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요즘의 나는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주변을 살피는 시간도 길어져 간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느슨한 시간의 틈을 메우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볼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럴 때면 가만히 주변인의 얼굴을 떠올려보고, 제법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나의 주위를 맴돌다 스쳐 지나간 풍경들을 되새겨본다. 그러다 비로소 작은 의문을 하나 갖는 것이다. 내 눈에 담긴 세상 속 존재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이름을 갖지 못한 것이 있을까?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누군가 불러주든 아니든 공평하게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점에선 정형화된 이미지의 틀에 갇혀버리고 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더 이상, 가지고 있는 이름 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상상은 막연하고 결여돼 있다. 요즘의 나는 생각한다. 그것들에 이름 이외의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다. 따뜻하거나 차갑거나 무르거나 거칠거나, 정해진 하나의 이름이 아닌 다양한 질감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나의 시각을 통해 반영되는 그들의 다름을 발견하고 싶어진다. 나의 눈으로, 나만의 언어로.
우리는 누구나 때때로 외롭고 예기치 못한 일로 상처를 받는다.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도 언젠가는 빛이 바래고, 그토록 소중하던 꿈도 정신없이 살다 보면 잊게 마련이다. 삶의 고단하고 퍽퍽한 순간순간마다 힘이 되어주는 건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진심 어린 위로일 것이다. 시인들의 맑고 힘 있는 언어는 감동을 선사한다. 이 시집 「사람에서 사람에게」는 어렵고 난해한 시들이 아닌 문장 그대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시만을 선별해서 독자들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작가 소개
- 2019년 서울시인협회 「월간 시」 등단
- 2019년 시집 「결국엔 눈물인 줄 알았다」 출간
목 차
섬
액자
침대
카인과 아벨
코피
탈모
붉은 등대
창가에 놓인 제라늄
집으로 가는 길
장마
무늬
풍선
봄날의 우화
하늘과 가까이 닿은
효자손
겨울 숲
꼭두각시
귀로
그녀의 속사정
그해, 유월에도 꽃은 피어나고
너를 지운다
빈 잔
담장 위에 앉은 새
데칼코마니
묘지
반점
방
사람에서 사람에게
약속
새끼줄
세이렌의 노래
소나기
소풍
오래된 사진 한 장
손금
수풀
길
낙루 수량
여름날의 수채화
여수
옻
우리의 밤은 길고 서툴렀지만
검열
울 밑에 봉숭아꽃 피었습니다
유령
이가 시린 날
자작나무숲
인형의 집
배웅
터널
과욕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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