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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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전정숙
출판사항어린이아현, 발행일:2020/11/20
형태사항p. B5판:25
매장위치유아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878272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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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0년 동안 아기가 태어나지 않은 마을이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이 마을 사람들은 아기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신혼부부에게 아기가 생겼습니다. 그러자 만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큰일 났다, 회사는 끝이다, 잠은 다 잤다, 자유는 물 건너갔다, 고생을 왜 사서 하나, 애 키우는 게 쉬운 줄 아나,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드는 줄 아나….’ 그들은 진심으로 두 사람을 위해 아기가 생긴 일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가르쳐주고 걱정해 주었습니다.
그런 말들이 진심으로 걱정해서 해주는 말인 줄 누가 모를까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마음속에 막연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기쁨과 기대가 솟아올랐다는 거예요. ‘누굴 닮았을까, 건강할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잘 웃는 아이일까…?’
엄마 뱃속의 아가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랍니다. 하지만 엄마는 배가 불러오면 올수록 먹기도 자기도 걷기도 힘들어졌고, 열 달이 꽉 차자 너무 무거워진 몸 때문에 거동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고는 드디어 도저히 참아내기 힘든, 하늘이 노래져서 앞이 제대로 안 보이는,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이러다 곧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극심한 통증이 밀려옵니다. 그때,


응애! 아기가 태어났어요. 근데, 헉…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에 걱정 반, 타박 반 섞어 한소리 했던 사람들은 어디 갔을까요?


새 생명의 탄생이 사람을 바꾸고 마을을 바꾸는 모습이 따뜻합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마을의 밤 풍경이 살짝 달라졌네요. 찾으셨나요?


■ 인구 절벽이 코앞이라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할 생각도 별로 없지만 결혼을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생각이 팽배합니다. 1인 가구, 2인 가구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노령인구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8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고령화, 출산율 감소, 인구감소에 관한 뉴스가 쏟아집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여자가 서른을 넘기면 똥값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었다면 엄연히 성차별적인 발언이지만, 그때는 여자들의 결혼 연령을 금값, 은값, 똥값이니 하며 값을 매기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었지요. 그럴 정도로 ‘당연했던’ 결혼이 어느 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되었습니다.


어느 변호사는 대리모와 낙태 문제를 다룬 글에서 여성의 출산력이 하찮게 취급된다며 여성의 자궁에까지 침투한 국가와 자본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보장해야 인구절멸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죽음과 탄생을 통해 영속합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죽는 과정이 삶이고, 우리 DNA에는 그런 삶이 이어지도록 사랑하고 결혼하고 새 생명을 낳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본능입니다.


그런데도 살기 힘들어서, 책임이 너무 무거워서 사랑도 결혼도 애 낳기도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나라도, 우리만이라도 즐겁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상식이 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 날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복잡해져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는 피임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 세상 어느 생명체도 생명 낳기를 일부러 피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과 함께 살면서 인간에게 골칫거리가 된다는 이유로 인간들이 대신 ‘합법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불임시술을 하는 것뿐이지요. 그렇게 보면 자연의 원리, 생명의 원리를 거스르며 사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람은 생명을 잉태합니다. 생명이 나고 자라 이 세상에 충만합니다. 그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의 수고를 오롯이 감당하는 이가 바로 여성이고, 엄마들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남자들이 군대 얘기로 밤을 새워도 모자란다고 합니다. 남자들의 군대 얘기 같은 것이 여자들에겐 출산 얘기일 것입니다. 여자들이 ‘출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목숨을 걸다!”가 아닐까요? 의술이 발달하면서 아기를 낳다가 목숨을 잃는 일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출산은 여전히 위험하고 고통과 수고가 따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목숨을 거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그 엄마들이 점점 더 삭막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 새 생명의 신비와 기쁨을 선물합니다.


이 그림책은 그 엄마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모든 엄마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전정숙
주로 책 짓는 일을 합니다. 때때로 책에 글을 쓰기도 합니다. 멍 때리기, 가만히 있기를 제일 힘들어해서 틈날 때마다 재미난 문화콘텐츠를 짜내겠다고 설칩니다. 그림책창작집단 '아낙똘'에서 함께 글을 짓고, 그림책 팟케스트 〈그림책 따따따〉를 이끌며 짬짬이 이런저런 곳에서 책 이야기를 들고 독자들을 만납니다. 문화콘텐츠 기획브레인 '책에'를 통해 책이 책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공유되는 방법을 궁리합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읽고 나누며 책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이 네모난 구역에 터 잡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앞서 지은 책으로는 〈딸기 별이〉와 '들어갈 수 없습니다'가 있습니다.

 

그린이 : 이장미
중앙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가족이나 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며, 유머가 있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매일 노력합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그림과 글로 엮어보면 보석처럼 빛나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산양들아, 잘 잤니?》, 《조선 왕실의 보물 의궤》, 《유일한 이야기》, 《한국사를 뒤흔든 열 명의 장군》, 《네가 아니었다면》 등이 있으며 십 년간의 드로잉 일기를 묶은 책 《순간 울컥》을 출간했습니다. 《달에 간 나팔꽃》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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