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고대 앵글로색슨 문화의 신비로운 자산을 보여 주는 가장 완벽한 작품!"
―《가디언》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아일랜드 시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셰이머스 히니의 충실한 번역이자 독창적인 창작!
오늘날까지 영미권에서 배출하고 있는 모든 영웅담의 원형!
● 영문학의 근간이 되는 신화적 작품 『베오울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셰이머스 히니의 가장 충실하면서도 독창적인 시로 만나다!
“그리고 지금 이것이 유산이다.
오래전, 곧바르게, 기초적인, 흔들리지 않게 판자를 댄,
앞을 향해 다시 다시 그리고 다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셰이머스 히니
오늘날 세계에서 강력한 문학 자원을 제공하고 있는 영문학. 그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근원에 자리한 작품이 바로 고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시 『베오울프』다. 이번 민음사 세계시인선 47번으로 출간된 『베오울프』는 아일랜드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인 셰이머스 히니가 현대 영어로 옮긴 것을 저본으로 삼았다. 원서는 영문학의 고전을 내는 가장 권위 있는 시리즈 중 하나인 『노튼 영문학선집』의 한 권이며, 히니는 이 번역으로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했다.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시인이 직접 가장 원본에 충실한 번역이면서도, 그 자체로 하나의 독창적인 시 작품을 남겼다는 데 대한 찬사였다.
지금 영문학의 세계적 위상에 비해, 그 역사는 유럽어권 다른 문학에 비해 그다지 길지 않다. 영국의 역사를 이어온 앵글로색슨족이 원래 거주하던 북유럽을 떠나 영국 섬에 거주하기 시작한 시기가 대략 450년경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영국 거주민이 창작한 첫 문학 작품인 『베오울프』는 7세기 중후반 혹은 10세기쯤의 것으로 전해져 온다. 고대 영어, 즉 지금의 현대 영어와는 다른 이 앵글로색슨 언어로 쓰인 작품을 누가 창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앵글로색슨족은 영국 섬에 정착한 후 유럽 문화와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한편, 자신들의 선조인 북유럽의 전통 역시 간직하고 있었다. 『베오울프』는 이러한 배경에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노래와 이야기가 문자로 비로소 남은 작품이다. 오늘날의 덴마크, 스웨덴 등에 해당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및 북유럽 지역을 배경으로, 여러 부족 국가의 왕과 전사들이 펼치는 영웅적 모험, 괴물과 용에 맞서 싸우는 장렬한 전투가 등장한다. 창작 당시의 기준에서도 ‘옛날’, 즉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서양 문화의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름들은 익숙할지라도, 흐로트가르, 베오울프, 위대한 실드 세아프손, 휘엘락 왕, 괴물 그렌델 등은 매우 낯설다. 셰이머스 히니는 처음 『베오울프』를 접하는 독자들의 당혹스러움을 없애기 위해, 줄거리를 정리하는 짧은 안내와 세심한 주석 등을 붙였다. 가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암흑의 시대’를 마주했다는 느낌은,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히니는 고대 영어의 낯선 어휘와 리듬을 현대어로 옮기면서, 자신의 모어인 아일랜드어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했다. 그 자체로 신화적 힘을 가진 이 오래되고도 새로운 텍스트는, 인간과 문학을 이해하는 보고다.
“불투명한 자료의 ‘방패 장벽’과 오래되고 낯선 ‘말 저장고’ 사이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또한 어떤 ‘새로운 충격’을 느낄 것이다. 이것은 이 작품이 신화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드 세아프손처럼, 그것은 우리 경험의 영역 너머 어딘가에서 왔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고, 다시 저 너머로 사라진다. 그사이 시인은 작품을 실드의 장례 배가 수평선을 향해 떠나가는 것처럼 머나먼 것으로, 흐로트가르 연회장의 뿔 솟은 지붕들처럼 당당하게, 마지막에 불타오르는 베오울프의 장례식 장작처럼 엄숙하고 휘황찬란하게 길어 올린다. 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마음속에 잊을 수 없는 존재성을 획득한다. 그것들은 조각으로 제시되지만, 어떤 꿈을 지닌 삶의 표식처럼 힘을 지닌다. 그들은 뿔의 문(『오뒷세이아』에 묘사된 진실의 꿈이 나오는 문)의 기둥들과 같아, 그 문을 통해 진실한 예술의 현명한 꿈들이 지나간다고 여전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셰이머스 히니의 해설, 「작품에 대하여: 언어의 첫 지층으로 돌아가」에서
● 칼과 방패, 괴물에 맞선 전투, 용사와 왕, 용과 보물…… 모든 영웅담의 원형!
전 세계의 영어권 문학을 가르치는 고급 교과 과정에서, 이 작품은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수많은 창작자들이 『베오울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그중 가장 긴밀한 연결점을 갖고 있는 이는 언어학자이자,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 R. R. 톨킨일 것이다. 그는 1936년 논문을 발표하여, 이 작품을 민속학적이고 역사학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사료가 아닌,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로서 한 시인이 창작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통일성과 독특함을 지닌 문학으로 감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로부터 『베오울프』를 적극적인 문학 자원으로 삼는 흐름이 시작되었다. 톨킨 자신의 작품 『반지의 제왕』에서도 이를 찾아 볼 수 있다. 동굴 속 보물을 지키고 있는 사악한 용과 그에 맞서는 용사의 모습, 공동체를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는 영웅과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슬프고도 담담한 태도 등은 매우 익숙한 모티프다. 최근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베오울프』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와 잇달아 출시된 게임 등으로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직접적 연관 관계가 아닐지라도, 『베오울프』는 일종의 영웅 서사의 원형으로,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영역에 강력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자, 옛날 쉴딩족과
그들을 통치했던 왕들은 용감하고 위대했도다.
우리는 그들의 영웅적인 전투들에 대하여 들은 바 있노라.
― 본문에서
싸움이 끝나도,
복수하려는 자가 여전히 살아
음험하게 숨어 때를 노린다는 것이
명백해졌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도다. 그렌델의 어미,
끔찍스러운 지옥의 신부는 자신의 불행을 곱씹었도다.
카인이 아버지의 아들인 자기 형제를
칼로 찔러 죽인 이후,
그녀는 차갑고 깊은
무서운 물속으로 쫓겨났도다. 무법자로,
살인자로 낙인 찍혀 그는 황야로 도망쳐,
친구들과 기쁨을 피해 다녔나니. 카인에게서
사생아 같은 영령들이 튀어나왔으니, 그중 하나가 그렌델,
소외되고 저주받아, 결국 헤오로트에서 전투를 기다리며
저 지켜보던 자와 맞붙었도다.
― 본문에서
슬픔에 잠기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복수를 행하는 것이 항상 더 좋은 법입니다.
우리 각자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끝을 기다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든 할 수 있다면
죽기 전 영광을 얻도록 합시다. 무사가 죽을 때,
그것은 그의 최선이자 유일한 지지대입니다.
― 본문에서
이것은 교수대에 매달린 아들의 육체를
늙은이가 여전히 살아 있으면서
볼 때 느끼는 처참함과 같도다. 그는 그가 매달려 있는
곳에서 까마귀가 고소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들을 향해 통곡하며
흐느껴 울기 시작하노니. 그는 아무 도움이 될 수가 없도다.
노년의 지혜는 그에게 아무 가치가 없도다.
아침마다 그는 깨어나 아들이 떠났다는 것을 기억하고,
또 다른 후계자가 궁에 태어날 때까지
살아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의 첫 아이가 죽음의 세계로
영원히 들어간 지금.
― 본문에서
역전의 왕은 절벽 꼭대기에 앉았도다.
그는 그의 집과 금을 나누었던 예아트인들에게
안녕을 고했도다. 그의 마음은 슬프고,
불안했지만,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준비했도다.
그의 운명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가까이 어른거리고 있었도다.
운명이 곧 그의 육신에 갇힌 영혼을 데려가,
사지에서 생명을 가를 것이로다. 곧 왕의 영혼은
그의 몸으로부터 자유롭게 날아갈 것이도다.
― 본문에서
왕은 다시 한번
힘을 내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전투를 위해 벼린, 칼을 뽑았도다.
그는 그 칼을 용의 옆구리에 깊이 찔렀도다.
베오울프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이었도다.
그들이 적을 죽였으니, 용기가 그의 생명을 잠재웠도다.
― 본문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셰이머스 히니
1939년 4월 13일 북아일랜드에서 아홉 형제 중 첫째로 태어났다.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했던 친가와 방직 공장 노동자였던 외가의 영향을 받아 유년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아일랜드의 전통과 산업혁명의 흔적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형성된 상이한 두 문화 사이의 긴장감은 이후 그의 시 세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벨파스트의 퀸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 시기에 테드 휴스의 작품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첫 시집 <열한 편의 시>(1965)를 시작으로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1966) <끝까지 겨울 나기>(1972) <북쪽>(1975) <정거장 섬>(1984) <헛것을 보다>(1991) <인간 사슬>(2010)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시 외에도 <혀의 지배>(1988) 등의 산문집과 <테베에서의 장례식>(2004)을 포함한 두 편의 희곡 작품도 쓰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학 활동을 이어왔다. 번역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여, 고대 아일랜드의 서정시를 영어로 옮기고 재해석한 <길 잃은 스위니>와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한 <베어울프> 등 십여 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또한 퀸스 대학교 졸업 이후 강단에 서면서 교수로서 시와 시인의 역할에 대한 탐구에도 힘썼다. 그는 모교를 비롯하여 캘리포니아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삶의 터전으로부터 얻는 전통과 토속성을 친밀한 필체로 그려내고, 아일랜드의 고통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된 투쟁과 갈등을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해낸 히니는 1995년 ‘서정적 아름다움과 윤리적 깊이를 갖추어 일상의 기적과 살아 있는 과거를 고양시키는 작품을 썼다’는 평가와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국의 시인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웰은 히니를 ‘예이츠 이후 가장 위대한 아일랜드의 시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로 1966년 에릭 그레고리상과 1967년 제프리 파버 메모리얼상, <산사나무 초롱> <기포 수준기> <베어울프>로 각각 1987, 1996, 1999년 휘트브레드상, <구역과 원>으로 2006년 T. S. 엘리엇 시 문학상, <인간 사슬>로 2010년 포워드 시 문학상 등 다수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허현숙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 노팅엄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연구했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부터 셰이머스 히니까지 아일랜드 현대 시인들 및 여성 시인들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해 왔다. '한국예이츠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 『오래된 책』을 지었고, 옮긴 책으로 월트 휘트먼의 『풀잎』, 셰이머스 히니의 『베오울프』, 에밀리 브론테의 『상상력에게』, 에이드리언 리치의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예이츠 시선』 등이 있다.
목 차
베오울프 BEOWULF
작품에 대하여: 언어의 첫 지층으로 돌아가(셰이머스 히니)
옮긴이의 글: 영문학 최초의 영웅서사시(허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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