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2016년에 출간된 초판 《재난 불평등》(동녘)의 개정판입니다.
*이 개정판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사회 불평등 문제를 긴급 진단한 개정판 서문 <코로나19는 평등하지 않다>만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팬데믹에 관한 분석 없이는 자연재해에 관한 어떤 논의도 불완전할 것이다”
지진을 연구하는 과학자 존 머터는 어느 날 한 가지 의문을 품는다.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장소와 시기에 따라 왜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재난을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만 보고 연구해온 과학자가 재난과 전후 상황을 사회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며, 왜 자연과학적으로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어디에서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어떤 사회는 재건하는 데 1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지를 비교 관찰했다. 아이티 지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미얀마 사이클론 등을 자연과학의 관점과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비교분석하여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이 어떻게 사회 문제가 되는지를 밝혀냈다.
이 책은 재해가 단순한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경제적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드러낸다. 저자가 포착한 지점은 재앙이 낳는 ‘불평등의 민낯’이다. 이 책은 왜 재난 사망자의 다수가 빈민층인지, 그리고 재난 발생 당시와 그 전후의 극복 과정에서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재난에 투영되고 답습되는 이유를 찾아 나간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김승섭(사회역학자), 신형철(문학평론가) 등 여러 분야의 명사들이 질병이라는 재난이 어떻게 사회 불평등 문제와 연결되는지 이 책에서 근거를 찾을 정도로 뒤늦게 ‘재발견•재평가’된 책이다. 개정판에서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어떻게 ‘재난’과 유사한 양상으로 사회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저자가 <개정판 서문>에서 보완했다. 저자는 이 글에서 “팬데믹에 관한 분석 없이는 자연재해에 관한 어떤 논의도 불완전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뚜렷하고 불편한 현상을 밝히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심화되는 사회 불평등을 예견한 책!
미국 내 코로나19 희생자의 인종적 불균형,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거주 불평등…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불평등 문제를 긴급 진단한 <개정판 서문> 수록!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20년 5월 영국의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빈곤층이 전염병의 먹이가 되는 불평등의 폭력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더욱 가속회되고 있는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빈부격차가 높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유달리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통계로 증명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재난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오고 더욱 가혹하기 마련이다.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0년 7월에는 소득이 낮을수록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첫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16년 국내에 출간되어 ‘동일한 규모의 재난도 피해는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제의 예로 보여줘 충격을 준 《재난 불평등》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 존 머터는 초판 출간 이후에 나타난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를 뒤흔든 지진, 아프리카 남부를 휩쓴 태풍 이다이, 일본과 파키스탄을 덮친 폭염 등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쇼크를 언급하며, 이 사태 이후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의 양상이 초판에서 이미 실증한 예들과 “무서울 정도로 흡사하다(20쪽)”라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연재해’인가를 우리에게 질문하며 “지진과 태풍처럼 바이러스는 부자와 빈자, 흑인과 백인, 기독교도와 힌두교도, 유대인과 무슬림을 가리지 않는다(9쪽)”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질병’과 ‘재난’은 분명 다르지만 닮은 점이 너무나도 많다고 강조한다.
<개정판 서문>에서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뚜렷하고 불편한 결과는 미국 내 코로나19 희생자의 인종적 불균형이다(13쪽)”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감염자와 사망자의 비율이 백인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을 예로 든다. 실제로 뉴욕시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이루는 할렘, 브롱크스, 퀸스 카운티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 사실을 통해 사회적 결정요인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떠올리기도 한다. 유독 흑인의 피해가 컸던 당시 뉴올리언스의 흑인들은 위에 예로 든 뉴욕의 할렘, 브롱크스처럼, 비좁은 밀집주택에 몰려 살았다. 그들이 이런 빈곤의 그늘에 산다는 것은 재난 앞에서 결국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을 자연재해들과 비교해 “놀랍게도 닮은 평행선이고 이렇게 드러난 닮은꼴 중 어떤 것은 터무니없고, 가슴 아프고, 마치 희극을 보는 것처럼 적나라하다”라고까지 표현한다.
재난 피해의 무게는 누구에게 더 무거울까?
한 과학자가 사회과학 관점에서 본 재난에 감춰진 불평등의 민낯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은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끔찍하고 참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수는 30만 명에 달했고 손해액은 연간 GDP의 100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보다도 훨씬 컸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는 여전히 재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폐허가 된 땅을 떠나 난민이 된 이들 가운데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많다. 한편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대지진이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아이티 지진보다 더 큰 규모로 도시를 덮쳤지만, 사망자수는 아이티 지진의 1할에도 못 미쳤고 복구에는 고작 몇 달 정도가 소요됐다.
사람들은 흔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는 재난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강진은 사회를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무너뜨리지만 약진은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며, 대홍수는 국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지만 미미한 홍수가 남기는 피해는 며칠이면 금방 복구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로 재난 피해의 크기는 재난의 크기와 무관하다. 사회 구조와 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 불평등이 그 크기를 결정한다.
자연재해와 그 이후 사회 현상을 함께 다룬 면에서 독보적인 책!
자연재해와 재난 피해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홍수에는 수해가 따르며 가뭄 이후에는 기근이 발생하고 대지진과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도시는 붕괴한다. 사람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홍수, 가뭄, 지진, 태풍을 단순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 문제로까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재해의 예방과 대책은 응당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독 해당 분야 연구자들은 좀처럼 섞이지 않았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지점만을 바라봐 왔다. 자연재해 연구는 자연과학자, 재난 피해 연구는 사회과학자의 몫이었다. 때문에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을 다룬 책도 있고, 붕괴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빈곤, 불평등, 개발 등의 사회현상을 다룬 책도 있지만 둘을 함께 다룬 책은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를 깨고 두 학문의 경계점에서 현상을 직시했다는 데서 독보적이다.
재난마저 돈벌이로 악용하는 권력과 자본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재난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과학자 같은 시선으로 재난을 ‘평가’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재난 피해의 소식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모금을 일으키는 지점은, 대개 자연과학자가 측정해 ‘수치’로 표현한 재난의 규모 혹은 자연의 위력에 무너져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다. 대규모 지진에는 늘 많은 돈이 모금된다. 끔찍한 모습들이 많이 보도될수록 구호단체들이 많이 파견된다. 하지만 그 사회에 내재해 있던 기존의 불평등, 보이지 않는 부조리를 전하는 소식에 집중하고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재난은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자연적이다.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이다. 그러니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연대해야만 비로소 재난 이후의 상황은 예측 가능한 것이 되고 재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학문간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책의 결론을 맺는다. 매년 거세지는 자연의 위력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의 불평등 가운데 이런 저자의 메시지가 예언 혹은 경고로 받아들여져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존 C. 머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해양지구물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진, 태풍, 쓰나미, 폭염과 같은 자연현상으로서의 재난이 어떻게 사회의 불평등으로 연결되는지를 파헤쳐온 과학자로 유명하다. 주 전공은 지진의 원인 및 지구를 통한 파동의 전파 등을 연구하는 지진학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조사선의 수석 과학자로 일하며 태평양 해저에 대한 최초의 3차원 지진 영상 실험을 수행했고, 북극과 남극을 횡단하며 3년 넘게 해상에서 해양 지진을 활발히 연구했다.
그러나 2005년 남부를 강타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불린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그 이후 재난에 대처하는 불공정한 미국 사회의 이면 목도하고 “자연재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사회과학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닫고” 연구의 방향을 틀었다. 이후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미얀마의 태풍 등, 재난 다음에 오는 부정의한 사회적 대처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불평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 부분을 연구하기 위해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IPA) 교수를 겸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재난, 기후변화, 인권 등을 연구하고 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통섭의 관점에서 경제 개발과 복지, 자연재해를 연구하며 끔찍한 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기후변화 과학Climate Change Science》 등이 있다.
옮긴이 : 장상미
대학 졸업 후 10년 동안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가로 일했고, 2012년부터는‘ 어쩌면사무소’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했다. 거주하던 재개발 지역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한 독립출판물《지금은 없는 동네》와, 어쩌면사무소의 전후 과정을 기록한《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등을 썼다. 옮긴 책으로《 일하지 않을 권리》,《 멜트다운》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는 말 파인만 경계 넘나들기
1장 자연재해, 사회적 선악의 중개자
2장 지식 불평등과 재난
3장 학살당한 아이티와 혼란에 빠진 칠레
4장 물의 장벽, 죽음의 대양
5장 미얀마, 무관심이라는 악행
6장 충격에 뒤덮인 뉴올리언스
7장 재난을 기회 삼는 이들
8장 재난, 끝이 아닌 시작
기술 부록 1 자연재해가 주는 충격과 그 결과에 대한 간략한 사회경제학
기술 부록 2 신고전주의 성장 이론으로 본 재난
옮긴이의 말 파인만 경계를 넘어선 협력으로
주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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