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된
자연과학의 고전
인간은 왜 태어날 때 우는 것일까? 어린이들은 왜 자주 놀라는 것일까? 흥분하면 왜 호흡이 거칠어지고 땀을 흘릴까? 놀랐을 때는 왜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일까? 힘든 노동을 하면 왜 손이 떨리는 것일까? 두려움을 느끼면 왜 소름이 돋고 몸이 떨리는 것일까? 가슴은 왜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일까? 두려움은 질병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과연 두려움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안젤로 모소는 호기심이 많은 과학자였다. 혈액순환과 근육생리학의 선구자인 그는 이탈리아의 튜린대학에서 25년간 생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학교를 ‘생리학의 메카’로 널리 알렸다. 철두철미한 실험생리학자로서 인체에 관한 당대의 가설들을 끊임없는 관찰과 실험을 통해 오류를 수정하고 새로운 학설을 정립했다. 또한 열렬한 등산가로서 자신의 생리학 실험실을 알프스산에 개설하고 고산병의 원인을 연구했으며, 노년에는 정치와 고고학에도 관심을 쏟아 이탈리아의 상원의원이 되어 1905년 로마올림픽의 연설자로 참가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두려움을 느끼는 동안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직접 제작한 기구들을 이용한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무엇보다 당대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인 찰스 다윈이 두려움의 현상들을 인간의 의지와 자연선택이론 그리고 환경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다윈은 자신의 책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몸을 떨거나 얼굴에 홍조가 일어나는 것을 주로 ‘인간의 의지’에 원인이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 그리고 대부분의 하등동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떨림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떨림은 종종 대단한 손해가 되며, 애초에 의지를 통해 습득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나중에 다른 감정과 결합되어 습관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두려움의 현상들은 ‘인간의 의지’가 아닌 생명유지를 위한 혈액순환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장애가 발생한 모든 기관에서 혈관의 확장이 일어나야만 한다. …… 흥분은 뇌의 화학적 과정에 엄청난 에너지를 일으킨다. 세포의 영양공급에 변화가 일어나고 신경조직의 에너지가 보다 급격하게 소모되며 그로 인해 머리와 뇌의 혈관 확장이 보다 풍부한 혈액공급을 통해 신경중추의 활동을 유지하려고 한다.”
안젤로 모소는 인간의 뇌, 심장의 박동, 호흡, 떨림 등을 확인하기 위해 창의적인 과학적 측정기구들을 스스로 제작해 활용했다. 외부자극에 의해 뇌의 신경세포가 활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뇌로 공급되는 혈류가 증가한다는 것을 최초로 측정하여 그래프로 작성했으며, ‘체적변동기록기’와 ‘인체의 혈액순환 저울’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과 혈류 사이의 관계를 측정했다. 그가 고안해 활용했던 다양한 실험기구들은 오늘날의 거짓말탐지기(Polygraph),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발전했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두려움과 관련되어 드러나는 특징적인 현상들이 인간의 몸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과학적으로 관찰한다. 전체 16장에 걸쳐 인간의 뇌와 혈관의 흐름, 심장의 박동, 호흡을 비롯하여 떨림과 공포, 그로 인한 얼굴과 눈, 이마의 표정 등등에 대한 일련의 생리학적 특성을 규명한다.
각각의 장에는 모소의 다양한 실험 방법과 과학적 측정 장치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실험되고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특히 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두개골에 물리적 손상이 발생한 환자들의 뇌를 대상으로 최초로 뇌혈류 측정 기구를 사용함으로써 막연하게 추정하고 있던 뇌의 작용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의 실험적 연구는 더욱 진전되어 손과 발 그리고 팔에서 뇌로 흘러가는 혈액을 추적하기 위한 새로운 기구들이 만들어졌다. 5장에는 혈액 순환의 연구를 위한 저울을 직접 제작하여 뇌 혈류의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이 소개된다. 연구실을 찾아오는 그의 동료들도 이 저울에 누워 뇌가 쉬고 있을 때와 활동할 때 일어나는 혈액의 변화를 확인하곤 했다. 이 저울에 의하면 ‘차가운 손, 뜨거운 가슴’이라는 속담은 흥분의 결과로 혈액이 팔다리에서 심장으로 물러갈 때 손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결과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즉 뇌의 작용, 호흡과 맥박, 근육들의 움직임, 손과 발의 혈류 변화 등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신체의 생리학적 오해와 진실을 밝혀준다.
또한 찰스 다윈과 허버트 스펜서의 인간 표정의 기원에 대한 원리에 대해 납득되지 않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새로운 해답을 찾아가는 관찰과 실험들이 소개된다.
이 책 곳곳에는 과학자로서의 안젤로 모소의 열정과 감성이 그대로 배어 있다. 현재 과학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되고 있으나, 그의 과학자로서의 면모는 과학연구를 하는 후배들에게 세기를 뛰어넘는 감동을 전해준다.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실험과학을 따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인내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대자연의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유일한 어려움은 자연을 향해 질문하고 대답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분투 속에서 비천한 난쟁이족인 우리 인간은 삶의 비밀을 찾아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해왔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내는 것은 학자와 예술가의 상상력이었다.”(76쪽)
작가 소개
지은이 : 안젤로 모소
이탈리아의 생리학자. 세계 최초로 거짓말 탐지기와 뇌영상(MRI) 기술을 발명했으며 교육자, 고고학자, 정치인, 등산가로 활동했다. 튜린, 플로렌스, 라이프치히,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당대의 가장 뛰어난 생리학자로 인정받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아버지의 목수공방에서 일했다. 24세에 의학박사가 되었으며, 33세에 튜린대학의 생리학 교수로 임명되어 25년간 재직하면서 학과를 생리학의 메카로 널리 알리며 수많은 생리학자를 양성했다. 철두철미한 실험생리학자로서 당대의 유명한 학자들과 수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인체의 혈액순환저울과 작업기록기, 혈압계 등 다양한 의학실험용 기구들을 직접 제작했으며 뇌 영상과 근육의 피로에 관한 연구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모소는 등산에서부터 와인 보급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강연을 했으며, 정치와 고고학에도 관심을 가져 상원의원에 선출되고 뛰어난 고고학 발견들도 이루었다.
저서로는 《피로》《뇌의 온도》《알프스 사람의 생리학》 등이 있다.
옮긴이 : 권혁
아주대 영문과 졸업, 출판기획과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군주론》 《유토피아》 《월플라워》 《존 스타인벡의 진주》 《우주에는 신이 없다》 《자유론》 《사회계약론》 《이성의 시대》《통치론》《방법서설》
목 차
서문 … 9
Chapter 01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 29
Chapter 02 반사 행동과 척수의 기능 … 39
Chapter 03 생리학적 뇌의 기능 … 55
Chapter 04 흥분한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혈액순환 … 69
Chapter 05 창백함과 홍조 … 93
Chapter 06 심장의 박동 … 107
Chapter 07 호흡과 압박감 … 125
Chapter 08 떨림 … 137
Chapter 09 얼굴의 표정 … 157
Chapter 10 이마와 눈의 표정
Chapter 11 고통의 인상학 … 187
Chapter 12 두려움의 특징적인 몇 가지 현상들 … 205
Chapter 13 어린이들의 두려움, 꿈 … 219
Chapter 14 놀람과 공포 … 231
Chapter 15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질병들 … 245
Chapter 16 유전과 교육 …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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