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 현대시 100년의 정신적 스펙트럼!
서정주의 「자화상」에서 기형도의 「빈집」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시인들이 평소에 즐겨 읽는 애송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가 출간되었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즐겨 애송하는 시는 무엇일까? 국내 현역시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애송시 3편을 답해 달라고 하였다. 시단의 원로 시인인 김춘수(작고), 이형기(작고), 김남조, 김종길 시인에서부터 중진시인인 정진규, 이근배, 김종해, 유안진, 오규원(작고), 강은교, 중견시인인 황인숙, 박주택, 이재무, 이문재, 장석남, 함민복, 이윤학, 박정대, 정끝별 등과, 젊은 시인 권혁웅, 문태준, 손택수, 안현미, 황병승 시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시단을 대표하는 246명의 현역시인들이 설문에 응해 주었다. 직접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이 답변하기에는 곤란하고 까다로운 설문조사였지만, 며칠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설문에 답해주었고 때로는 그에 대해 또 다시 수정하기도 하며 진지하게 응답해 주었다.
한국시인협회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비매품 시집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명시』를 출간하여 ‘현대시 100년 기념 세미나’의 자료로 활용했고, 달리는 고속철 안에서 이 시집을 들고 시낭송 행사를 가진 바 있다. 이때 발간된 애송시집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명시』는 넉넉한 부수를 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부산 구간 KTX 고속철에 동승한 모든 승객에게 선물로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곧 품절되었다. 그 후에는 시집을 구입할 수 없겠느냐는 독자들의 문의도 줄을 이었다. 그때 그 낭송시집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명시』에 일러스트를 곁들여 출간한 책이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다.
시인들이 선정한 ‘느낌이 빠른 시’, ‘귀로 듣는 시’
어떤 시가 누군가에 의해 애송된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애송 시집의 출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는 시인들의 개인적 주관에 의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시를 보는 눈이 보다 전문적이고 주체적인 ‘현역시인’들의 심미안이었기에, 한국 현대시의 정신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일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화가가 좋아하는 그림, 영화인이 좋아하는 영화가 있듯이 ‘시인이 좋아하는 시는 어떤 시일까?’라는 일반 독자가 지닌 호기심과 기대치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시를 직접 창작하고 있는 현역시인 246명의 보다 섬세하고 예리한 시적 감성을 확인해 보는 것 자체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인은 서정주이지만 여러 작품에 분산되어 있는 반면, 김춘수 시인의 경우는 한 작품「꽃」에 집중되어 있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연시의 구조’ 속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연시의 일종으로 체험함으로써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존재의 문제는 일거에 아주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시가 가지는 대중적인 호소력이 아닐까?
연애나 사랑의 감정 구조가 가지는 감염력 못지않게 시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원초적인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다. 윤동주의 「서시」는 순수하지 못한 세계 속에서 삶을 감내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가지는 원초적인 괴로움에 대한 한 선언이다.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타지에서 느끼는 외롭고 무기력한 삶에 대한 회한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는 시이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제목 자체가 이러한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무기력함을 북방의 정서에 실어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 출간의 의미는 한국의 아름다운 명시가 일반 시 독자들에게 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널리 애송되는 것에 있다. 일반 독자들에게 애송되는 ‘귀로 듣는 명시’와 ‘읽히는 명시’ 등 좋은 우리 시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정서는 순화되고, 한국 현대시는 일상 속에서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지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한국 문단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정통적인 시인 단체로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 단체가 한국 시단에 끼친 영향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돌이켜 보면 창립 50년 동안 펼쳐온 여러 행적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예컨대 1957년 제정된 '한국시인협회상'은 문단 정치나 경제적 보상과는 무관하게(시인협회상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상금이 없는 문학상이다) '시인들이 뽑아 수여하는' 시단의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정착되어 그 권위를 오랫동안 지켜왔다. 195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시문학의 문헌적 정리와 연감 제작을 목표로 발행해온 시협 사화집 역시 우리 문단에서 그 해의 대표적인 시를 정리하는 사업이 되었다. 1969년부터 연례적으로 시행해온 세미나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학술적인 문학세미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후자는 그동안 많은 시인들과 시학자들이 해마다 머리를 맞대고 문단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격의없이 토론하여 한국 시단의 새바람을 일으키는 공론의 장이 되어 왔다.
목 차
1
강은교|우리가 물이 되어
고은|문의 마을에 가서
곽재구|사평역에서
구상|오늘
기형도|빈집
김광림|쥐
김남조|겨울 바다
김소월|진달래꽃
김수영|풀
김영랑|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종길|성탄제
김종삼|북치는 소년
김종해|풀
2
김지하|타는 목마름으로
김춘수|꽃
김현승|가을의 기도
노천명|사슴
박남수|새ㆍ1
박노해|노도의 새벽
박두진|해
박목월|나그네
박용래|저녁눈
박인환|목마와 숙녀
박재삼|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백석|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서정주|자화상
3
서정춘|죽편ㆍ1
성찬경|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
신경림|농무
신동엽|껍데기는 가라
오규원|한 잎의 여자1
유치환|행복
윤동주|서시
이상|거울
이근배|냉이꽃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성복|남해 금산
이수익|우울한 상송
이용악|오랑캐꽃
4
이육사|광야
이형기|낙화
정지용|향수
정진규|연필로 쓰기
정현종|섬
조병화|낙엽끼리 모여 산다
조정권|산정묘지ㆍ1
조지훈|낙화
천상병|귀천
한용운|님의 침묵
허영자|감
홍윤숙|장식론ㆍ1
황동규|즐거운 편지
□ 수록 시인 소개 □ 작품별ㆍ시인별 집계 결과
□ 해설ㆍ장석주 상처받고 신음하는 용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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