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역사의 무게를 견디며 지켜 온 우리들의‘오래된 미래’
광주극장 이야기
우리가 모두 광주극장의 주인공이다.
그림책《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은 극장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큰불이 나는 그림으로 시작합니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검은 연기는 세상을 덮을 듯합니다. 첫 장면부터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1968년 화재 사고로 잿더미가 된 광주극장이 그동안 극장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해 줍니다. 나지막한 광주극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공기 같은 존재의 광주극장과 평범한 관객이 역사와 시대에 발맞춰 살아남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날 수 있는 오래된 극장을 유심히 살펴봐 주는 것이 소중한 문화 자산을 지켜 나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을 엄마, 아빠와 함께 나지막하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광주극장에서 사는 고양이 씨네를 아시나요?
“오징어! 땅콩!” 매점 아저씨도 신이 나고 극장 단골 정효네도 긴긴 줄을 서며 영화를 보며, 힘든 극장 식구들을 위로하느라 만축봉투도 건네며, 광주극장과 사람들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갔습니다.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1980년 5월 광주는 총소리와 함께 군인들에게 포위되고 광주극장은 쫓기는 시민들의 숨은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컬러텔레비전이 나와 모두의 마음이 빼앗길 때도, 대자본의 멀티플랙스 복합 상영관이 세상을 뒤덮을 때도 변함없이 좋은 예술 영화를 보여주는 곳으로 우리 곁에 여전히 광주극장과 고양이 씨네는 함께하고 있습니다. 광주극장 단골 관객이었던 김영미, 최용호 두 작가가 수없이 쓰고 덜어내며 다듬은 글과 85년 시간의 흐름을 공들여 담고 재현한 그림이, 극장의 내력을 낱낱이 기억하고 있는 시인 김기리와 불황과 세대 변화를 이겨내며 알뜰히 현장을 운영해 온 김형수의 자문과 감수를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특히 여러 과정에서 극장 지킴이 고양이 씨네의 진심 어린 걱정과 희망과 응원은 극장이 오랜 세월 버티는 데 큰 몫을 하게 됩니다. 각 장면마다 열 일하는 고양이 씨네를 따라가며 광주극장을 보는 것 또한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광주극장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한국 최초의 사설 극장은 개화기 1907년 5월에 개관한 광무대(光武臺)로, 낮에는 소리패 공연을 하고, 밤에는 활동사진을 상영했다고 전해집니다. 같은 해 한 달 뒤 단성사가 문을 열었고, 다음 해인 1908년 원각사가 뒤를 이었으며, 해방 이후 극장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설립되어 현재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으로 자리 잡은 광주극장은 ‘한국의 극장’ 역사에서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광주극장은 1935년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자본으로 건립된 문화 공간으로 영화와 연극 · 판소리 · 창극은 물론 1945년 해방 기념 축하대공연 ·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전남도위원회 결성식 · 1946년 모스크바 3상 회의 지지대회 ·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의 연설, 일본 미들급 챔피언 호리구찌와의 열전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문춘성 선수의 시범 권투 경기, 최승희 · 이매방의 춤사위, 전국학생연극제 등 근대 역사와 문화의 기념비적 장면이 펼쳐졌던 곳입니다. 1968년 큰 화재로 주춧돌만 남기고 전소되었으나 최초 설립 당시의 원형을 살려 재건축되었습니다. 격변의 시대를 거쳐 2020년 85주년을 맞은 현재, 예술전용극장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복합상영관이 주류를 이루고 영화가 일상 소비재로 자리 잡은 오늘, 오래된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담아내고 향유하는 광주극장을, ‘오래된 미래’의 가치를 조용히 역설하는 공간으로 소개합니다.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이 샘 워너메이커의 연극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상징하듯, 광주극장은 3세대가 이어온 영화 예술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상징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영미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광주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로 입선했고, 2006년 황금펜 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아빠는 스파이더맨》,《바다로 간 빨대》,《콩알》 등이 있다.
그린이 : 최용호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2001년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10년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을 수료했다.《태양의 새 삼족오》,《복 타러 간 총각》 등 여러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고,《리스본행 야간열차》,《녹색고전》 등의 표지를 그렸다. 현재 여러 매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획 : 광주극장
광주극장은 1935년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자본으로 건립된 문화 공간으로 영화와 연극·판소리·창극은 물론 1945년 해방 기념 축하 대공연·조선건국 준비 위원회 전라남도 위원회 결성식·1946년 모스크바 3상 회의 지지 대회,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의 연설, 일본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문춘성 선수의 시범 권투 경기, 최승희·이매방의 춤사위, 전국 학생 연극제 등 근대 역사와 문화의 기념비적 순간들이 펼쳐졌던 곳이다. 1968년 큰 화재로 주춧돌만 남기고 전소되었으나 극장의 원형을 살려 재건축되었다. 격변의 시대를 거쳐 2020년, 85주년을 맞았으며 현재 예술전용극장으로 빛나고 있다.
기획 : 이상희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살면서 그림책 작가·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책 전문 작은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버스’를 설립했고,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에서 일하며, 여러 곳에서 그림책 일상예술과 그림책 창작에 대해 강의한다. 《난 그림책이 정말 좋아요》, 《바구니 달》, 《시간이 흐르면》, 《마법 침대》, 《강물이 흘러가도록》, 《SNOW》, 《RAIN》, 《SUN》, 《STORM》, 《파란 집에 여름이 왔어요》, 《책의 아이》,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안녕, 미피》,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등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 《은혜 갚은 꿩 이야기》, 《선생님, 바보 의사 선생님》, 《해님맞이》, 《책이 된 선비 이덕무》 등 그림책에 글을 썼다. 그림책 창작을 위한 《그림책 쓰기》, 그림책 에세이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공저)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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