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역사’, 어떻게 정치ㆍ사회적 언어의 중심이 되고
역사적 기본개념이 되었나
역사서술, 유럽 문화의 오랜 현상
18세기 말경에 이르러 정치ㆍ사회적 선도 개념으로 부상한 ‘역사’는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면서 경험 공간과 기대 지평을 규율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지식ㆍ이야기Kgkrans로서의 역사서술은 유럽 문화의 오랜 현상이다. 이 책은 우리의 기억을 매개로 존재하는 이야기의 총합인 역사가 어떻게 해서 정치ㆍ사회적 언어의 중심이 되고 역사적 기본개념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근대 초기, 역사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다
이 책은 고대 ‘역사’ 관념으로부터 중세의 역사서술 분류와 사건으로서의 경험 구성 방식을 살피고, 근대 초기 인문주의의 발흥과 종교개혁을 거치며 형성된 역사 해석과 역사 이론을 검토하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 속에서 전체 세계를 인식하는 포괄적 역사로서 ‘보편사’가 제기되는 과정을 제시한다.
특징적인 것은 합법성에 따라 판단되는 행위라는 최상의 관점에서 인간의 역사가 자연의 역사와 구별되고 올바른 행위의 범주를 제공한다는 기대가 담겼다는 점이다. 이처럼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 속에서 역사적 인식과 역사적 행위의 관계가 탐구된 것도 근대 초기의 특징이다.
근대 역사 개념의 변화 지속
한편 17세기 물리학의 진전은 세계관의 시간화와 역동화를 이끌면서 오히려 역사 개념의 발전을 저해했다. 역사이론가나 서술가들과 백과전서 학자들은 사실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나 서술이라는 축소된 역사 개념을 옹호했다. 생산적 ‘과학’에 견주어 ‘역사’의 가치를 저평가한 데카르트는 역사를 포함한 과거의 지식이 과학에 봉사해야 한다고 입장에 섰다.
그럼에도 근대 역사 개념의 변화는 계속되었다. 파스칼은 인간의 기억은 각 개인과 집단에게 부단한 진보를 허락해준다는 전제에서 모든 시대의 전개 속에서 항상 존속하며 지속적으로 습득해가는 인간상을 고안했고, 비코는 역사 세계에 필요한 원리들이 우리 인간 정신의 구조들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근대 역사 개념, ‘역사서술’을 보편적 ‘역사’로 상상하면서 태동
인간은 역사 속에서 자기 자신을 파악하며, 자기 고유의 법칙에 따라 역사 그 자체를 창조해간다고 보면서 ‘역사’를 하나의 철학적 학문으로 만들었다. 집합단수를 사용해서 ‘인간 정신의 역사’를 역사적 탐구 대상으로 삼은 볼테르처럼, 근대 역사 개념은 개별 사건들의 기록인 복수의 ‘역사서술’을 보편적 ‘역사’로 상상하면서 태동했다. ‘역사’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역사 운동의 포괄적인 통일성을 특징짓는 더 높은 추상성을 갖게 된 것이다.
‘역사 그 자체’, ‘역사 일반’은 근대에 하나의 표어로 기능했고, 개별 역사들을 안에 품은 ‘역사’는 독립된 주체로서 그 자체가 자기 고유의 활동을 하는 행위자가 되었다. 독일에서 ‘역사’는 프랑스의 ‘혁명’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되었다.
보편사를 넘어 세계사로
보편사를 넘어 세계사가 화두가 된 것도 근대의 특징이다. ‘진보’ 속에서 근대가 하나의 새로운 시대로 파악된 것처럼, 근대는 시공간의 총체성을 지닌 ‘세계사’ 속에서 보장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서구 지성사에서 제기된 ‘역사’ 개념의 역사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사고하는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라인하르트 코젤렉
‘위대한 아웃사이더’, ‘18세기 철학자’, ‘홀로 서면서도 여러 경계에 걸친 인물’. 개념사 사전의 선구자 코젤렉을 달리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렇듯 그는 유럽 근대사 연구에서 빼어난 업적을 쌓았지만 스스로 ‘역사가 동업조합’의 울타리에 들지 않았다. 그는 늘 언어와 사실, 주관과 객체 사이의 중간지점에 서서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한계를 직시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이력은 역사학을 전공하면서도 철학과 정치이론에 더 많이 기울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를 뢰비트,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슈미트 등이 청년 코젤렉을 키운 이론가들이다. 시간운동의 역사철학, 번역의 해석학, 정치적 인류학이 이들로부터 흘러나와 코젤렉의 개념사 이론에 녹아들었다.
그렇지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골격을 이룬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은 그의 독창적인 인식체계다. 그 줄기에서 그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지표이면서 그 요소가 되는 개념의 세계를 발굴했다. “‘근대’라는 위기의 시대에 수많은 ‘투쟁개념들’이, 다가오는 역사적 운동을 이념적으로 선취하면서 실천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제가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사이의 해묵은 경계선에서 홀로 서면서 《비판과 위기Kritik und Krise》(1959), 《개혁과 혁명 사이의 프로이센Preußen zwischen Reform und Revolution》(1967), 《지나간 미래Vergangene Zukunft》(1979), 《시간의 층위Zeitschichten》(2000), 《개념사Begriffsgeschichten》(2006) 등의 저술을 남겼다.
지은이 : 크리스티안 마이어
독일 고대역사가. 1981년에서 1997년 퇴임까지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고대사 교수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잘 알려진 《케사르와 아테네인》, 《세계사의 새로운 시작》 등이 있다.
지은이 : 오딜로 엥겔스
중세사와 교회사를 전공한 독일 역사가로서, 쾰른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중세사 중에서 그가 주목할 성과를 나타낸 분야는 스페인 법제와 카탈루냐 지역 연구다. 이와 함께 그가 주력을 기울인 슈타우펜 왕조 연구 저서와 논문들은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은이 : 호르스트 귄터
1977년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역사-정치 세계의 의미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철학자이자 번역가로서 활동해왔다. 베를린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파리 인문과학연구원Maison des Sciences de l’Homme에 재직하고 있다.
엮은이 : 오토 브루너
오스트리아 역사학자. 베르너 콘체와 함께 ‘근대 사회사 연구회Arbeitskreis f?r moderne Sozialgeschichte’를 조직했다.
주요 저서로 《향촌과 지배Land und Herrschaft》(1939), 《사회사로의 새로운 길Neue Wege der Sozialgeschichte》(1956), 《중세기의 유럽 사회사Sozialgeschichte Europas im Mittelalter》(1978) 등이 있다. 특히 베르너 콘체,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엮은이 : 베르너 콘체
독일 역사학자.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역사학의 방법론은 정치사에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콘체는 산업화 이후 전개되는 역사적 과정에 경제시스템, 인구발전, 소득분배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사Sozialgeschichte를 주장함으로써 독일 학계에 주목을 끌었다.
주요 저서로 《농민해방과 도시질서Bauernbefreiung und St?dteordnung》(1956), 《독일 민족. 역사의 결과Die Deutsche Nation. Ergebnis der Geschichte》(1963) 등이 있다. 특히 오토 브루너,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엮은이 : 라인하르트 코젤렉
‘위대한 아웃사이더’, ‘18세기 철학자’, ‘홀로 서면서도 여러 경계에 걸친 인물’. 개념사 사전의 선구자 코젤렉을 달리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렇듯 그는 유럽 근대사 연구에서 빼어난 업적을 쌓았지만 스스로 ‘역사가 동업조합’의 울타리에 들지 않았다. 그는 늘 언어와 사실, 주관과 객체 사이의 중간지점에 서서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한계를 직시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이력은 역사학을 전공하면서도 철학과 정치이론에 더 많이 기울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를 뢰비트,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슈미트 등이 청년 코젤렉을 키운 이론가들이다. 시간운동의 역사철학, 번역의 해석학, 정치적 인류학이 이들로부터 흘러나와 코젤렉의 개념사 이론에 녹아들었다.
그렇지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골격을 이룬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은 그의 독창적인 인식체계다. 그 줄기에서 그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지표이면서 그 요소가 되는 개념의 세계를 발굴했다. “‘근대’라는 위기의 시대에 수많은 ‘투쟁개념들’이, 다가오는 역사적 운동을 이념적으로 선취하면서 실천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제가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사이의 해묵은 경계선에서 홀로 서면서 《비판과 위기Kritik und Krise》(1959), 《개혁과 혁명 사이의 프로이센Preußen zwischen Reform und Revolution》(1967), 《지나간 미래Vergangene Zukunft》(1979), 《시간의 층위Zeitschichten》(2000), 《개념사Begriffsgeschichten》(2006) 등의 저술을 남겼다.
옮긴이 : 최호근
고려대학교 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역사철학부에서 막스 베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제노사이드와 홀로코스트 연구를 진행했고, 지구적 차원에서 기억문화와 기념문화를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현재는 역사 기반 평화교육의 이론과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 《막스 베버와 역사주의》(독문), 《제노사이드》, 《독일의 역사교육》, 《기념의 미래》 등의 대표작이 있다.
기획 :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1990년 1월, 한림대학교의 설립자인 고故 윤덕선 박사가 국내의 저명한 원로 교수들을 연구원으로 초빙해 설립한 학술연구소로서, 그동안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종합 학술사업과 연구에 주력해왔다.
특히 한림과학원은 2005년부터 ‘한국 인문?사회과학 기본개념의 역사?철학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하여 2007년 인문한국HK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 사업’으로 확장했다. 근대 초 동아시아의 개념 충돌 양상을 성찰하여 오늘날 상생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개념소통 관련 기초연구의 축적, 개념사 총서 및 이론서?번역서 발간, 다양한 국내외 학술행사 개최, 국내외 학술교류협력 사업 추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방면에서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번역서 출간은 이 사업의 일환이다. 한림과학원은 우수한 외국의 연구성과, 특히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로 평가되는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주요 항목을 번역?소개함으로써 유럽 개념사 연구 성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며, 나아가 동아시아 개념 연구방법론을 개발하고 국내 개념사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이 책의 위상이나 대표성 등에 비추어, 다른 항목에 관한 후속 번역 사업도 계획 중이다.
목 차
번역서를 내면서
Ⅰ. 서론
Ⅱ. 고대
1. 용어
2. 역사서술Historia 개념과 “역사Geschichte” 관념들
Ⅲ. 중세의 개념 이해
1. ‘역사서술historia’과 ‘발생한 사건res gesta’의 언어적 의미
2. 역사서술, 역사서술의 분류 및 경험 지평
a ─ 역사서술의 “종류Gattungen”
b ─ 중세의 목차 구성 기준
c ─ 경험 양식과 구성 능력
d ─ 서술 이론
3. 지식의 구조에서 역사서술Historie의 장소와 기능
Ⅳ. 근대 초기의 역사적 사고
1. 전제 조건들
2. 단테와 인문주의
3. 16세기
a ─ 마키아벨리와 기치아르디니
b ─ 종교개혁 시기 독일의 역사 해석
c ─ 역사적 법 해석과 역사이론
4. 새로운 학문의 도전
a ─ 역사서술의 문제화
b ─ 논증 시도와 시간의 계량화
c ─ 진리 개념
d ─ 근대적 역사 개념으로 향하는 길
5. ‘역사서술Historia’과 ‘역사Geschichte’의 논증 형식 전환
a ─‘복수의 역사서술’에서 ‘역사’로
b ─ 생의 스승Magistra vitae, 교화 가능성, 효용
c ─ 진리의 빛lux veritatis, 진실, 모사 관계
d ─ 기억의 생명, 과거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한 기억
Ⅴ. 근대적 역사 개념의 형성
1. 용어사적 안내
a ─ 집합단수의 출현
b ─ ‘역사서술Historie’과 ‘역사Geschichte’의 혼합
2. 역사철학으로서 ‘역사’
a ─ 미학적 성찰
b ─ 도덕적 역사에서 과정으로서 역사로
c ─ 합리적 가설 구성에서 역사이성으로
d ─ 혁명기 역사철학적 전환의 결과들
3. 기본 개념으로 주조된 ‘역사’
a ─ ‘자연의 역사historia naturalis’에서 ‘자연사Naturgeschichte’로
b ─ ‘성사historia sacra’에서 ‘구속의 역사Heilsgeschichte’로
c ─ ‘보편사historia universalis’에서 ‘세계사Weltgeschichte’로
Ⅵ. 근대적 지도 개념으로서 ‘역사’
1. 역사 개념의 사회?정치적 기능
2. 역사적 상대성과 시간성
3. 경험과 기대 간의 파열적 간극
4.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 비판 사이에 선 ‘역사’
Ⅶ. 전망
옮긴이의 글
읽어두기: 주석에 사용된 독어 약어 설명
참고문헌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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