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불운의 천재 극작가 박재성,
그의 아내 요시코가 남긴 편지
요시코의 남편 박재성(1915~1947)은 통영 출신 극작가로 그에게 늘 따라 붙는 수식어는 ‘불운의 천재 극작가’, ‘비운의 요절 극작가’이다. 이러한 수식어는 33세라는 그의 짧은 생애와 함께 그의 뛰어난 문학성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동경으로 유학을 가서 일본인 아내 테라오 요시코를 만났다. 그의 문학적 열정과 운명을 함께할 여인을 만났다. 그들은 첫 만남에서부터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경계 없이 서로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요시코는 문학청년 박재성에게 문학적 지원과 지지를 보냈다. 광복 직전, 통영으로 돌아온 박재성은 통영문화 계몽에 힘쓰는 한편 교사로서 학생극 창작하는 등 지역 연극에 초석을 닦았다.
하지만 광복 직후 한일 관계가 단절되면서 두 사람이 각각 한국과 일본에 떨어져 지내야 했고, 편지를 통해 그들의 사랑과 신뢰를 이어나갔다. 이 책은 이 당시 일본에 있던 아내 요시코가 1946년 가을에서 1947년 여름까지 남편 박재성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옮겨 놓은 것이다.
이들은 1947년 여름, 박재성이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밀선을 타고 가 동경에서 재회한다. 하지만 둘은 다시 밀선을 타고 통영으로 돌아오던 중 현해탄에서 풍랑을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박재성의 빛나는 작가의 꿈도, 요시코의 가슴 아픈 사랑도 바다 깊이 가라앉고 말았다. 따라서 요시코의 편지를 통해 그들의 사랑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시코는 편지는 1946년 10월 1일에서 1947년 8월 25일까지 기록이다. 그녀의 편지 대부분이 북해도에서 작성된 것이다. 요시코는 재성을 기다리다 어머니와 다투기도 했다. 그래서 1946년 11월 할머니가 계시는 북해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친척들과 상의해서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다. 이듬해인 1947년 5월 다시 동경으로 와서 재성을 기다렸다. 이 과정 속에서 일본인 아내로서 한 작가의 아내로서의 그녀가 안고 있는 현실세계를 담고 있다.
통영의 부둣가에 도착하는 나를 기다려 주세요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밝고 명랑했지만 가끔씩 그늘진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박재성의 편지를 받고 아이처럼 우는 모습이 편지 속에 담겨져 있다. 이처럼 그녀의 편지 속에 일본의 풍경은 북해도의 차가운 날씨처럼 차분하고 냉랭했고 그녀의 기다림도 쓸쓸하기만 했다.
요시코의 편지 속에는 박재성을 그리워하는 만큼 통영의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박재성의 형인 유성에게는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막내 삼성과는 친한 친구처럼 살갑게 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통영 부둣가의 모습과 풍물들도 정답게 묘사하고 있다. 그녀의 편지 속에는 박재성에 대한 애정을 통하여 그의 가족과 ‘통영’이라는 장소마저 그리워하는 대상이 되어 나타난다.
그녀에게도 두려움이 있었다. 그녀는 일본의 모든 가족을 버리고 낯선 땅 한국에서 일생을 보내야 했다.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 한국의 정세가 녹록치 않았다. 평생 그녀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볼 수 없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생활에도 불안했다. 이미 결심하고 있었지만 가난한 작가의 아내로 살아야 하며 요시코를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시코의 편지 속에는 무한히 변함없는 박재성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내면세계를 깨치고 새롭게 탄생하는 생명과 같다. 그 속에서 일본의 풍경과 한국의 통영의 모습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얼음의 정적이 가득한 세계로 그려져 있고, 한국은 두렵지만 그리움의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렇듯 광복 직후에 작성된 요시코의 편지 속에는 박재성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가 묻어져 있다. 박재성과 요시코의 사랑은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내선일체’를 통한 제국주의 확장으로 내닫고, 결혼마저는 식민지 정책으로 이끌던 시기에 피어올랐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을 담겨져 있는 일본 아내 요시코의 편지는 그 자체로 역사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요시코의 편지를 통해 국경을 초월하여 문학의 열정을 함께한 박재성과 요시코의 사랑을 헤아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테라오 요시코
통영 출신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이다.
옮긴이 : 김봉희
경남 마산에서 나서 경남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거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남대학교 교양융합대학 교수로 몸담고 있다. 1995년 『예술세계』 희곡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여 문단에 나섰다. 1997년 ‘대산문화재단’ 희곡 부문 수혜를 받았고, 다수의 희곡과 창작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연구서 『계급문학 그 중심에 서서』(한국학술정보, 2009), 편저 『신고송 문학전집』(1)~(2)(소명출판, 2008)이 있으며, 창작집 『저녁 전 계단 오르기』(평민사, 1998), 『너울너울 나비야』(예니, 2006), 『멀어지는 그대 뒷모습』(연극과인간, 2012), 공저로 『한국문학과 성』(도서출판 불휘, 1998), 『파성 설창수 문학의 이해』(경진출판, 2011)를 냈다.
목 차
책머리에
요시코의 편지 1: 1946년 10월 1일~1946년 11월 1일 동경에서
요시코의 편지 2: 1946년 11월 9일~1947년 5월 28일 북해도에서
요시코의 편지 3: 1947년 6월 8일~1947년 8월 25일 다시 동경에서
요시코의 편지 4: 박삼성에게 보내는 편지와 날짜 미상의 엽서
해설: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요시코의 편지글에 대한 소고
박재성 해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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