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우주 강국으로 우뚝 서기까지, 중국의 우주개발사를 다루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은 현재 관세를 둘러싼 무역 분쟁에 이어 환율 그리고 기술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두 나라가 경제와 안보 등 전방위로 벌이는 힘겨루기는 쉽게 판가름 나기는 힘들 것이며,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강국으로 등장한 그 비결의 바탕에는 당연히 거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중국 정부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대대적인 재건에 나섰고, 특히 열강의 침입을 막고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강한 국방력과 이를 뒷받침할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이후 중국은 지도자의 결단과 치밀한 장기 계획, 막대한 투자, 사명감이 투철한 대규모 전문가 집단과 충분한 지상 설비를 갖추어 마침내 러시아와 유럽을 넘어 미국에 도전하는 우주 기반시설을 갖춘 나라로 우뚝 섰다.
2020년 7월 23일, 하이난 원창 발사장에서 톈원 1호가 창정 5Y4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아랍에미리트의 첫 화성 탐사선 아말(Amal)보다 3일 늦었고, 미국의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보다는 일주일 빠른 것이었다. 이후 화성으로의 궤도 전이와 도달 거리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계속 보도되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들이 화성에 도전했으나,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구소련뿐이었다. 이 중 소련의 탐사선은 착륙 후 활동에 실패했으므로 미국 NASA만이 화성에 착륙해 탐사와 분석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EU-러시아 공동 탐사 계획도 있었으나, 탐사선에 문제가 발생해 2020년 발사 시기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는 발사체와 탐사선 모두 외국 의존도가 높아, 진정한 우주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화성 탐사의 최전선에서 실력을 겨루게 되었다. 비록 중국의 화성 탐사가 미국보다 수십 년 뒤졌으나, 첫 탐사에서 미국의 경험을 추격해 대등한 위치에 도달하려 하고 있다. 이제 화성 도착과 착륙, 탐사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러시아를 넘어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우주 굴기??는 이처럼 빠른 시간에 걸쳐 눈부신 성과를 이룬 중국의 과학기술 정책과 그 결과들, 특히 중국이 자랑하는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탄, 수소탄, 인공위성)의 과학기술 성과를 이루기까지,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우주개발 기술을 다뤘다.
이 책의 저자 이춘근 박사는 1993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10여 년 동안 중국에 머물며 중국 우주개발 기술을 눈여겨보면서 자료 등을 정리해왔다. 그러던 차에 고유의 발사체를 개발해 신흥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울러 중국과 유사한 개발 경로를 택한 북한을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중국은 ‘산봉우리가 우뚝 솟듯이 흥기한다’라는 뜻의 ‘굴기(?起)’를 즐겨 사용한다. 중국이 우주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우주 굴기’를 내세운 만큼, 이 책은 중국의 우주개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더없이 유용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오늘날 중국 우주산업의 핵심은 자주 개발로 마련한
거대 기반 시설과 수십만 명의 전문직 종사자들!
중국인들은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탄, 수소탄, 인공위성 또는 원자탄, 유도탄, 인공위성)을 중국 최고의 과학기술 성과로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첨단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한 중국 지도자들이 오랜 시간 국력을 총동원하여 개발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과학자들의 뛰어난 역량과 애국심, 희생이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는 열강의 침략과 국가적 혼란이 극심했던 때에 외국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이 포함된다. 첸쉐썬(錢學森)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첸쉐썬은 1935년 미국 공비(公備) 유학생으로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항공공학과 항공기설계 전공에 입학하여 1년 만에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36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아 1939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로켓 연구에 돌입한 그는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우주산업을 주도해왔다. ‘우주산업의 아버지’, ‘양탄일성 원훈’ 등의 최고 찬사를 받았고, 2009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자신의 전 생애로 보여준 중국인 과학자였다.
중국의 우주산업은 미약한 공업 기반과 시설,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를 극복하며 발전했고, 사회주의 동원 체제와 과학자들의 커다란 희생을 통해 육성되었다. 처음 마련된 유도탄 개발 지침에는 “자력갱생을 위주로 하되 외국의 지원을 확보하고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존 성과를 이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지침에 따라 사업 초기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을 적극 활용했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자주 개발에 의존해야 했다.
중국의 유도탄 개발은 사회주의 진영을 둘러싼 힘의 역학관계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소련의 앞선 설비와 기술을 짧은 시간 내에 확보하면서 빠르게 진전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거대한 인프라와 수십만 명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오늘날 중국 우주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 사회주의 과학기술 체제의 특징을 대표하는 국가과학원(중국과학원)을 설립하면서 행정기관인 과학기술부와는 별도로 장관급의 국책 연구 기관에 고급 인력과 자원을 집중적으로 공급했다.
중국과학원은 건국 해인 1949년에 설립되어 국가적으로 극심한 경제난과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연구와 실험에 몰두한 결과, 우주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심우주 탐사와 달 여행, 첨단 융·복합 분야 등에서 중국과학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중국의 우주 굴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세계적인 로켓 전문가 첸쉐썬의 귀국으로 중국의 군부 지도자들이 유도탄 개발 가능성을 그에게 타진하자 “사회주의 동원 체제를 활용해 물력과 인력을 집중한다면, 미국이 10년 걸린 일을 5년 내에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정치 주도 세력인 군부의 수요가 촉발되었고, 대약진운동이라는 극약처방과 함께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이용해 물적·인적 자원을 집중해 마침내 성공을 이루었다.
현대 시장경제 국가에서는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대형 첨단무기의 개발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지도자의 통치 역량과 거국적인 지원, 치밀한 장기 계획, 군부의 견인과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희생의 결과였다.
중국은 행정 부서와 연구 기관, 생산 공장이 함께 하는 ‘과학연구생산 연합체’를 만들었고, 장기적인 목표 아래 일관성 있는 우주개발을 추진했다. 행정과 기술을 분리한 지휘 체제 역시 주목할 만하다. 두 갈래 지휘 체제는 행정 분야의 비전문가들이 기술 문제에 개입해 일을 그르치지 못하게 했고, 과학기술자들은 지나친 행정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행정과 연구, 생산 기관이 모두 분리되어 있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파동이 심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적 광풍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30대 청년 인재들을 과감히 기용했다. 중국 우주산업의 아버지 첸쉐썬은 현장에서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보였던 과학자들을 책임자로 발탁하고 은퇴할 때까지 그 분야를 주도하도록 지원했다. 정치적 광풍 속에서 이런 조치가 가능했다는 사실은 첸쉐썬의 존재와 함께, 중국 우주과학사에서 다시없을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 발사체 나로호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내용과 목표에서 정치 개입과 이로 인한 차질이 있었다. 책임을 맡은 과학자들이 계획 기간 안에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목표에 대한 집념과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고, 그 안에는 늘 예기치 못한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수십만 명의 우주 관련 종사자들이 있고, 수십 년간 실전 경험을 쌓은 수만 명의 고급 과학자들이 있다. 그것도 10여 년에 걸친 문화대혁명의 광풍으로 전문가 집단에 경력과 연령의 단절이 생겼지만, 이를 극복하고 양성한 인재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1,000여 명에 불과한 인력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보직 순환과 임기제로 핵심부서 책임자들이 너무나 빨리 교체되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과학기술계 연구는 과학적 특성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
중국의 우주산업은 6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결코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쓰라린 실패와 고난도 겪었고, 정치적 광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책에는 중국 과학기술자들이 겪은 고난과 성공을 날실로 삼고, 어떻게 유도탄을 개발했고 인공위성을 거쳐 마침내 화성 탐사에 이르렀는지, 중국의 우주기술의 발전 과정을 씨실로 삼았기에 중국 우주개발사의 내용이 다채롭고 풍부하다.
우주기술 전문가나 연구자는 과학기술 전반에 걸친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이공계를 진학하려는 청소년들에게는 과학자로서의 사명감이 무엇인지, 또 인문계를 진학하려는 청소년들에게는 현대 중국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과학사 읽기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서울대학교 공학박사와 중국 북경사범대학 교육학박사를 취득하였고, 중국과학원과 북경대학,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연구하였다. 연변과학기술대학 부총장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통일부와 합동참모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 차
01 첸쉐썬의 귀국
02 소련의 지원과 기반 구축
03 중국과학원의 핵심기술 축적
04 자주 개발의 신호탄: 둥펑 2호의 탄생
05 핵탄두의 결합과 시험발사
06 사거리 연장과 대륙간탄도탄 개발
07 고체 추진제의 개발과 유도탄의 현대화
08 우주 발사체: 창정(CZ) 시리즈의 개발
09 인공위성의 개발과 발사
10 민수 전환과 해외 진출 및 차세대 발사체의 개발
11 연구개발 및 지원 체제
12 인공위성의 현대화와 다양화
13 유인우주선과 우주정거장
14 미래 계획: 달 탐사를 넘어 우주로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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