파, 전자기파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지만 이들은 모두 동일한 물리적 실체를 가리킨다. 전자기파는 19세기 맥스웰이 기존의 전기와 자기에 관한 이론을 통합한 후 예측한 파동으로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동일한 위상으로 진동하며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횡파를 말한다. 이론적으로 예측된 전자기파는 헤르츠의 실험을 통해 그 존재가 증명됐다. 헤르츠는 본인의 발견이 얼마나 큰 실용적 가능성을 갖는지 상상할 수 없었지만 뒤이은 마르코니의 무선 통신 실험을 거치며 통신 분야에서 전자기파의 활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880년 피에르 퀴리와 폴자크 퀴리 형제는 수정을 포함한 일부 결정들에 압력을 가해 변형을 주자 전압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대칭점이 없는 결정들에 압력이 가해지면 전하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며 전류를 흐르게 할 전압이 발생하는 것이다. 압력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이러한 압전 효과는 초음파 영상법, 잉크젯 프린터, 마이크 등 진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혹은 거꾸로 전기 에너지를 진동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수많은 장치에 응용되고 있다. 압전 효과를 처음 발견한 피에르 퀴리는 “우리는 과학에서 무엇인가 성취하기를 열망합니다. 모든 발견은,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우리에게 영원한 보상입니다.”라고 마리 퀴리에게 편지를 썼다.
빛과 전자기파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20세기부터다. 디스플레이나 광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바꾸고 IT 문명의 혁신에 기여한 빛의 기술은 이제 유전학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도 활용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우주의 초기부터 존재해 왔던 빛은 현재도 함께 있고 몇 세기 후에도 주위에 있을 것이며 인류의 문명이 사라진 머나먼 미래에도 이 우주를 가득 채우며 존재할 것이다. 인류는 그런 빛에 기댄 기술을 이용해 계속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환경 문제 등 당면한 위기들의 해결에도 이용하고 있다.
작가 소개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후 일본 츠쿠바 대학교와 삼성코닝 연구원을 거쳐서 현재 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와 레이저 분광학 분야에서 교육 및 연구를 하고 있지요. 〈한국일보〉와 〈세계일보〉 등의 일간지에 과학 칼럼을 연재하면서 과학 대중화의 중요성을 느끼고,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에 전국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10월의 하늘’ 강연 등 다양한 과학 강연으로 학생들과 만나 왔습니다. 지은 책으로 《빛 쫌 아는 10대》, 《십 대, 미래를 과학하라!》(공저) 등이 있습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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