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넛지』의 공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의
사회 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통찰
사소한 사회적 혼란이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다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유명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성폭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동안 유명인들은 왜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했을까? 미투 운동은 어떻게 사회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미투 운동은 변화가 촉발되는 하나의 사례다. 역사적으로 프랑스 혁명, 노예제 폐지, 세계 인권 선언은 사람들을 속박에서 해방시켰고, 오늘날에도 성 소수자, 나이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로부터 저항하고 있다. 오래된 규범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가치관이 자리를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가 변했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변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가?
세계적인 정책 전문가 캐스 R. 선스타인은 『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에서 사회 변화가 일어나는 역동적인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넛지』의 공저자로, 행동과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는, 넛지nudge 이론을 정책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현실 정치에서 실천해 왔다. 이번 책에서는 시민의 힘으로 변화가 촉발되는 현상(1부)부터 넛지의 활용과 한계(2부), 올바른 사회적 판단을 위해 경계해야 할 것들과 대안(3부)까지 거대한 사회 변화의 시작과 완성을 통찰한다. 이 책은 특정한 가치를 주장하기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행동과학을 바탕으로 분석함으로써 나름의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책을 통해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사회 현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사회 변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법을 바꾸는 시민의 힘
사회 규범은 때때로 한순간에 무너진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처럼 대중의 입을 틀어막는 규범에 도전해 누군가 목소리를 터뜨릴 때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선스타인은 이 과정에서 〈규범 선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규범 선도자란 민간 및 공공 분야에서 기존 규범에 반대하고 규범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말한다(28면). 규범 선도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마음속으로 규범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반대 입장을 공론화하여 숨은 지지자들을 이끌어낸다. 변화의 방향은 규범 선도자가 사람들의 어떤 마음을 읽어 내고 무엇을 선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아가 그들은 입법을 하고 법안을 설계하기도 한다. 법적 표현은 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컨대 오늘날 성추행에 담긴 사회적 의미는 과거와 크게 다르며, 관련된 법의 제정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켰다. 규범 선도자가 활동을 시작해 법이 제정되면 그 결과가 완전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법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규범을 공식화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규범 선도자가 대중 집회를 열어 그 규범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이러한 시도가 반대에 대한 임계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을 자극한다면, 반대의 물결은 즉각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힘을 얻는 저항이 상대적으로 임계점이 높은 이들까지 자극한다면, 그 규범은 급속하게 허물어질 것이다. 그러나 초기 대중의 반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임계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에게만 닿는다면, 저항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며 규범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 「1장 해방」 29면
이 책은 사소해 보이는 사회적 혼란의 이면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와 거대한 사회 변화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잠재적인 불만의 폭발적인 표출, 집단행동이 형성되는 과정, 종교 단체의 영향, 연대감 등 사회 부조리와 불합리성을 깨고 새로운 가치관이 법으로 표현되기까지 역동적인 사회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똑똑한 정책 설계가 사람을 움직인다
의료보험 자동 가입, 각종 문자 알림 서비스, 담뱃갑에 인쇄된 경고 사진 등 넛지 이론을 반영한 다양한 정책은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넛지란 본래 ‘옆구리를 쿡 찌른다’는 뜻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타인의 선택에 부드럽게 개입하는 방법을 말한다. 민간과 공공 분야에서 활용되는 넛지는 일상생활 속의 문제를 더 간단하고 안전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넛지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설계해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선스타인은 이 책에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 복지를 위해 경제학에서 유래하는 넛지 이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정부와 기업이 공식적으로 정책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과 넛지의 한계점을 검토한다. 선택 설계자는 〈선택자가 《그들이 판단하기에》 더 행복해지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넛지를 설계해야 한다. 그밖에 설계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와 공적 감시는 물론, 강제와 통제가 필요한 부분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 등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행복과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이용해야 할까, 금지해야 할까? 사형 제도는 유지해야 하는가, 폐지해야 하는가? 사회는 잠재적인 위험을 사전에 규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직 과학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험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선스타인은 이러한 〈사전예방 원칙〉이 사실상 〈대체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컨대 유전자 조작 식품을 엄격하게 규제할 때, 개발도상국이 유전자 변형으로 개발한 황금쌀을 식량 문제 해결에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이익과 손실을 따지자는 의미가 아니다. 정책의 방향을 설정할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판단의 근거가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는 법을 제정하고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어떤 선택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판단해야 한다. 선스타인은 사회적 사안에 대해 판단할 때 도덕적·법률적·정치적인 측면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파악한다. 자연은 자비롭고 인간의 개입은 위험하다는 믿음이나 감정과 연결된 도덕적 판단, 당파주의는 합리적인 판단을 가로막는다. 특히 당파주의는 상대 정당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미디어가 이를 조장하는 현상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선스타인은 대안으로 투명성을 강조한다.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책임을 강화하고, 삶을 개선해 줄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삶과 관련된 정책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권한을 어느 정도 기술 관료에게 위임해 그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캐스 R. 선스타인
1954년생. 미국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법학자. 시카고대학 로스쿨 및 정치학부 법학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 로스쿨 교수로 있다. 2008년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저자로 유명세를 얻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규제정보국 국장으로 일하며, 당시 대통령의 〈정책 고문〉으로서 행동 경제학의 성과를 정부 정책에 활용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정보통신기술검토위원회와 국방부 국방혁신위원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백악관을 떠난 뒤에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직으로 자리를 옮겨 하버드 로스쿨의 〈행동 경제학과 공공 정책 프로그램(Program on Behavioral Economics and Public Policy)〉을 창립하고 이끌었다. 2018년에는 인문, 사회과학, 법학, 신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한 학자에게 수여하는 국제 연구 상인 홀베르그 상을 수상했고, 2020년 세계보건기구 〈건강을 위한 행동 통찰력 및 과학에 대한 기술 자문 그룹(Technical Advisory Group on Behavioral Insights and Sciences for Health)〉 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미국 의회 위원회에서 많은 주제에 대해 증언했으며, 유엔, 유럽 위원회, 세계은행 및 많은 국가 관계자들에게 법과 공공 정책 문제에 대해 조언했다. 현재는 영국의 행동 통찰력 팀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넛지』(공저), 『스타워즈로 본 세상』, 『와이 넛지?』, 『와이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심플러』,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루머』,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외 다수 있다.
옮긴이 : 박세연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IT기업에서 10년간 마케터와 브랜드 매너저로 일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번역가 모임인 <번역인>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플루토크라트』, 『이카루스 이야기』, 『디퍼런트』, 『더 나은 세상』, 『OKR』,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슈퍼펌프드』, 『행동경제학』 외 다수 있다.
목 차
들어가며
1부 규범과 가치
1장 해방
2장 집단 극화의 법칙
3장 법의 표현적 기능
2부 넛지의 활용과 한계
4장 넛지: 간단한 지침
5장 선택을 강요하기
6장 행복
7장 넛지의 실패
8장 윤리
9장 통제
10장 강제
11장 기호 역전
3부 새로운 시도
12장 투명성
13장 예방조치
14장 도덕적 휴리스틱
15장 권리
16장 당파주의
맺으며
감사의 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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